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페널티킥 두번이나 빼앗았고 오프사이드 잘못 봤고, 또 우리의 골결정력이 부족했고 몇번 공간을 내준 수비가 불안했다는 등 분해서 할 얘기가 많았을텐데 최수종은 차분하게 우리의 K리그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전날인 23일 아침 TV프로에 박사 2명이 출연해 말한 "'우리나라 사람들도 축구를 알고 즐겨야 한다. 외국사람들은 자국리그 즐기고 경기를 본다.'는 얘기가 귀에 쏙 들어온다"며 "2002년때도 열기가 결국 K리그로 못 옮겨가고 손님하나 없었다. 월드컵을 전쟁마냥 좋아했지만, 제발 이번만은 선수들 돌아오면 K리그에 박수치고 응원하자"고 했다. 그래야 우리에게 또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있단다.
지난 1993년쯤 KBS '열린음악회' 유럽공연 취재차 독일에 갔을 때 프랑크푸르트 공항서 내려 버스타고 숙소로 가는데 길거리에 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가이드에게 '웬 사람이냐'고 물었다. 초겨울에 진눈깨비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불구, 연인이고 친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핫도그 하나씩 들고 양 길거리와 버스위를 가로지르는 육교에도 가득 메워져 있었다. 가이드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팀 경기인데 독일 축구팬들은 보통 이렇다"고 했다.
지난 19일 새벽 프랑스전이 있을때 경기끝나자마자 새벽 출근했을때도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 이른 아침, 더구나 월요일인데도 서울의 동네 목동에서 여의도에서 빨간 붉은악마 티를 입은 젊은 친구들은 프랑스와의 무승부에 아직도 흥분했고, 길거리에서 응원의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괜찮았던 무승부'이기도 했지만 집에 갈줄 모르는(?) 붉은악마의 열성이 아주 흐뭇했다.
그런데 이 흐뭇함이 얼마나 오래갈까.
마침 오늘 24일 16강에 탈락돼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승리의 축하메시지를 하려하다 격려메시지로 바꿀수 밖에 없었던 그 최수종의 '축구 메시지'가 이 흐뭇함을 확 깨웠다. 그는 지난 4년간 고생한 축구대표들에게 "수고했다"는 덕담을 하면서도 앞으로 또 4년 태극전사들이 사람없는 축구장에서 고생해야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걱정했다.
왜 우리는 월드컵때만 열광할까?
최수종은 "유럽 남미의 강팀들은 다 그나라 축구팬들이 진정 축구를 사랑하는 토양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맞다. 그래서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고,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가 있고 아르헨티나의 보카 쥬니어도 있고, 브라질의 상파울루FC가 있었다. 여기서 베컴이 라울이 크레스포가 호나우두가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서포터가 축구장 넘치는 명문구단이 있나?
가족 친척에 구단관계자에 몇안되는 서포터즈가 스탠드에 썰렁히 서있는 울산 현대, 전남 드래곤즈, FC서울의 초라한 K리그가 있었을 뿐이다. 정말 정치만 말고, 축구에서는 진정 지역감정이 불뚝불뚝 일었으면 좋겠다. 서울의 상암에서 울산의 문수에서 전남의 광양에서, 프랑크푸르트에서 본 분데스리가의 가득한 행렬을 보았으면 좋겠다.
비록 스위스에 졌지만, 우린 골결정력과 허술했던 수비를 탓할수 없다. 잘뛴 이천수와 조재진과 함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