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복이

스토리텔러 작성일 17.05.14 16: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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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고양이 이리 와." 하는데 저한테 바로 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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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키우는 고양이 인줄 알고 막 만져 주는데 담당 대리님이 오셔서는

 

"이놈 봐라. 신기하네 딴사람한테는 도망가더니 니한테는 안 그러네?"

"어? 여기서 키우는 거 아닙니까?"

"아니다. 길고양이 같은데 공장장이 개사료 준걸 먹고 사라지더니 또 왔네."

 

대리님을 보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가는 고양이. 그게 이 녀석과의 첫만남이었습니다.

 

그다음날, 같은 일로 그 거래처를 또 같습니다. 일이 좀 길어져서 좀 오래 머물러 있는데

또 이녀석이 보입니다. 이제는 아예 저를 보더니 배를 뒤집고 눕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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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저걸보니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도 저는 끝까지 키울 자신이 없는데다 이제 정들면 큰일날까 싶어 억지로 좇아 냈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그냥 놔둘껄 괜히 모질게 그랬다며 후회했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근데 넥스트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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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에 그녀석이 또 있었습니다. 공장 사람들 얘기로는 좇아내도 계속 온다더군요.

그리고 또 절 보자마자 머리를 비비면서 배를 뒤집습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길고양이 간택인가? 아니야 저자식의 악마의 행동에 속으면 안 된다.....'

고 생각하면서 이 녀석을 태우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급하게 사료하고 간식, 목욕시킬 샴푸, 변을 볼 모래와 모래통을 먼저 샀습니다.

아버지께서 짐승을 싫어하시는 편은 아니시지만 똥오줌 못가리는 건 굉장히 싫어하십니다.

 

간단히 목욕을 시키고 나니 곳곳에 다친곳이 많이 보이더군요.

주말이라 바로 병원에는 못 데려가고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데리고 갔습니다.

 

"아기 이름이 뭐에요?" - "아직 없는데요...."

"몇 개월이나 됐죠?" - "잘 모르겠는데요...."

"주인 아니세요?" - "맞긴한데..... 길고양이를 줏어온거라....."

 

간호사가 알았다는 듯 바로 접수를 해주었습니다. 그게 제 인생 첫 동물병원 방문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사람 손은 타지 않은 고양이 같고 영역이나 먹이 싸움하다 다친 것 같다고 하십니다.

1년 정도 되어서 다 큰 고양이고 숫놈, 발정기라 집나갈 수도 있다고 중성화 수술을 권하셨습니다.

우선 예방주사 맞히고 염증주사 다친곳 소독했습니다. 진료비는 5만원......

작년 제 의료비보다 더 많이 나왔군요..... 동물병원이 비싸군요.

 

그리고는 다시 거래처로 향했습니다.

주말에 키워보니 도저히 돌봐줄 자신이 없어 다시두고 올 작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치료해 주고 잠시나마 편하게 먹여주고 재워줬으니 할도리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나쁜 생각이었죠. 근데 그런 생각은 기우였는지 녀석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제가 안 보이는 먼곳으로 도망갔습니다. 망할놈의 고양이 새....... 

아버지 말씀이 옳았습니다. 고양이는 요물인거.....

지할꺼 다하고 처먹을꺼 다 처먹으니 도망가는군요.....

아쉬운 입맛을 다시고 그냥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다시 일을 봤습니다.

그날따라 일이 계속 길어져서 좀 오래 거래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미 고양이 생각은 잊고 있었죠. 다시 나왔을 땐 해가 저물 무렵이었습니다.

 

사무실로 가려고 하는데 기분탓인가?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주위를 봐도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혹시나 해서 차 밑을 봤는데 녀석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저한테 와서 배를 뒤집습니다. 아놔.....

그걸 본 공장 직원이 얘기하길 쉬는 시간부터 거기있었다고 하더군요. 무려 두시간이나.....

결국 이 녀석 나 아니면 어쩔 수 없다 생각이 들어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를 한달.....

앞으로 버림받지도 말고 싸우지도 말고 복만 받으면서 살라고 이름을 복이라고 짓고

집에서 열심히 집사 노릇 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집사가 되었네요......

처음엔 막 머라 그러시던 아버지께서도 이젠 복이가 귀여운지 별말씀 안 하십니다.

 

사고칠 때는 미울때도 있지만 집으로 데려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이제 평생 뒤치닥거리 할 일만 남았지만 뜻밖의 집사노릇 제대로 해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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