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지위포기에 대한 농업분야 종사자(공무원)의 생각

JOAHE 작성일 19.10.27 0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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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수 있는데요..하나는 농업인이고 나머지 하나는 농업이라는 산업분야입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농업인 입장에서는 매우 힘들수 있고 산업분야로서의 농업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뀔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본문의 내용은 매우 길어서 제일 아래 요약만 보셔도 좋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농업인의 입장에서 개도국 지위포기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일어난겁니다. 우리나라 산업분야를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등급을 매긴다면 농업인들의 수준은 초등학생정도 입니다. 대부분의 산업분야가 선진국의 위치인 대학생 수준인것과 대비되죠.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다른 산업분야는 많이 발전했지만 아주 오랜시간동안 주력산업이였던 농업은 아주 약간의 발전에서 멈춥니다. 이러한 문제는 좁은 땅떵어리에서 농업인들이 경쟁력을 가질수가 없었고 도농간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젊고 똑똑한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가고 농촌현장은 매우 급격히 세퇴해갔고 고령화되는 등 악순환의 반복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식량주권은 국방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라 정부에서는 농업을 포기할수 없었는데 이는 수많은 농업관련기관들만 보아도 알수있습니다.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그리고 그 지자체에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기술원, 농어촌공사와 농산물품질관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농업기관들이 있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이 부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나라는 매우 다양하고 발전성있는 보조사업들과 좋은 품종의 농산물을 육종보급하게 되는등 식량증산에 있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응급환자에게 수술없이 인공호흡기만 달아놓은 꼴입니다. 막대한 예산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교육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전수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의 부족 즉 인력의 부족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농업인들은 대부분 고령화 되어있고 새로운것을 배우기를 두려워하며 특히 자립할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결국 획기적으로 좋은 품종의 농업품목들은 증산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농업환경을 오히려 악화시켰습니다. 특히나 벼품종의 경우 획기적으로 병충해에 강하고 좁은 면적에서 다수확이 되며 기계화가 되는 시스템이 갖추어짐에 따라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벼농사 위주로만 하게됩니다. 벼에 비해 과수나 시설작물들은 과학적인 접근과 기술이 있어야만 고품질 생산이 가능하고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농업분야입니다.

 

물론 벼농사는 매우 편한농업에 속합니다. 과수나 채소에 비해서 같은 면적이라면 노동량이 1/10도 안되는 수준이면 충분할정도이고 기계화가 대부분 되기에 육체적 노동의 비율로 따지자면 5%정도 수준이지만 매우 낮은 소득수준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3천평지어서 실제로 7백만원 벌기도 힘듭니다. 그나마 직불금을 받게되면 천만원 가까이 됩니다만 이마저도 농약이나 상토등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만약 정부의 지원이 제로가 된다면 실소득은 3천평지어서 3~4백만원 수준으로 벌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막대한 보조금으로 벼농사위주의 농업환경이 되었고 이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벼는 다른작목보다 훨씬 큰면적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문제로 우리나라는 막대한 농토가 있지만 실제로 땅이 부족한 현실을 만들어낸겁니다. 귀농귀촌을 하거나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을 구하지 못해 시작조차 할수없는 환경이 되버린겁니다. 기존에 논만 가지고 있어도 고정직불금이라는게 매년마다 나오고 벼위주로 보조도 많이 나와서 돈 거의 안들이고도 농사짓기에 나름 먹고살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쌀이 과잉생산 되면서 정부에게는 엄청난 골칫거리가 됩니다. 논면적은 엄청나게 줄었지만 정부는 워낙에 잘자라는 품종을 개발하고 기술을 보급하고 농기계를 싼값에 임대해주게되면서 쌀 생산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십년간 정부의 기본방침인 식량증산정책과 대비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등 기형적인 사업들이 생겨나게됩니다. 이는 논에서 콩이나 사료작물같은 타작물을 심거나 심지어 휴경을 해도 면적에 따라 돈을 주는 기이한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생각해보면 양곡은 생산하게되면 자동으로 저장되는게 아니라 거대한 창고를 짓고 병해충이나 쥐같은 생물들이 침입못하게 완벽히 막아야하며 건조된 시설에서 계속해서 온습도 조절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결국 양곡 저장하는데만 몇백에서 몇천억까지 예산이 투입되게됩니다. 그리하여 사실 쌀이 남을때마다 북한에 퍼다준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나라에 풀어서 서민들을 위해 쌀값을 낮추면 안되나 생각하실텐데 그렇게되면 쌀값이 더 내려가서 농업인들의 소득이 더 줄어들게 되고 농업자급률은 20%대이지만 주식량인 쌀은 100%이상 자급되는 그러한 구조마저 망가질수 있기에 정부에서 손을 못대는것입니다. 북한에 무상공급하는게 어찌보면 가장싸고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효율적인 방법인거죠...북에 쌀줬다고 욕하는건 참으로 바보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작목에 상관없는 공익형직불제 위주로 바뀌게 된다면 벼농사 위주의 시스템은 경쟁력이 떨어질수 있으며 많은 농가들이 농사를 포기하거나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기존 우리농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벼농사나 몇몇 밭농사는 농업회사법인으로 운영하게 될테고 고소득이 가능하고 수출이 가능한 과수나 시설원예 위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농업이라는 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충분히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공익형 직불제라는 보완카드를 내밀겠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기존의 그 수많은 농업인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줄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농어촌공사에서 운영중인 농지은행에서 복지적인 측면을 더 강화해서 농지연금을 더 강화해주는 방안도 있겠네요~

 

기존의 막대한 농업보조예산을 생각하면 더 큰돈을 안들이고도 어느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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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개도국 지위포기는 농업(산업)에는 긍정적이고 농업인에게는 안좋은 부분이 있음

2. 그동안 막대한 보조로 농업의 구조가 망가졌고 농업인들의 경쟁력은 극도로 약해져있음

3. 특히 벼재배 위주로 가는게 가장큰 문제점이고 쌀과잉생산과 농지부족이라는 두가지 문제가 있었음

4. 개도국지위포기로 인한 규제로 벼위주의 보조정책이 줄어들어 이부분이 해결되면 농업(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

5. 최종적으로 농업시스템은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법인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술위주의 농업(과수, 시설원예)으로 전환되는 등 긍적적인 요인이 많음

6. 다만 공익형직불제 하나만 가지고는 기존 농업인들의 생활이 무너질수가 있으므로 농지연금이나 다른 제도등으로 보장해줄 필요는 있음.

7. 기존 농업보조예산이 어마했기에 그 재원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스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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