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시즌 8승 6.2이닝 2실점 10분짜리 하이라이트..

쿠쿠그쿠 작성일 06.09.04 18: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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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에 그토록 목말랐던 1승에 5연속 실패, 4패만 당했던 김병현(27ㆍ콜로라도 로키스)이 9월 첫 등판에서 같은 NL 서부조 선두인 다저스의 덜미를 잡고 시즌 8승째를 거뒀습니다.

최근 7연승의 무서운 상승세인 다저스 타선을 6.2이닝 동안 산발 8안타 2실점으로 막았고, 타석에서는 세번 연속으로 희생번트를 완벽하게 성공시켜 대량 득점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6-2로 앞선 가운데 닥친 5회 만루 위기에서는 자신의 앞으로 날아드는 땅볼을 잘 막은 뒤 1-6-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다저스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공격적인 피칭과 강공일변도의 피칭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병현은 이날도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했지만 무조건 타자들과 죽자 사자 덤비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중계팀에서 사용한 스피드건이 조금 늦게 측정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김병현의 패스트볼 스피드는 89마일(143km)이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타자들의 체감 속도는 확실히 위력적이었던 것이 빠른 공에 헛스윙이나 밀리는 모습이 수차례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공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사용하는 로케이션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다양해졌습니다.

대체적으로 낮은 공을 많이 가져가려도 노력하는 것은 여전했지만(그리고 꼭 필요하지만) 높은 공도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 눈높이의 폭을 넓혀 놓았고, 쉬라이버 구심의 스트라이크존 좌우 폭이 좁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쪽과 바깥쪽도 활발히 오가면서 타자들을 요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지난 5게임에서 6개나 얻어맞았던 홈런을 이날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위기에 몰리면 더욱 흔들리던 악습도 탈피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날은 득점권에서 9타수 2안타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세게임에서 19실점을 하면서 평균자책점이 12.21이었는데 특히 득점권에서 평균자책점은 무려 17.80으로 위기에서 유난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8안타를 맞았지만 그중에 두개는 빗맞은 것으로 운이 없었고, 세개는 타자가 재치 있게 배트를 갖다 대면서 만들어낸 안타였습니다. 정타로 맞아나간 안타는 그만큼 적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똑같은 8안타로 남지만, 투수 본인이나 타자들이 느끼는 감은 전혀 다르지요.

역시 마운드 위의 투수는 머리가 너무 복잡하면 안됩니다. 이날 김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에 간간히 체인지업을 섞는 정도만으로 타자들을 요리했습니다. 복잡하게 어떤 구질을 어떤 그립으로 던질까를 고민하는 대신에 타자들에게 집중하면서 목표 지점을 정하고, 그 타겟을 맞추는데 주력했습니다.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공의 위력도 꿈틀거림을 느낄 정도로 살아 움직였습니다. 이날 유망주 포수인 루키 이아네타와 호흡을 잘 맞춘 것도 주목할만 합니다.

3회까지 1안타로 다저스 타선을 틀어막던 김병현은 동료들이 막 1점을 뽑아준 4회말에 2점을 내주며 역전당해 ‘오늘도 어?載?’ 하는 불길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1사 후에 4번 드루에게 2루타를 맞은 김병현은 5번 이디어를 잡고 투아웃이 되자 6번 베테밋을 고의 볼넷으로 보냈습니다.

어차피 1루는 비어있고, 통산 대결에서 4타수 4안타를 기록한 베테밋을 1점차 승부에서 맞대결할 필요는 없었지요. 그러나 7번 로니와 8번 홀이 연속으로 빗맞은 안타를 쳐내면서 2-1로 경기가 뒤집혀 허들 감독의 만루 작전은 일단 실패였습니다.

그러나 로키스 타선은 5회초 모처럼 폭발했습니다. 선두로 나선 7번 설리반이 기습 안타로 문을 열었고, 루키 유격수 툴로스키의 안타에 이어 김병현이 완벽한 보태기 번트로 1사 주자는 2,3루.

여기서 로키스는 4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대거 5점을 뽑았습니다. 4번 할러데이의 큼직한 2점포가 5회 공격의 대미.

6-2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김병현은 5회말에 곧바로 위기에 몰렸습니다. 1번 퍼칼과 2번 로프턴이 힘들이지 않고 배트를 갖다 맞추는 영리한 타격으로 연속 안타를 치면서 무사 1,2루가 됐습니다.

‘동료들이 점수를 뽑아준 다음 이닝은 반드시 막으라.’는 철칙을 이미 4회에 한번 어긴 김병현이 5회에 또 실점을 시작하면 3게임 연속 조기 강판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병현은 3번 루고를 내야 플라이로 잡은 뒤 드루에게 조심스런 승부로 볼넷을 내주며 만루의 위기에 몰리긴 했지만 이디어를 멋진 병살 플레이로 잡는 결정적인 플레이를 했습니다.

3할3푼3리로 루키 최고 타율을 자랑하는 왼손 타자 이디어에게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은 김병현은 3구째 낮은 속구를 던졌습니다. 이디어가 받아친 공은 빨랐지만 원바운드로 김병현쪽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일단 자신의 글러브에 맞고 튄 공을 잡은 김병현은 홈 대신 2루로 송구했고, 1-6-3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켰습니다.

통산 이 경우 1-2-3 즉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이 정석인데, 그 긴박한 상황에서 김병현의 판단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다저스의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승리로 마지막 달 첫 단추를 잘 꿴 김병현은 이제 4~5번의 선발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로키스는 이미 시즌을 포기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병현에게도 남은 등판이 내년 시즌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현재는 로키스 잔류가 거의 확정적이지만, 어떤 예우를 받게 될지는 남은 경기들의 내용이 큰 작용을 합니다. 오늘 같은 호투를 계속 보여준다면 3선발 정도로 내년 시즌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마운드에서는 단순하게, 공격적인 자세는 잃지 말되 현명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투구 패턴을 몸에 완전히 익히면서 올 시즌을 끝내기를 바랍니다. 10승이 욕심나고 분명히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결과만큼 과정과 내용도 중요한 남은 시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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