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당신 개인의 사생활은 내가 알바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해하고 또 문제삼으려 하는 점은
당신이 가진 사고관 그 자체이다.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다소 막막한데,
우선 이 이야기부터 꺼내보자.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가 기독교 목사이고,
당신도 그런 아버지처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아버지처럼 전도도 몇 번 해봤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외국인 기독교 신자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이고 죄라고 한 뉴스 기사를 보고
그건 비성경적 발언이라며 비난한 것도 아직 내가 기억한다.
당신은 그런 말을 했을 만큼, 아주 열렬한 기독교 신자이겠지.
전도를 해봤다니 내가 묻겠다.
당신은 일본인들한테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했었다. 맞지?
당신 스스로 일본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일본인들을 몇 명이나 기독교로 개종시켰나?
1만 명? 10만 명? 100만 명? 아니면 1000만 명?
나는 당신과 꽤 오랫동안 교제를 했지만,
당신한테서 내가 수만 명 이상의 많은 일본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다고 자랑하는 소리는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 이걸 가지고 당신이 무능하다고 비웃는 것은 결코 아니니 상심하지 마라.
당신보다 수백년도 훨씬 이전에 일본으로 기독교를 전파하러 갔던
서양 선교사들조차
결국엔 전도에 실패하고 다 물러나야 했을 만큼,
일본의 반기독교 정서는 완고하니까.
헌데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
예수의 존재나 복음을 알고서도 기독교를 거부한다면,
그 또한 성경에 적힌 대로 엄연한 죄악이라는 것을 말이야.
신약성경에서도 예수 본인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기적을 직접 보고도 자신을 구세주로 인정하기 거부하는 마을들한테
너희는 소돔보다 더 큰 벌을 받으리라고 저주를 했었지.
그렇다면 예수의 가르침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일본인들이 천벌을 받아 마땅한 죄인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았나?
성경대로라면 그렇게 결론을 내려야 마땅하지 않겠나?
아, 미안. 당신은 그런 생각을 가리켜 반일 정서라고 펄쩍 뛰며 거부할테지.
헌데 일본인들은 무슨 특별한 족속들인가?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그를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아도
천벌도 안 받고 지옥에도 안 떨어지는 특권이라도 받았단 말인가?
당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친일적인 기독교도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그렇게 속단하는지 궁금하네.
그런 생각을 뒷받침할 증거가 성경 어느 곳에 적혀 있는지, 한 번 보고 싶네 그려.
당신이 별로 시원치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본인들한테 기독교를 선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젠가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었지.
일본인들한테 기독교를 전파해서 그들을 기독교도로 만든다면,
일본인들은 도덕적인 민족이 되어서 두 번 다시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을 침략하는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헌데 그런 생각은 말이지,
300년 전 조선의 유학자들이
일본인들한테 성리학을 전파하면 그들이 선량한 족속이 될테니
두 번 다시 조선을 침략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던 자세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착각일세.
기독교를 믿는 일본인들이라고 해서 꼭 선량하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내가 알기로는 전혀 그렇지도 않다네.
미국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의 자서전을 보면
현재 일본의 유력 정치인인 아소 다로가
2차 대전이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일본이 승전국이 되었을 거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네.
헌데 아소 다로는 아주 독실한 기독교(정확히는 천주교) 신자일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할 만큼, 매우 강성한 극우 인사지.
이런 아소 다로가 만약 일본의 총리가 된다면,
과연 일본이 평화로운 나라가 될까?
나는 모르겠네.
혹시 아소 다로는 진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할 텐가?
아니면 아소 다로 한 명만 보고 일본 기독교인 전체를 속단하지 말라고 할텐가?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례도 들어보겠네.
조선인 위안부들이 나이가 어리고 성경험이 적어서 성병이 없으니
일본군 병사들한테 성병을 옮길 우려가 없으니
많은 조선인 소녀들을 위안부로 끌고와야 한다고 보고서를 썼던
일본군 군의관 아소 테츠오도 아주 독실한 기독교도였지.
cafe.daum.net/historywar/2LjP/1685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9099
또한 위 링크를 보면 일본의 평범한 기독교도들이 위안부 문제나 한국에 대해서
얼마나 비뚤어진 시각을 갖고 있는지 잘 드러나지.
