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분데스리가 활약상

Xsports 작성일 06.08.12 0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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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스페인 에스파뇰을 맞아 극적인 3:3 동점골 터뜨림.
5만 관중 차붐! 환호.
승부차기로 레버쿠젠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UEFA컵 우승.

신문 톱기사

" 지구 최고의 선수 '차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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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시가 온통 차붐 축제

8년만에 UEFA컵이 서독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내 품으로.

뜨거워서 터질 것 같은 팬들의 열과오가 환호하는 8년 전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하늘에서는 '원더풀, 이렇게 아름다운 날' 이라는 왈츠가 높은 테너 가수의 음성으로 쏟아지고

관중들은 함성과 흥분으로 운동장을 덮고 있었는데 간간히 보이는 노란 바??까만 붓글씨의

응원 프래카드는 나에게 또 다른 흥분을 더해주었다.

'범근아, 너 알지. 끝내줘라.'

나의 세번째 골이 터졌을 때부터 UEFA컵은 내게 돌아오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나이 34세.

바로 그 감격스러웠던 순간에 나의 축구 인생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충동은 너무 감상적인

것이기만 했을까. 더 이상 바랄 것도, 바라고 싶은 것도 없었다.

왁*껄 집으로 몰려들었던 한국 손님들이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떠난 것은 새벽 2시였다.

도무지 잠자리에 들수 없는 흥분 떄문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파티장에 다시 돌아갔을 때는 레버쿠젠 시도, 파티장도 온통 취해 있었다. 깊은 밤에 빵방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자동차, 어깨에 어깨를 걸고 훈훈한 초여름 밤을 맥주로 식히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무리들이 레버쿠젠을 온통 메우고 있었다. 취한 경찰이 팬들과 어울려 '오 미스터 나이스'를 신나게 부를 때 푸른 제복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입는 것인지를 그들은 잊은지 이미 오래된 듯해 보였다.

...

파티장에 들어선 나를 끌어안은 감독과 부인의 벌겋게 젖은 눈은

지난 세월 동안 그와 우리가 나눈 고통과 밀담을 소리없이 생각나게 하고 있었다.

눈물과 웃음이 결국은 같은 듯이 고통과 영광은 같은 무게로 우리의 인생에 매달려 있는 모양이다.

...

'이 컵은 나의 이별의 왕관이다' 라고 반쯤 취해서, 아니 하나도 안 취해 있던 감독은 소리쳤다.

나는 그때 뭐라고 소리쳤을까. 그 밤의 모든 일들이 꿈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오픈카를 타고 시민들 사이를 누비며 8년만에 안아본 UEFA컵은 어느새 살찐 아들 녀석처럼 훨씬 무거워져 있었다.



- 차범근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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