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뉴스 재가공ㆍ유리한 내용 짜깁기 등 만연
-경찰 집중단속…노인들 “기존 뉴스보다 낫다” 발끈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내가 80세가 다 돼간다. 경험이 많은 우리들은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현혹당하지.”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자를 특별단속 하겠다는 소식에 서울 종로구에 사는 박모(77) 씨가 한 말이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에서 만난 그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은 채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그는 평소 텔레비전이나 신문으로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것들이 가짜인데 무슨 가짜뉴스를 처벌한다고 그러느냐”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상파 방송은 쥐락펴락하지만 1인 방송이 많은 유튜브는 통제가 안되니까 단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국민연금, 대북문제 등 관심도 높은 사회 현안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짜 뉴스’ 유포가 증가한다고 보고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본청 사이버수사과ㆍ수사과ㆍ형사과 등 4개 부서가 협업하는 ‘허위사실 유포사범 특별단속 추진체’를 사이버안전국에 꾸리고, 오는 12월 31일까지 110일간 ‘국민생활 침해 허위사실 유포사범 특별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가짜 뉴스를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 최모(73) 씨는 “기존 신문이나 방송을 못믿으니까 유튜브를 찾는 게 아니냐”면서 “가짜뉴스는 언제나 어디서나 있다. 알아서 가려서 보면 되는 문제지 정부가 나서서 처벌하겠다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노인들에게 유튜브는 친숙한 매체였다. 이날 종로3가역 인근에서 만난 노인 상당수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고 답했으며 그 중에서도 회원가입이 필요없는 유튜브가 가장 인기였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67) 씨는 유튜브로만 뉴스를 본다고 했다. 지인들이 보내오는유튜브 동영상에 빠졌다는 그는 “유튜브 뉴스가 가장 쉽고 공정하다”면서 “유익한 정보가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공유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SNS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는 점점 교묘해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노회찬 전 의원 타살설’ 등 온갖 의혹을 신문 일부만 발췌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만든 것은 기본이고, 이미 오보로 드러난 기사를 또 재공하기도 한다.
실제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전모(79) 씨는 기자에게 “현송월이 죽었다”면서 지인으로부터 받은 페이스북 글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명백한 가짜 뉴스였지만 그럴 듯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짜뉴스를 실제로 믿는 노인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보접근권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 이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가짜 뉴스 때문에 노인 여론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 세대간 불통까지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정모(29) 씨도 “큰아버지가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걸린 뉴스를 봤다고 했다. 아니라고 했는데도 믿지 않으셨다”면서 “접하는 정보 자체가 다르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목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8)씨는 “어머니 카톡을 보고 정말 놀랐다. 언론사 기사같이 만들어진 가짜뉴스들을 지인들이 카톡으로 잔뜩 보냈더라. 이런 가짜뉴스들을 만들고 유포하는것이 불법이라고 알고있는데 왜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가”라며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도를 넘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제재뿐만 아니라, 뉴스의 가치를 식별하는 ‘뉴스 리터러시’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소장은 “한국의 가짜뉴스의 흐름을 보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집단이 인위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뉴스를 이용해 온 게 사실”이라면서 “가짜 뉴스로 인해 여론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뉴스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만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도를 넘은 가짜 뉴스는 정부가 단속하고 어렸을 때부터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한다. 언론 역시 가짜뉴스의 사실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