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박성진 이어 조동호
잇단 인사 참사에 불만 폭발
文정부서 기관장 12명 줄사퇴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도 압박
◆ 고장난 靑 인사검증 ◆
"과학기술계에 대한 무관심과 코드 인사로 인한 예상된 참변이었다."
"박기영, 박성진에 이어 조동호까지…. 역대 어떤 정부도 이처럼 과학기술계 사기를 떨어뜨린 적이 없었다."
31일 청와대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자 현 정부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과학기술계 인사 성적표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낙제점' 수준의 참패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현 정부의 좁은 '인재풀'과 부실한 인사검증, 코드 인사 등에 대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현 정부의 과기계 인사 참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2017년 8월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일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과학기술보좌관을 맡았던 박기영 교수는 2005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는 황우석 박사의 논문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며 심지어 실험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공동저자로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논문조작 사건이 불거졌지만 그는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국립대 교수는 "박기영 교수를 임명할 경우 이렇게 반대할 줄 몰랐다면 현 정부의 과기계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부 교수를 지명한 것도 논란이었다. 특히 과기계에서는 그가 창조론을 옹호한 입장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창조과학은 '유사과학', 즉 사이비 과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과기계의 문제 제기에 "개인의 종교관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책임연구원은 "청와대가 창조과학을 종교관이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기영 교수가 참여정부 시절 과기보좌관을 역임한 것 외에 과기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코드 인사를 지적하고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등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과기계 인사 상당수가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갖고 있던 것도 코드 인사의 예로 꼽힌다.
국내 사립대의 한 교수는 "정권에 줄대기 했던 사람만 인정받고 고위직으로 가게 됐다"며 "과기계에서 코드 인사는 특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왕차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 역시 이번 정부 전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현 정부 초대 과학기술보좌관에 올랐던 문 차관은 박기영 교수와 박성진 교수 인사 시 과기계로부터 "보좌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 1차관에 임명되자 과기계에서는 "역시 왕차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 정부 들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한 것도 과기계의 불만으로 꼽힌다. 박태현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조무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임기철 전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등이 임기를 남기고 사퇴했다. 하재주 전 원자력연구원장과 손상혁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장 12명이 정권 교체와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선택한 주요 과기계 인사들의 문제가 마치 전 과기계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면서 과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번 정부는 '탈원전'이 아닌 '탈과학 정권'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로 과기계 인사, 정책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9&aid=0004329906
인물이 없나... 인사 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