이민걸 전 기조실장 오전 10시 소환 통보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양승태 행정처' 사법농단 의혹을 규명할 키맨으로 꼽히는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을 포함해 고위 법관들이 내일 검찰에 줄소환된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2일 오전 10시 이 전 실장에게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임종헌 전 기조실장 후임인 이 전 실장은 현직 시절 법원 예산 등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아 양승태 행정처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3억5000만원 가운데 각 법원에 배당된 2억7200만원을 돌려받아 행정처 금고에 보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해 3월 여수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각급 법원장들에게 1000만~2000만원씩 봉투에 담아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간담회는 비위 법관 근절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검찰은 이렇게 건넨 돈이 '대법원장 격려금'이라는 취지로 작성된 행정처 내부 문건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법원장회의 당일 박병대 당시 행정처장 말씀자료에도 '법원장 활동비'로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 조사를 받은 다수 예산 담당자들은 '그동안 일해오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 때 말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예산 집행 담당하는 사람으로 책임이 무겁다 생각한다', '깊이 반성한다' 등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이 전 실장이 현재 속한 서울고법 사무실과 함께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재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 박 전 처장, 강형주 전 차장, 임 전 실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얻을수 있는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한 이 전 실장은 강제징용 재판을 고의로 지연한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의견서 제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외에도 법관 소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시킬 목적으로 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데 관여한 의혹도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조사할 계획이다. 유 전 연구관은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 대법원 기밀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에서 유 전 수석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 컴퓨터가 본체만 남고 하드디스크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 유 전 연구관을 상대로 관련 경위를 추궁할 방침이다.

오전 11시에는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김 연구관은 지난 2016년 당시 통진당 소송 관련 문건을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에서 근무할 당시 김 연구관은 선임재판연구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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