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진단서 제출에도 보석 불허, 노무현 대통령 서거하자 일시 석방 "역대 검찰 중에서 가장 잔인하다"는 이재오, 적반하장의 끝판왕이다.
반사적으로 먼저 창신섬유 고 강금원 회장이 떠올랐다. 뇌종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치소에서 갇혀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끝내 세상을 떠난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 이자 친구인 고 강금원 회장 말이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씨가 보석을 신청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유가 가관이다. 수면무호흡증, 기관지확장증, 역류성식도염, 당뇨병, 탈모 등 9개가 있다고 한다. '돌연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한다.
돌연사로 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돌연사 위험군에 속한다.
일단 검찰 입장이 다행스럽다. 이명박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아서 보석 제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한다. 더구나 이명박씨가 언급한 질환들이 일시적인 신체 현상에 불과해서 석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명박의 충신이었던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한 마디 거들었는데 사실상 범죄행위를 자백한 수준이었다. 적반하장의 끝판왕이었다.
이재오씨는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건강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나쁜데 체면이 있어서 본인이 아프다는 걸 밖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역대 검찰 중 가장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은 강금원 회장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고 강금원 회장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를 돌아보자.
강금원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구설수에 휘말릴까봐 개인 통장조차 만들지 않았다. 혹시라도 비자금 운운하는 소리가 나올까봐서였다. 철저하게 공인회계사 자문을 받아서 회사 통장을 사용했다. 사실상 사업도 줄여나갔다. 특혜는 고사하고 현상유지를 위한 영업도 포기했다. 그 결과 노무현 대통령 임기동안 창신섬유는 회사 규모가 1/1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심지어 2008년에는 창립 3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매주마다 봉하마을을 들렀다. 대통령이 추진하던 생태농업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본인 돈 50억원을 출자해서 (주)봉화도 만들었다.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이것조차 수사대상에 올리며 마치 대단한 잘못이 있는 냥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런 강금원 회장이 2009년 2월 14일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던 참모들이 참여정부가 끝나고 백수로 지내자 이런저런 자리를 주고 월급을 주거나 용돈을 준 게 문제가 됐다.
아무런 댓가가 없으니 뇌물죄로 엮기는 힘들었고, 검찰이 생각해 낸 게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불법 대선 자금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안희정이 특별한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백수로 지내던 2004년에 1억원을 장기대출 형태로 빌려준 게 문제였다. 이 돈은 안희정이 추징금을 내는 데 사용되었다.
안희정을 시작으로 강금원 회장의 회고록 집필 대가로 돈을 받은 윤태영 비서관 이름도 언론플레이로 흘렸고, 여러명의 노무현 대통령 참모 이름을 흘리며 도덕성이 타격을 입히려 했다. 이 과정에서 강금원 회장은 마치 정치인들에게 검은 돈을 나눠준 사람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검찰은 어떻게든 정치자금법으로 엮을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강금원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강 회장이 보유한 시그너스컨트리클럽은 100% 강 회장 개인회사다. 강 회장은 돈이 필요하면 시그너스로부터 빌렸다가 갚는 형태로 자금은 운용했다. 개인통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회사로부터 빌렸던 모든 돈을 합쳐서 횡령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 합계가 260억원이다. 당연히 이 돈은 한꺼번에 뺐던 돈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회사로부터 빌렸다가 되갚기를 반복하면서 누적된 금액의 합계다.
정상적으로 차입했다가 상환한 돈을 몽땅 횡령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공인회계사의 자문을 받아서 관리했던 회계장부도 탈탈 털어서 탈세혐의를 걸었다.
2월부터 시작한 수사를 4월 넘어서까지 이어갔다. 억지로 없는 죄를 만드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금원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별 일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살았기에 가능한 자신감이었을 게다.
하지만 억지로 죄를 만드는 검찰한테는 속수무책이었다. 4월 17일 구속되고 말았다. 강 회장은 뇌종양 진단서를 첨부해 보석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법원도 불허했다.
5월 21일 첫 재판이 열리던 날에도 보석을 신청했지만 역시 검찰은 반대했고, 법원도 심리를 기약없이 연기해놓고 방치해버렸다.
이날 강 회장은 재판정에서 통곡하면서 자신을 하소연했다.
"나는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부정청탁이나 편법으로 일처리를 한 적이 없다. 횡령죄라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간다. 나는 욕심도 없고, 모질게 살아온 것도 없는데 (그분이) 대통령 당선되고서도, 또 대통령을 벗어던지고 나서도 왜 내가 짐을 떠안아야 하느냐.
회사를 경영하면서 통장도 만들지 않았고, 돈도 빼돌린 사실이 없다. 정말 횡령한 게 있다면 모두 물어내겠다. 왜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업하는 사람 중에 나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매번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 재판받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강금원 회장은 5월 27일 보석으로 일시 석방돼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대통령 영정 앞에서 통곡했다.
이 때 감옥에서 뇌종양 치료시기를 놓쳤던 강금원 회장은 2012년 8월 지역주의 극복 하나만을 위해 20년 정치인생을 달려갔던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갔다.
살인행위 자백한 이재오!!
이재오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들의 살인행위를 자백했다. 이명박의 보석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권력의 정점에 누가 있나. 전직 대통령 보석 여부를 누가 결정하나. 문재인 대통령님께 화내는 거다. 우리도 정권 잡아봤다. 보석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지만 그것에 대한 양형에는 전직 대통령의 결정 정도는. 국회의원만 결정해도 다 위에 사인 받아야 되는데 지금 그보다 더 약한 것도 지금 정권에 사인받고 다 민정수석실에서 컨트롤하는데 그거 천하가 다 안다"
이재오의 이 발언은 뇌종양 진단서를 발급해 두 차례나 신청한 강금원 회장의 보석을 거부한 게 이명박과 이재오, 검찰, 법원이 공모했다는 진술이나 다름 없다. 살인자가 범죄현장에 다시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과 이재오, 그리고 그 주구노릇을 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의 법원과 검찰.
뇌종양 환자의 보석을 두번이나 요청해도 거절한... 이 보다 더 잔인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