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제 일본의 모순...

카르타고 작성일 21.06.13 20: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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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역사상 아마도 가장 특이한 왕정구조인 일왕제라 봅니다.


일본의 전범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수많은 질타의 비판속에도 사실상 비껴나가는 존재인 일왕에 대해서 너무 안일한 생각을 가져선 안됩니다.


한국인 대부분은 일왕이라는게 거의 명목상 군주로 허수아비로 보는 경향이 크고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전범들에 비해서 관대한?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로인해 한일 양쪽은 좁혀지지않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왕이라는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되는것은 일본인들에게 일종의 면죄부같은 필살기입니다.


과거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왕이 실권을 쥐고 전제적인 권력을 휘두른적없고 그 권위와 지위가 대부분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승격된점은 그것이 가지는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많은분들은 입헌군주제의 일왕은 다른 나라에도 그 비슷한 예가 많고 뭐가 그리 특이 하냐고 반문하실수도 있습니다.


중세 유럽을 관통하는 중요 세계관중 양대축인 기독교와 그 정점인 교황과 비슷하며, 그에 반해서 현실에서 동떨어진 세속군주라는 특이점을 가진 정말 이상한 형태가 일왕이기도 합니다.


교황에겐 파문과 성무정지라는 강력한 무기와 각 지역의 주교임명권같은 세속적 권력을 바탕으로 오랜시간 유럽역사에 영향력을 펼친것과 대조적으로 일왕에겐 각 쇼군과 다이묘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선 메이지 이전의 일왕은 당시 민중과는 완전히 분리된 존재이고 이것은 당대의 권력자들이 추구한 결과입니다.


일단 일왕은 민심을 아우르는 종교적 성격과 당대 권력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세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며 오랜시간 그 명맥을 보존하는것이 유일한 가치였기에 그 이상의 액션은 일왕에게 암묵적으로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위치에 극적인 변화를 가지고온것이 메이지 유신이고 일본인들에겐 나름 자랑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변함없는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존왕양이라는 명분이고 이것을 일본의 민중은 진심으로 믿는 분위기입니다.


당시 유신의 주체세력인 초슈와 사츠마번들은 도쿠가와 막부에서 오랜시간 소외되었고 오랜 원한을 가진 번이기도 합니다.


두번 모두 세키카하라에서 서군편에 가담하며 모리가문은 대영지의 영주에서 중소규모 영주로 전락했으며 시마즈 역시 변경에 갇혀 오랜시간 의심받은 지역이다보니 당연히 막부에 부정적 감정이 쌓이게 됩니다.


또한 막부이후 일본의 신분제가 확고해지며 그 세분화된 계급중에서도 나름 하급무사들과 상인출신 무사들의 불만이 극심해졌고 이들중 일부는 생활고에 시달렸고 다른 일부는 엄청난 부를 쌓으면서도 하급무사라는 편견속에 무시받는것에 불만이 팽배해집니다.


이러한 타이밍에 흑선의 등장은 지금껏 절대권력이라 믿어온 막부역시 이젠 예전만 못하고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믿음에 몇가지 실수와 미온적 대처가 겹치며 불씨를 키웁니다.


이러한 불만세력은 막부를 타도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선 명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되고 역시나 일왕이라는 적절한 정치적 도구를 확보하는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합니다.


물론 이과정중 갑자기 쇼군이 급사하거나 일왕을 제대로 확보하지못한 막부측의 실수는 가뜩이나 불만이 팽배한 무사계급과 각번의 다이묘들에게 변수가 되며 일왕을 확보한 유신측은 대정봉환을 통해서 비로소 권력을 쥐게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유신측이 권력을 일왕에게 돌려줄리 없고 본격적인 내부권력싸움에 돌입합니다.


유신삼걸중 하나였던 사이고 다카모리가 주창한 정한론은 당시 라이벌이자 권력다툼에서 승리한 오쿠보에 의해서 손절되지만 이 양반도 무사도 특유의 암살로 제거되면서 정한론은 주류로서 본격적인 제국주의에 다가섭니다.


이렇게 엉망진창 내전을 거듭하며 겨우 안정기에 들어선 정국에 권력자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존왕양이를 내세웠는데 일왕에게 권력이 돌아가지않았고 양이를 몰아내자고 해놓곤 정작 막부를 타도하기 위해서 서양무기와 문물을 채택한것이 그들이고 그 과정중 당연히 쌓인 민중들을 불만을 제어할 수단이 없음 깨닫습니다.


민중들에겐 구름속의 존재나 다름없는 일왕을 표면에 내세우고 메이지정부에 필요한 정당성을 세우기 위해 일왕은 신이기 때문에 군림하는 위치로 격상시키고 그 일왕에게 위임받은 내각이 전권을 휘두르는 구조를 채택합니다.


