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4년 전 '중동 외교' 물꼬 튼 MB에 300억불 투자 성과 공유
MB '중동 특사 역할론' 기대감…대통령실 "건강 회복이 최우선"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명박(MB) 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달러(약 37조2000억원) 투자 유치 등 경제외교 성과를 공유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이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UAE 국빈 방문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하고, UAE 측과 친분이 두터운 이 전 대통령의 역할과 관심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300억달러 투자'는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에서 일궈낸 대표적 성과다. 윤 대통령은 순방 후 첫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에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 구축 등 후속 조치를 지시하고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300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이유로 '신뢰'를 언급했는데, 양국의 특별한 인연은 지난 2009년 한국 최초의 수출 원전인 '바라카 원전' 수주를 따냈던 MB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라카 원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자원 외교'의 최대 결실로 꼽힌다. 지난 14년간 예정된 기일과 예산 범위 내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해 총 4호기 중 현재 1·2호기가 상시 가동 중이며, 3호기는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 2016년에도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찾아 한국 근로자를 격려하는 등 바라카 원전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모하메드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만난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을 물으며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모하메드 대통령이 왕세제 시절일 때 한국 원전 수출의 첫 물꼬를 튼 분으로 현재까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공유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도 UAC 측의 300억 달러 투자 소식을 듣고 "큰 성과를 거뒀다"며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MB정부가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고 아크부대를 보내서 UAE와 깊은 신뢰를 맺었다"며 "중동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의 신뢰가 여전히 돈독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중동 특사론'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부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제2 중동붐'에 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관저 초청이나 UAE 특사는 아직 언급하기 이른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건강이 회복되고 나서 이 전 대통령이 역할을 해 준다면 정부로서는 매우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