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나온다. 후보 검증은 필요한 일이고 범죄 혐의가 있다면 이재명 예비후보 말대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다만, 상식에 근거하지 않은 막무가내 주장은 가려볼 필요가 있다.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분당 정자역에서 30분 정도 걸어 228m 짜리 야트막한 진재산을 넘으면 대장동이 나온다. 성남시청보다 의왕시 경계에 더 가깝다. 워낙 구석진 곳이라 성남 토박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불과 5년 전까지, 이곳엔 띄엄띄엄 농가가 있고, 그 사이에 밭과 비닐하우스가 있는 농촌마을이었다.
1990년대, 대장동 근처에 1기 신도시 분당이 들어섰다. 2000년대엔 북쪽으로 1.3km 떨어진 곳에 판교신도시가 조성됐다. 대장동도 개발하자는 계획이 검토됐고 곧 투기 바람이 불었다. 2000년, 당시 대한체육회 회장이 성남시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을 알선한 대가로 대장동 땅과 골프장 회원권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투기에 비리 사건까지 터지자 개발을 검토하던 LH 전신 대한주택공사는 계획을 잠정 중단한다.
몇년 뒤, 논의가 재개됐다. 그런데 ‘LH가 아닌 민간에 개발을 맡겨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성남시 지역구 의원이던 새누리당 신영수는 민간 개발 전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했다. 압력이 거세지자 LH는 개발 사업을 돌연 포기했다. 이후 비리사건이 또 터졌다. 신 의원 특별보좌관으로 있던 친동생은 2010년 “민간 개발로 바꾸도록 도와달라”며 개발업자가 준 돈 2억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같은해, 이재명 시장이 당선됐다. 이 시장은 민간개발을 중단시키고 공공개발을 다시 추진했다. 그렇게 최종 확정된 ‘대장동 개발’은 여의도 광장 4개 넓이(92만m²)의 시골마을을 5,900세대, 1만6천명이 살 수 있는 ‘미니 신도시’로 만드는 사업이었다.
부동산 개발이 어마어마한 수익을 남긴다는 건 통념이다. 값싼 논, 밭, 야산을 밀고 비싼 아파트를 지어 파는 일이니 그 수익이 오죽할까 싶다. 하지만 오해다. 성공한 사례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현실에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땅주인들을 일일이 설득해 ‘동의한다’는 도장을 받아야 한다. 쉬운일이 아니다. 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 더 많은 돈을 받아야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찌어찌 법에서 정한 수준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아파트가 들어서야 할 정도로 거주 수요가 있는 것인지, 들어설 경우 교통·교육·생활편의 시설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등을 살핀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십 수년째 ‘추진’ 단계에서 멈춰있는 개발 사업이 부지기수다.
성남시 같은 공공이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용 법률이 수익사업에서 공익사업으로 바뀐다. 토지는 수용된다. 땅주인 동의를 일일이 구하지 않아도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 허가권을 가진 주체가 직접 개발하니 심사 리스크도 사실상 사라진다.
당시 이재명 시장은 “시민이 맡긴 인허가 권한으로 생긴 불로소득은 시민들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성남시엔 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같은 공기업이 없었다. 개발을 LH가 하면 일부 이익이 성남시로 돌아오지만 대부분은 직접 일 한 LH가 가져간다. GH 역시 마찬가지 구조다. 민간이 가져갈 이익을 공공이 가져올 발판을 만들었지만, 성남시가 직접 가져올 수단이 없었다.
이 시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기로 했다. 대장동을 직접 개발해 수익을 모두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2년, 시의회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출연금 조례’가 상정됐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새누리당 반대가 극심했다. 조례안을 두고 등원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팽팽한 대립은 이듬해 시 예산 처리까지 영향을 줬다. 2013년 예산은 2012년 12월 31일까지 시의회를 통과해야 했는데, 개발공사 설립으로 대립하던 의회는 결국 법정 시한을 넘겨버렸다. 성남시는 결국 본예산 대신 예비비로 이듬해 시정을 시작했다. 도시개발공사 조례안은 석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가까스로 시의회를 통과했다.
