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건물이 노후화된 우리집은 불과 4년 전에 새로운 건물주의 진두지휘로 리모델링을 했어요. 공사기간 동안 체류비용이 따로 들었지만 새집으로 바뀐다기에 기대를 했었구요. 새로운 벽지와 타일들로 구멍 난 시멘트벽을 말끔히 가렸구요, 입주자들은 모두 만족해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나름 만족하며 살고있던 우리집 천장에 올해 초, 조그마한 곰팡이가 생겼어요. 이유는 확연했죠. 오래된 건물이었기에 결로현상이 나타난 거예요. 사실 그럴거라고는 생각했어요. 담배를 피러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옆집 아저씨가 '우리집에는 결로현상이 안 나타나냐'고 물어봤었거든요. 그때가 작년 말이었고 옆집은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어요.
매일매일 곰팡이 제거제를 발라가며 환멸이 난 저와 이웃들은 한 달 전에 건물주한테 찾아가서 진상을 요구했어요. 건물주는 '리모델링한 건물에 결로현상이 벌써 나타날리가 없다'며 다른 이유를 찾아보겠다 했구요. 입주자들은 결로현상일거라 생각했지만, 건물주가 아니라는데 어쩌겠어요? 그래도 최대한 해결해보겠다니깐 믿고 기다렸죠.
그 후로 2주가 지난, 그러니까 2주 전에 곰팡이가 더이상 증식을 안하더라구요? 절반에 가까운 입주자들은 건물주가 빠릿빠릿하게 일처리를 잘한다며 칭찬을 했어요. 분명 저희집에는 천장을 드러낸다는 등의 처리가 없었는데 말이죠. 건물주는 '이제 곰팡이 걱정은 하지 말아라. 이제 얼마 안가 곰팡이가 싹 사라질 것이다'라며 '아마 곰팡이 제거제는 더이상 큰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곰팡이 제거제를 벽지에 계속 바르면 색이 변색되니 자유롭게 다닐 때가 됐다'라고 했어요. 입주자들은 이 말을 듣고 한시름 놓았고 벽지가 변색된다니 곰팡이 제거제를 바르는 것도 멈췄어요.
그런데 4일 전, 한쪽 구석에만 있었던 곰팡이가 천장 한가운데에 생겨났어요. 그것도 상당한 크기로요. 저와 입주자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다시 건물주를 찾아갔어요. 건물주는 해외 유학을 다녀온 당신의 조카와 회식을 하고 있더라구요? 짜파구리에 채끝살이라니... 저는 천장의 곰팡이 때문에 하루하루 입맛 없이 살고 있는데요...
알고보니 건물의 구조가 비이상적이어서 각 층 사이사이에 쥐가 끼어 죽기가 딱 좋다네요? 그리고 그 쥐들이 죽은 자리에 곰팡이가 생기는 거래요. 그리고 건물주는 그 쥐들이 돌아다니는 건 본인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쥐들을 욕해요. 듣고보니 맞는 말 같아요. 쥐들이 돌아다니다 죽는 걸 건물주가 어떻게 하겠어요. 충분히 저희 입장에서는 쥐들도 악한 존재니까요.
결국 오늘이 왔고, 우리집 천장은 곰팡이들로 뒤덮였어요. 아무리 곰팡이를 닦아내도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곳에서 증식해요. 이 와중에 이제 곰팡이 제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가 없대요.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편이 훨씬 비싸게 먹힌다며 공장에서 상당 비율을 수출로 돌렸거든요. 건물주에게 왜 곰팡이 제거제를 안 발라도 된다고 했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만드는 것이 본인의 포부였대요.
이제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요. 처음부터 결로 현상이 혹시나 일어나진 않았을지 조사해봤으면 어땠을까? 곰팡이 제거제를 바르지 말라는 말을 안했다면, 그리고 계속해서 곰팡이 제거제를 발라왔다면 조금은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다른 입주자들은 쥐만을 욕하는데(물론 끼어 죽은 쥐들이 죽도록 싫지만), 쥐를 끼어죽게 만든 건물의 구조를 만든 책임자는 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걸까? 새로운 집을 기대하며 리모델링 공사 기간 동안 희생했는데 그저 낡은 부분만을 안 보이게 가린, 인테리어만 했던 거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 원인이 결로 현상이든 쥐가 죽어서든 혹은 생각지도 못한 제3의 이유든, 곰팡이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우리집을 잠식해가는 걸요. 빨리 해결 방안이 나오길 바라며 오늘도 입맛없는 하루를 지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