과거 일왕은 내전에 승리하거나 실권을 장악한 쇼군이 교토에 입성하면 가지는 고유의 전리품으로 일본전역에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하며 표현하는 역할과 민중에게 신적인 존재로 종교적 의미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일왕은 항상 쇼군과 막부의 눈치를 봐야했고 정치적 발언을 하는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는 형식을 취하며 살아남았지만 유신이후에는 완전한 신적은 존재로서 부각시키고 모든것은 일왕의 의지라는 표면적 포지션입니다.


막 제국주의에 다가선 일본은 부족한 공업력과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가진 그들에게 유일하게 풍족한 자원은 신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린 일왕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칠수있는 민중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남아버립니다.


조선을 병합하고 만주를 삼키고 기고만장해진 일본에게 고질적 문제인 군대내의 상습적 구타와 폭언은 열악한 장비와 보급상태속에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전장에 오랜시간 던져놓은 병사들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용맹하긴 했으나 훈련이 부족하고 장비는 엉망이며 지휘관은 융통성없는 정형화된 전술에 집착하니 병사들의 사기가 좋을리없고 전장의 공포를 통제할 방법이 광신도같은 맹목적 만세돌격에 의지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리석은 민중들을 거대한 전쟁이라는 용광로속에 던져놓는 불씨였던 일왕의 존재는 일본의 적나라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일왕이 A급전범이고 악랄한 범죄자라 치부해도 일본인들은 절대 수긍할수없는것은 그 존재자체가 신이기에 그 어떠한 책임도 물을수없으며 이미 내각차원에서 정리가 되었다는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즉 아무리 총리가 사과를 하거나 반성을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표현일뿐 일왕의 의지를 반영하는 내각차원에서 내린 판단이 아니며 일왕에게 잘못된 충성을하는 불충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일본정부에 사과를 촉구하고 비판한들 공식적 사과를 받을수없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일왕이 시원하게 사과하면 되지않냐라고 반문하실텐데 이 또한 쉽지않습니다.


유신의 진행과정과 그 이후 일왕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 권위가 수직상승했으나 애초에 권력탈환에 목표를 가지고 이루어진 쿠데타 세력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일왕을 격상시키진 않았습니다.


과거 일왕은 쇼군이나 지방의 다이묘를이 보내오는 공물로 연명해야했고 이로 인해서 즉위식까지 연기할만큼 곤궁한 생활을 했기에 왕실로선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은건 확실해보입니다.


일본의 총의이며 모든것은 일왕의 의지이며 일왕것이라고 해놓고 정작 왕실을 유지하는 궁내청은 내각에서 집행하는 예산을 가지고 운용하게끔 하며 일왕은 역시나 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각에 일임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결국 왕실을 유지하기 위해선 궁내청이 필수지만 그 궁내청은 실질적으로 내각산하에 있고 그 예산을 결정하는것 역시도 당대의 권력자이니 왕실을 포기하면서까지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한다는것이 될리가 없습니다.


2차대전 이후 일본왕실은 미군정이라는 새로운 권력자를 맞으며 취한 태도가 일본왕실의 근본적인 포지션이라 봅니다.


개인적 생각으론 나름 정치적 야심이 있는 맥아더원수가 향후 영향력과 입지를 위해선 시급히 일본국내를 안정화시킬 필요성이 다분했으며 일왕사면을 위해서 빗발치는 일본각지의 편지나 성토에 적당한 계산이 부합한 결과로 봅니다.


일왕을 사면함으로 일왕은 맥아더원수와 미군정을 쇼군과 막부로서 대처했고 미군이 그토록 걱정했던 일본내 반발이 무마됩니다.


한마디로 일왕과 맥아더의 악수하는 사진 한컷이면 충분한것이 당시 일본 민중의 신앙이니 말입니다.


내각이 개판을치고 엉망이면 그것은 일왕에 대한 불충이며 뜻을 잘못해석한 대신들의 책임일뿐 일본의 총의를 대표하는 일왕과 무관하다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우리는 그짓거릴 반세기 이상 당하면서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왕을 비판하고 공격한다면 이것은 사실상 일본과 전면전 상황이라 할만큼 양국간에 절대 이해할수없는 접점을 관통하기에 신중해야 하지만 절대로 일왕은 허수아비니까 그냥 넘어가도 된다는식의 생각은 정말 위험합니다.


도조가 쓰레기고 일본군 장성들이 미친 살인마들이니 떠들어도 그들이 진심이건 아닌건 충성을 다한 일왕은 절대 그 전쟁범죄에서 자유로울수 없으며 근본적인 책임자로서 거론되어야하며 잊어선 안될 우리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본인은 지금까지 그토록 잘 써먹어온 일왕제를 일본의 권력자들이 포기할리없고 오랜시간 왕실을 유지하는것에 노하우가 쌓인 일왕실이 군주제를 포기할리 없으며 민중들은 여전히 일왕을 신으로 섬길것으로 생각합니다.


일왕은 우리가 절대 용서할수없는 불구대천으로 원수로서 기억해야할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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