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교무상교육법 처리를 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격돌했다. 내년에 고2·고3학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전학년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실시안에 자유한국당이 제동을 걸면서다.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미래의 유권자가되는 고교생들과 그 학부모 표심잡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 고2·3학년을 시작으로 2021년 고교 전 학년 대상 입학료 및 수업료, 교과서 비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과정인 학생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이미 적용을 받고 있다.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까지 마친 터라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한국당이 수정안을 내면서 판을 흔들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현재 중학교까지는 무상교육 이뤄지고 있지만 고등학교에선 무상교육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교 무상교육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돼있는데 단계적 실시가 아닌 전학년을 대상으로 동시에 무상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정부가 형편이 어려워 정부가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면 일부 국민에게 순차혜택주는 게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지만 재정여력이 되는데도 순차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평등원칙에 명백히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교 무상교육을 전학년에 동시에 실시할경우 소요재원은 2700억원"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으로 역대 최대인 513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대규모 적자국채까지 발행해 일회성 소모성 예산을 지출하기 보다는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교무상교육법안은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해 민주당이 추진해온 정책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재원마련 방안을 이유로 고교무상교육법 개정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날 '고교무상교육의 전면적 실시'를 주장하며 한발 더 나간 셈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하는 고교무상교육법안이 내년도 총선에서 첫 투표를 실시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표심을 포퓰리즘적 재정정책으로 사는 것이라고 판단해왔다. 내년부터 고교 2~3학년 학생들에게 단계적으로 적용하면 총선을 넘어 이들이 2022년 대선에서 유권자가 된다.
한국당이 이처럼 전향적으로 나선 것은 민주당보다 더 확대된 정책을 주장해 무상교육의 '공'을 민주당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는 최종적으로 한국당이 제안한 '전면실시' 법안은 부결됐다. 당초 법사위를 거쳐올라온 '단계적 실시' 법안이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