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이 급작스럽게 해외지사로 발령이 나서, 5년전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파양 받았습니다.
대형견을 키우는것도 처음이고, 제가 동물털 알러지가 있어서 부랴부랴 실외 견사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키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반려견은 항상 주인이 계속해서 관찰해가면서 케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실내에서 키워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몇 일전까지는 사료도 잘 먹고 건강했는데, 갑자기 3일전 부터 기운이 떨어지고 그 식탐 많던 놈이
사료를 거부합니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장염같다고 주사와 약을 처방해줬는데도, 사료를 먹지 못하고
오늘 갑자기 무지개 다리를 건넜네요
비록 성견이 되서 파양받았지만, 저에게는 정말 사연 많고 고마운 놈 입니다.
제가 섬유근육통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 놈이 산책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같이 의무적으로
산책을 시켜주다 보니, 10분 걷는것도 통증때문에 아파서 힘들었던 제가 한시간 이상 무리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고, 30분 이상 같이 뛸수있게 용기가 되어줬고 친구가 되어줬고 러닝메이트가 되어주었습니다.
덕분에 건강을 되찾게 되었고, 말 잘듣고 덩치에 비해 순하고 겁도 많은 놈이라 가족 모두가 너무나도
아꼈습니다. 이놈 하고 어디든지 막 다니는게 너무 든든하고 듬직했고, 똑똑하고 너무 잘생겨서 사람들한테
자랑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잘 지내다가 갑자기 떠나버리니 슬픔보다는 허무함이 큽니다. 후회도 되고요,
좀 더 잘해주고 좀 더 산책좀 많이 시켜주고, 좀 더 좋은 사료 간식 많이 줄 껄………
어디 넋두리 할 곳도 없고, 여기에다라도 이놈 얘기를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꺼 같아 한탄 좀 해봄니다.
개와 인간 종을 떠나 가장 친했던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심정입니다. 혹시나 짱공에 반려동물 키우시는
형님들은 나중에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더라도, 최대한 후회 없도록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서 눈을 감을 때. 수많은 애견인들이 말 하는 거 처럼
저승에서는 가장 먼저 누리가 마중 나왔으면 좋겠네요, 몇 일 동안 밤이 굉장히 길어질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