논란 끝에 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지만, 신설 공사는 대장동을 미니 신도시로 만들 돈도 실력도 없었다. 고민 끝에 이 시장은 신설 공사가 민간과 함께 하는 민관합작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 공사와 민간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가 사업을 추진하되 이익을 상당부분 성남시에 귀속시킨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성남의뜰이고 성남의뜰이 사업(땅주인에게 보상하고 인허가를 추진하는 일)을 위탁한 회사가 바로 화천대유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길고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화천대유가 가져간 이익이 부당하게 많은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설 성남도시공사는 2015년 2월 13일, ‘대장동 미니 신도시 개발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낸다. 공고문에는 76페이지 분량의 지침서가 포함됐다. 지침서는 누가 사업을 할 것인지, 언제까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수익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규정한다.
공고문은 신설회사 지분율을 확정한다. 성남도시공사가 50%+1주 지분을, 민간사업자가 50%-1주로 규정했다. 공사가 과반 이상 의결권을 확보해 의사 결정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회사 설립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정했다. 공사가 25억원+1주가격, 민간사업자가 25억원-1주가격을 내는 것이다. 일각에선 ‘자본금 50억원 회사가 수조원 이익을 남겼다’는 말이 마치 의혹처럼 회자된다. 이를 근거로 수익률이 수천%에 달한다는 계산도 제시한다.
자본금은 ‘장사 밑천’이 아니다. 자본금이라고 하면 식당 하나 차리는데 들어가는 보증금이나 인테리어 비용 총액을 떠올리기 쉽지만, 오해다. 회계상 자본금은 ‘주주들이 최초에 회사를 만들때 낸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돈(자본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매출액은 166조원에 달하지만, 자본금은 그 1%에도 미치지 못하는 9천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삼성전자가 자본금 대비 수백배 부당 수익을 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할수 있는 대상과 구조가 아니거니와 사실과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과 일부 언론이 “화천대유가 자본금 5천만원 대비 1천배 넘는 수익을 거뒀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그 말을 하는 사람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도 이런 계산이 성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언론사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지침대로, 공사가 절반, 민간이 절반 돈을 내고 설립한 회사 이름이 성남의뜰이다. 회사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최대주주는 50.0001%를 소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고, 나머지 49.9999%를 하나·국민·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5곳과 문제의 화천대유가 나눠서 가지고 있다. 애초 성남시 구상에 맞게 주주가 구성된 것이다. 공사가 과반 이상 주식을 가져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화천대유 지분율은 알려진대로 1%, 정확히는 0.9999%다. 일부에선 ‘화천대유가 1%도 안되는 지분으로 사업을 좌지우지했다’고 주장한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과반 이상의 주식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화천대유가 무슨수로 좌지우지 하나? 화천대유 관계자는 “주주총회에 가면 우리는 발언을 하나도 못한다. 이사 추천도 못한다”고 ‘중앙일보’ 기자를 만나 털어놨다. 주식회사 구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핀치에 몰린 회사 관계자의 거짓말이라기 보다 솔직한 하소연에 가까워 보인다.
화천대유가 ‘사업을 좌지우지’ 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성남의뜰이 화천대유에게 모든 사업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성남의뜰은 일반적인 회사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성남의뜰은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다. 형태는 법인이지만, 서류상으로 존재할 뿐 실체는 없다.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업을 위한 다리, 혹은 사업 계약서에 가깝다. 회사 지분율은 향후 발생할 이익의 배분 구조를 의미한다.
이런 회사를 왜 만들까. 자금 조달 부담을 나눠지고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때 손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개발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기존 논·밭 매입 자금이 필요하고 주택이 있으면 이주 대책도 세워줘야 한다. 매입한 부지를 깨끗하게 철거하고 상하수도, 전기, 도로 등을 건설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의 경우 이렇게 들어가는 돈을 1조5천억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개발 수익이 한참 뒤에 발생한다는 데 있다. 당장 땅주인에게 돈을 줘야 하는데 돈은 수년 뒤 아파트 분양이 끝나야 나온다. 때문에 초기 비용은 대부분 빚을 내 해결한다. 사업이 잘 될지 안될지 확신할 수 없는데 수천억원을 빌려줄 은행은 없다. 성남의뜰 주주에 5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으로 참여함으로써 사업 완수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더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낯선 구조지만 업계에선 당연한 절차다. 모두 이렇게 일 한다. 이 구조를 두고 페이퍼 컴퍼니 운운하며 음모론을 피우는 건, 자본금 대비 수익이 높다는 주장 만큼이나 황당한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 성남의뜰은 주주이자 주요 대부처인 하나은행, 기업은행, 동양생명 등으로부터 모두 7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약정한다. 사업은 그 대출로 진행됐다. 성남시나 도시개발공사는 비용 부담 없이 개발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남의뜰과 공사는 특별한 약정을 하나 더 맺는다. 수익 배분에 대한 약정이다. 공사는 개발사업으로 발생할 전체 이익을 특정 규모로 예상하고 그 예상에 따라 4,583억원을 공사에게 우선 지급해야 한다고 약정 했다. 개발사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성남시가 우선 받을 수 있게 의무화한 것이다. 대신 4천5백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얼마가 됐든 민간사업자에게 귀속되는 약정이었다.
