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장관에게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가석방의 결정권자는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입니다만, 이재용 가석방에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을 리가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섰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결국 가석방으로 풀어준 건 사실입니다.
박범계 장관이 가석방을 허가하며 발표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
유전무죄, 삼성공화국이란 말을 참 고급지게 잘 했네요.
가석방이라도 하지 않으면 사면까지 가야한다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란 변명이겠지만 참 비겁합니다.
무슨 변명을 갖다 붙이든 [돈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민주국가를 이루고 있는 행정, 사법, 입법의 시스템도 이재용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겁니다.
믿고 지지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꼴을 또 봐야한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낍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이재용이 최소한 이번만큼은 선고받은 형기를 끝까지 마치고 나오길 바랐습니다.
그동안 삼성이란 재벌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누린 혜택과 특혜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아버지 이건희의 원포인트 특별사면에서부터 온갖 범죄들로부터 자유로웠던 삼성 일가 아닙니까?
이재용은 무려 86억 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판결로 겨우겨우 2년 6개월 받은 것이고 내년 7월이면 만기 출소입니다.
만약 이번에 가석방이 아닌 형기를 모두 채우고 나왔다면
그래도 삼성 일가에 대한 이미지는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저부터라도 ‘그래도 이재용은 콩밥 먹으며 만기 출소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기대마저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가석방이 됐으니 이제 경영권 복귀도 시켜줘야겠죠.
이재용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제한이 걸려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가석방 시키면서 그런 거 하나 고려 안 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재용은 아직도 재판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최소 몇 년은 더 걸릴 겁니다.
이번 이재용의 가석방은 선례로 남아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소환될 겁니다.
첫 단추를 잘못 뀄을 때의 역사적 사례들을 그렇게 경험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