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30년→적어도 30년.’ 일본 언론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염수 방류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쓴 표현이다. 오염수 방류 종료 시점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방류 계획이 그대로 지켜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연료봉 잔해물 속수무책…오염수 무한정 늘어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성 핵종을 기준치 이내로 제거한 뒤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는 것을 큰 틀로 하고 있다.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며, 노심용융을 일으킨 연료봉의 잔해물(데브리)과 만나 매일 90~140톤에 이르는 새로운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쪽은 오염수를 담은 저장탱크를 치워야 데브리를 보관할 장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오염수의 양이 늘면서 데브리 제거엔 손도 못 대고, 이로 인해 배출해야 할 오염수의 양이 늘어 방류 기간만 무한정 늘어나는 악순환에 봉착했다. 후쿠시마대 연구자들이 모인 협의체 ‘후쿠시마 원탁회의’가 지난 21일 ‘지하수 유입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어 오염수 방류를 막판까지 만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 134만톤 중 배출 기준 맞춘 양 30% 불과
도쿄전력의 발표에 따르면, 알프스 처리를 거친 오염수 134만톤 가운데 일본이 설정한 배출 기준을 맞춘 것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알프스의 성능은 물론 필터 점검 등 운영에도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결과다. 정부는 현지 점검에서 이런 문제를 파악해 일본에 알프스 필터 점검주기 단축을 권고했지만, 일본은 ‘설비 개선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겠다’며 권고 수용을 유보했다. 과학계에선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담보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알프스로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유해성 논란도 여전하다. 일본 정부는 해수로 희석해 1리터당 1500베크렐(㏃) 이하로 맞추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삼중수소가 해양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주도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 쪽으로부터 희석 뒤 삼중수소 농도 등 방류 관련 자료를 매 시간 제공(누리집 내 한국어로 공개)받고, 오염수 방류 현장의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소에 우리 쪽 전문가를 ‘정기 방문’시켜 방류 현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상주가 아닌 방문 점검으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점검이 가능할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055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