실제 개발이익이 얼마였는지에 따라 약정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6천억원을 남길 수 있다고 보고 4천5백억원을 가져갔다면 개발이익은 이 시장의 구상대로 상당부분 환수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익이 1조원이 나왔다면 성남시가 환수한 개발이익은 절반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후자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사업이 추진될 2015년은 부동산 침체기였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고,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도 덩달아 급증했다. 싸게 사들인 논·밭이 2~3년 뒤, 비싸게 팔렸다. 결국 성남시가 우선 환수한 4천5백억원은 실제 수익에 비해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성남의뜰 공시 보고서를 보면 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한 순이익은 6천억원을 넘어섰다. 사업 기간이 1년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는 이익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와 성남의뜰이 맺은 약정의 핵심은 성남시가 ‘우선’ 이익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개발이 모두 끝나고 총이익에서 주주비율대로 정산했다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재명 시장으로서는 대장동 개발로 발생하는 수익을 공공이 환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기가 정해진 민선 시장으로서 추가 재원을 빨리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 경기에 따른 리스크를 줄인 측면도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업참여자 수익이 너무 많다고 판단해 920억원 규모의 기반시설을 사업자가 시행하도록 조치해 추가 환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 규모는 애초 4천5백억원에서 5천5백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약정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갑자기 빼앗긴 민간사업자는 “이재명이 공산당 같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화천대유는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얻은 것일까. 성남의뜰은 2018년부터 약정에 따라 배당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성남시에 지급했다. 같은 기간 화천대유를 비롯한 민간 주주들도 수익을 얻었다.
배당은 주식의 종류에 따라 금액이 다르게 약정됐다. 민간사업자들은 일반적인 주식인 보통주를 받았고 공사와 은행은 우선주를 받았다. 공사의 우선주는 수익을 일찍 환수하는 대신 배당률이 적었고, 반대로 민간의 보통주는 배당률이 높았다. 이같은 구조에 따라 민간회사인 화천대유가 배당으로 가져간 금액은 577억원 규모다. 지난해까지 성남의뜰이 실시한 전체 배당액 5천900억원의 10%수준이다. 지분 1%에 불과한 화천대유가 배당액 10%를 가져간 셈이다. 과도해 보이지만, 앞서 살펴본 수익환수 시점·약정·배당구조를 감안하면 특혜라고 보기 힘들다.
주주 중 눈에 띄는 것은 SK증권이다. 지분율은 6%다. SK증권은 투자자 6명의 자금을 신탁받아 성남의뜰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증권이 주주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주주는 투자자 6명인 셈이다. 6명이 보유한 주식은 화천대유와 같은 보통주였고, 때문에 배당액도 매우 높다. 투자자 6명이 받아간 배당금은 3,463억원에 달한다.
투자자 6명이 누구인지, 배당률 선정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들과 이재명 후보자와 관계가 있는지는 의혹 제기를 넘어서는 수사의 영역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후보자는 “대장동 공영개발에 대한 수사를 공개의뢰한다. 제기되고 있는 모든 왜곡과 조작을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수사해달라. 모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로 확보한 5천5백억원은 성남시정에 쓰였다. 미니 신도시로 조성되는 대장동 인근에 터널을 뚫고 도로를 만드는데 1천억원이 쓰였다. 2천700백억원은 제대로 된 공원 하나 없는 성남시 한복판에 자연공원을 조성하는데 배정했다. 이 후보는 과거 도지사 선거 시절 “5천5백억원을 성남시가 벌었다. 그 돈으로 팍팍 썼다. 그러고 나서도 1,800억원이 남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선거법 위반이라고 봤다. 1,800억원은 아직 환수되지 않았는데 환수된 것 처럼 말했다는 것이 공소 이유였다. 약정대로 들어오기로 한 돈을 들어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검찰 공소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