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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위의 ‘규제 상왕’ 공무원… 전직 고위공무원의 참회록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 풀라 해도… 시간 끌면 흐지부지된다고 여겨
국회에 법안만 제출뒤 책임 면피… 공무원 안바뀌면 규제혁신 못해”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외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던 주제를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왜? 책임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공무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고위 공직자를 지낸 A 씨.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30여 년 동안 중앙 정부 부처 요직을 거쳤다. 청와대 파견도 다녀왔다. 그런 그가 동아일보 취재진을 만나 고민 끝에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참회’했다. “국민이 아닌 공무원 조직과 그 뒤에 있는 규제 시스템을 위해 산 건 아닌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A 씨가 스스로 경험하고 겪은 공무원은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규제’ 그 자체다. ‘제왕적’이란 평가를 받는 한국형 대통령제에서도 공무원들이 구축해 온 ‘규제 카르텔’은 건드리기 어렵다고 그는 단언했다. 한국 사회 내 모든 절차와 흐름의 모세혈관을 지배하는 것은 규제 시스템이고 이를 만들고 조정해 온 건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이 아닌 바로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권력이 5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겉으로는 대통령과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일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다 흐지부지된다’고 여긴다. 나 또한 그랬다.”
이명박 정부 시절, A 씨는 자가 줄기세포 관련 규제들을 대폭 완화하라는 지시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 첨단 의료 발전을 위해 자가 줄기세포 관련 규제의 문턱을 낮추라는 것이었다. 공감했지만 동시에 후폭풍이 걱정됐다.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반대가 불 보듯 뻔했다. 결국 나중에 시끄러워지면 A 씨와 주변이 책임을 뒤집어쓸 공산이 컸다.
▼전직 고위공무원의 참회록▼
“책임을 떠넘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국회로 공이 넘어가면 공무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국회 통과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법안을 내고 여야의 싸움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면 1, 2년은 훌쩍 간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 다른 자리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이 손해 볼 것도 없다. 개정안을 만들고, 정부 내 절차를 밟고, 국회에 제출하는 과정 자체가 실적으로 계산된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규제 혁파 드라이브가 국회에서 막히면 청와대는 ‘플랜B’를 찾는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규제들을 찾는다는 것.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A 씨는 이 역시 규제 혁파로 이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각 부처는 사소한 사례를 몇 개 모아 건수 위주로 청와대에 실적을 보고한다. 규제 관련 제출서류 몇 개 줄이는 등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자 파급 효과는 거의 없는 규제 완화일 뿐이다.”
사회적 논란을 키우는 방법도 종종 사용한다고 A 씨는 말했다. 정부 위원회,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등 외부 기구를 만들어 책임을 분산한다. 이런 기구에 서로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을 몰아넣으면 논란은 자연스레 확산된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첨단 분야일수록 서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런 기구에서조차 합의가 안 되면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공무원들은 무리해서 끌고 나갈 필요를 못 느낀다. 청와대에서 ‘뭐하고 있냐?’고 독촉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과 TF 꾸리고 검토하고 있지 않느냐’고 보고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규제 완화 반대 논리는 자연스럽게 쌓여가고 1, 2년은 우습게 지나간다. 임기 절반을 넘긴 대통령은 자연히 다른 관심거리를 찾게 된다. 그게 다른 규제이든 다른 이슈이든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A 씨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무원의 ‘버티고 보자’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했다. 특히 정권 교체와 함께 지난 정부의 핵심 정책을 추진했던 공무원들이 ‘적폐’로 몰리는 현실을 본 공무원들은 “무리하면 다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것이다.
A 씨는 대통령의 말 한두 마디로 공무원 사회를 바꾸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행정 비대 국가다. 정책 하나하나마다 수백 수천 명의 이해가 걸려 있다. 공무원이 가진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공무원은 기득권과 조직 지키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루려면 공무원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진정으로 민간의 창의성을 존중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완전히 새로운 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어렵게 꺼낸 참회를 마쳤다.
“규제조정회의 참석하는 공무원들… 양보는 패배라고 주입받고 오는듯”
부처 기득권 집착에 혁신 제자리… “개혁 나선 공무원 보호장치 필요”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공무원이 안 바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규제를 없애려면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
박근혜 정부에서 ‘손톱 밑 가시’ 규제 개혁을 총괄했던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대학 규제를 해결하는 건 간단하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없애면 되는데 조직을 축소시키는 거니 공무원이 규제 완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재임 중 규제조정회의를 100차례 이상 진행했다. 그때마다 공무원이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강 전 실장은 “부처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과장을 보낼 때 ‘양보하고 오면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니 합리적인 토론이 안 됐다”고 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빠르게 변하는데 한국 공무원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태유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공무원이 저마다 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어떤 것을 규제해야 하고, 풀어줘도 될지를 더 잘 알 수 있다”며 “지금의 보직순환근무 체제를 직무군 제도로 바꾸어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과감하게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간 기업 수준이 40, 50년 전보다 빨리 변한 것에 비하면 정부 수준은 너무 느리다”며 “공공기관은 그만 늘리고 웬만한 건 민간으로 넘기면서 민간 인사를 대거 공무원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이 규제를 없애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공무원이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면 나중에 인사 문제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규제를 혁파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유근형(정치부) 배석준(산업1부) 염희진(산업2부)
김준일(경제부) 임보미(국제부) 한우신(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김기윤 기자(문화부)
이런 내용을 보면 정부가 아무리 혁신 한다고 하더라도 딜레마에 빠지는것 같네요. 동감될때는 거이 실무진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규제에대해 이해가 못가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적이 있으니 실무에 빠삭한 사람이 실무자의 환경과 처우에 대한 인식이 좀더 이해규모가 크니 그에 따른 법적규제와 완화장치 와 엄격한시스템을 규정을 좀더 정확하게 할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민간에 있는 전문인력을 공무원쪽으로 편입시키는 좀더 효율적으로 시스템이 굴러가지 않을까? 라는 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