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1770~1831, 독일) 철학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헤겔의 주장은 한마디로 ‘역사란 절대정신의 자기실현 과정’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무슨 말일까?
조각 작품을 예로 들어 보자. 처음에 조각 작품은 예술가의 모리 속에만 있다. 그러다 예술가가 돌덩어리에 칼을 대는 순간부터 상상에 지나지 않았던 작품은 점점 눈에 보이는 실체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절대정신의 자기실현’도 이와 똑같다. 절대정신이란 ‘신의 섭리’와 비슷하다. 절대정신은 처음에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지 않지만, 역사를 통해 점점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간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추상적인 이상이 역사를 통해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된 사례였다.
이와 같이 절대정신은 마치 조각가의 머리 속의 구상을 돌덩이를 파내며 구현해 나가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모습을 역사 속에 점점 더 완성해 나간다. 조각가는 결국 처음 상상했던 모습대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와 똑같이 절대정신도 마침내는 변화와 투쟁의 역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완성시킬 터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절대정신이 역사 속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바둥거리며 살고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시저, 나폴레옹 같은 위대한 영웅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이성의 간교한 지혜가 작용한 결과다. 월급쟁이는 먹고 살기 위한 자신의 고단한 일이 세계경제 변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 그래도 변화는 이런 세세한 작업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때가 맞지 않으면’ 결코 영웅이 출현할 수 없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해도 절대정신은 개개인과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실현되고 있다는 거다.
모든 사건에는 본질적인 면이 숨겨져 있다. 헤겔에게 그 본질적인 면이란 절대정신이고, 인간의 역사는 이 절대정신이 그 본질을 점차 분명하게 드러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절대정신의 본질은 자유이다. 역사는 이성적인 자유를 점차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고대 국가에 있어서는 군주 한 사람만 자유롭고 모두가 노예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서양 중세에는 군주뿐만 아니라 봉건 제후들도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이제 프랑스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시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워졌다.
그런데 역사의 발전은 절대정신이 아닌, 몇몇 뛰어난 영웅들의 활약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영웅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절대정신이 이들을 조정하고 있다. 즉 헤겔은 절대정신이 영웅을 선택하여 자신을 실현시킨다고 본 것이다.
출처: 안광복 /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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