일본인들이 기독교인이 되면 그들이 도덕적인 민족이 될 거라는 당신의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선민의식에 찌든 편견일세.
하긴 당신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어쩌면 그런 편견을 갖는 것도 당연할지 모르지.
당신은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를 줄기차게 비난했었지.
그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왜 반일 민족주의를 싫어하는 건가?
설마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가 강해지면,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하기가 어려워서?
난센스일세.
언제는 일본인들이 기독교로 많이 개종을 했었나?
지금도 일본의 기독교도 비율은 전체 인구의 고작 1% 내외인데,
설마 이게 죄다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 때문인가?
어차피 일본인들은 기독교도 안 믿는데,
뭐하러 그런 자들의 눈치를 그리 살피는지 모르겠네.
그런데 반일 민족주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왜 중국의 반일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침묵을 했었나?
내가 알기로 한국보다 중국의 반일 민족주의가 그 정도에서
훨씬 강렬한데 말이지.
중국에서 한 번 반일 시위가 일어나면,
일본인 상점들이 전부 약탈을 당하고 파괴되고 불에 타며
심지어 지나가는 일본인이 중국인들한테 습격을 해서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었지.
중국인 자물쇠 기술자가 일본인을 죽인 일도 있었고.
이런 중국의 반일 민족주의에 대해서
왜 당신은 단 한 번도 비판을 하지 않았나?
똑같은 반일 민족주의도 한국이 하면 나쁘고, 중국이 하면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아, 당신의 지인 중에는 중국인도 있었다고 하니까
혹시 중국인한테도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소리는 일부러 안 해서 그랬나?
참 전도도 열심히 하는군.
이걸 가리켜 당신은 예수가 직접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고 했다면서 자랑했었지.
그런데 그거 아나?
그 구절은 예수가 진짜로 한 말이 아니라,
후세에 누군가가 조작한 가짜 문구일세.
예수는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어.
이건 내가 멋대로 지어낸 말이 아니라, 유명한 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견해일세.
SBS에서 방송된 다큐 프로인 신의 길, 인간의 길에 잘 나와있지.
뭐라고? 그런 신성모독적인 프로는 안 본다고?
미안, 내가 당신을 오해했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왜 당신은 일본의 혐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나?
그게 별게 아니니 신경쓸 거 없다고?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지금 일본 총리인 아베를 비롯해서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 대부분은
바로 그 혐한 정서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는데?
아, 이게 다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 정서 때문이라고?
그런 식이라면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를 불러온 유럽의 반유대주의도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으니,
결과적으로 유대인들의 책임인가?
이렇게 말하면 나치와 일본은 다르다고 펄펄 뛰겠지?
그 사이트에 당신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으니까.
이밖에도 하고 싶은 말들이 수없이 많으나,
대략 여기서 끝내겠네.
다만 당신한테 몇 가지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대략 2015년을 전후하여 내가 갖고 있던 기독교 신앙을 완전히 버리고
지금 무신론자로 살아가는 중이네.
이유는 성경을 자세히 읽어봤기 때문이네.
성경 곳곳에 흐르는 잔인한 반인륜적인 폭력과 광기, 오만, 저주................
나는 그런 내용들을 도저히 신의 계시라고 찬양할 수가 없었고,
오랜 번민과 갈등 끝에 결국 기독교를 버렸네.
당신은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를 저주했지만,
나는 당신 같은 어리석은 기독교도들이야말로
정말이지 한심하고 불쌍한 자들이라고 생각하네.
특정 민족을 모조리 말살하라고 명령하는 신과,
자신을 안 믿으면 모두 영원히 불타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협박하는 구세주란 작자를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네.
당신한테 정말로 이성의 눈이 있다면,
반일 민족주의를 욕할 게 아니라,
당신이 신성시하며 붙들고 있는 성경의 구절들을 펼쳐보게.
진정 사악하고 저주받을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