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가 대학생ㆍ대학원생이나 일반인들 대상으로 지원을 받았던 유엔(UN) 인턴십 프로그램에 고교생 자격으로 참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 선발 기관의 수장이 조 후보자와 연결된 학자라는 점에서 지인들간에 자녀 경력을 서로 관리해 주는 ‘경력(스펙) 품앗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에 따르면 조씨는 2008년 12월 이 센터가 공모한 유엔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했다. 유엔 인턴십 프로그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를 직접 참관하고 이사회 의제를 파악한 뒤 국내 인권 이슈와 접목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씨가 지원했을 당시 서류ㆍ면접 심사를 거쳐 10여명이 유엔 인턴에 낙점됐고, 인턴에 선발된 조씨도 2009년 제네바 연수에 참가했다.
문제는 조씨가 프로그램 지원 자격에 미달했다는 점이다. 유엔 인턴십 프로그램은 인권보호나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 공모 대상에 고등학생은 별도로 표기돼 있지 않다. 유엔인권이사회를 직접 모니터링, 기록하고 유엔 관련 기관을 방문해 연구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권 분야 경험이나 언어능력을 갖춘 지원자들이 우대됐다. 센터 관계자는 “고교생들은 한창 입시에 매달리기 마련이고, 학기 중 이뤄지는 연수에 참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상을 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터십 프로그램은 국내민간단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유엔을 통해 직접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실상부 ‘세계정부’ 기능을 하고 있는 유엔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려면, 최소 학사학위 소지자나 대학원생 자격을 갖춰야 한다.
당시 한영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씨가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아버지 조 후보자의 ‘후광’이 지목되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일했는데, 인턴을 선발한 유엔인권정책센터 공동대표이던 정모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기 때문이다. 조씨의 인턴십 경력이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대학 입시나 대학원 입학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적인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수행한 인턴십 경력이 입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씨는 제네바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뒤 2009년 4월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제2차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결과발표 및 평가토론회’에서 참관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자문위 부의장을 맡고 있던 사람도 정 교수다. 정 교수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해외에 체류 중인 정 교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 후보자가 직접 딸의 ‘스펙’ 만들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어디에도 고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유엔 인턴십 프로그램은 없다”고 단언했다. 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자비 부담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조씨에게 특혜가 제공됐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조씨 외에도 가끔 고등학생이 참여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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