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 집무실로 쓰였던 청와대 건물들을 관광시설로 리모델링하는 데
2년간 176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지 않았으면 쓰지 않아도 될 예산이란 점에서,
야당에선 “대통령실 이전비용이 끝없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한겨레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정부는 청와대 종합정비사업비로 2024년에 75억원, 2025년 101억8600만원 등
2년간 17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일 개방된 청와대를
역사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1년을 맞아
청와대 내부를 역사·문화·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세계적인 관광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청와대 개방 두달 뒤 문화재청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향후 청와대 활용 방향 설문조사에서는
원형 보존(40.9%)이 문화예술공간 조성(15.2%)
답변을 훨씬 웃돌았지만, 결국 예산을 대거 들여 본격적인 청와대의
복합시설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책실장실이 있던
여민2관은 도서관과 카페 등 다목적 휴게시설로,
국민소통수석실과 국가안보실이 배치됐던 여민3관은 공연 관련 부대시설로 바뀐다.
청와대 출입 기자실과 브리핑실이 있었던
춘추관은 전시실과 공연을 위한 다목적실로 재탄생한다.
경호동은 업무용으로 구조를 변경한다.
예산 대부분은 공사비(162억원)로 지출된다.
정부는 내년 1월 설계를 공모한 뒤, 2025년 2월까지 정비사업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정비사업 예산을 포함해 시설조경관리(62억원), 관람편의시설 확충(16억원),
청와대 입·퇴장 관리 및 관람신청예약시스템 운영(172억원),
역사문화공간 조성(3억5천만원) 등 정부가 내년도에 편성한 청와대 관련 예산은
330억원으로, 전년도 편성 예산(235억원)과 견줘 40%나 늘었다.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정비사업(75억원) 외에도 청와대를 개방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143억원에서 172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야당은 이를 용산 이전에 따른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드는 ‘기초공사비용’ 정도였을뿐
파생 비용이 계속 불어나고 있어서다.
앞서 대통령실도 늘어난 관저 공사비용 등을 포함해 이전 비용을
516억9천만원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김두관 의원은 “용산 이전에 따른 도미노 예산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며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은 20% 이상 삭감돼 과학기술계 연구원들의 손발이
묶였고, 공공주택 예산도 크게 줄었다. 청와대 리모델링에 100억원을 넘게 쓰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