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은 과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은빛화살 작성일 19.12.12 0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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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정병섭군 자살사건이란 게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학생이 만화책 속의 자살을 따라했고 사망했는데

 

정부에선 정병섭군의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구조 같은 거 무시하고

 

일단 '만화가 나쁘다'라며 악의 축으로 몰고가서 만화업계를 수장시켜 버렸습니다.

 

그렇게 끝난 게 아닙니다.

 

이 사건으로 방통위는 폭력,성인 만화에 대해 일단 철퇴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그 여파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정당하게 성인이 성인물을 접할 수 없는'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게 증오하는 박정희, 전두환이 시행한 방식입니다.

 

 

법의 제정에는 사회적 동의가 전부가 아닙니다.

 

국민들의 감정과는 별개로, 정부는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하는 겁니다.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하자는 의도는 분명 옳고 추구해야 할 가치지만,

 

정작 이 법이 정말로 효과를 발휘해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슬람 근본주의에선 샤리아를 통해 사소한 규율 위반에도 신체 절단, 투석형을 집행하지만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건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최악의 경우 역으로 민식이법으로 인해 수많은 빨간줄 범법자가 양산되고

 

그로 인해 사회 안정, 나아가서 아이들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면 그 때는 누구를 탓할 겁니까.

 

 

법에는 취지만이 아니라 완성도가 중요합니다.

 

석 달만에, 사실상 입법 과정을 감안하면 두달만에 이 법으로 벌어질 모든 결과를 도출했을 리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행을 해야 한다면

 

정부에서 시행 전 다양한 사회적 제반 구축과 법의 순차적인 안착을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신호등과 CCTV 같은 생색내기 말고요.

 

내무실의 병영부조리를 없애는데 가해자만 처벌하면 끝나는 거 아닙니다.

 

세종대왕께서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는 이유 중 하나로, 정책 하나 검토하는 데 수년의 시간을 들였습니다.

 

왕의 한 마디가 법인 시대에서 말이죠. 그리고 그것이 600년간 조선을 지탱해왔습니다.

 

 

이곳의 평균 연령층은 아이들이 아닌 만큼 현실적인 면을 보는 시야도 있을 겁니다.

 

더해서 '평생 스쿨존에 진입할 일이 없는 차량을 운전하는 성인'은 그다지 많지 않겠죠.

 

민식이법을 정치적 논리와 결부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정말로 정치적 논리를 떠나서 만들어졌다면 조금 더 나은 법안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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