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팀을 맡은 뒤로 4연승. 리그에서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점 차까지 추격하며 2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축구에서는 한 달 사이에도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최근 첼시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고 히딩크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첼시는 예전의 강인함을 되찾았다.
4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조차 위태로워 보이던 첼시는 어느덧 다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꿈꿀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여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추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우승 경쟁이 끝났다고 말하기에도 이른 시점인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나태한 모습을 보이던 두 공격수 디디에 드록바와 니콜라 아넬카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뛰기 시작한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선수가 상대 수비진에서부터 부담을 주자 다소 높은 평균 연령으로 인한 활동량 부족을 약점으로 지적 받던 미드필더들도 함께 살아날 수 있었다.
공격 본능이 살아남과 동시에 수비도 더욱 단단해졌다. PSV 아인트호벤 시절에도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알렉스가 한결 나아진 수비를 펼치기 시작했고, 팀의 주장인 존 테리도 잔부상들을 떨쳐내고 돌아와 수비진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세트피스에 가담해 골까지 터트리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 시절에는 주전 멤버가 고정되어있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면서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아직은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와중에도 유망주인 마이클 멘시엔에게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며, 히카르두 콰레스마 또한 서서히 조커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이클 에시엔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첼시의 주전 경쟁은 다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팀의 전체적인 단결력도 좋아졌다. 스콜라리 시절 전술과 출전 기회에 불만을 토로하던 선수들은 이제 입을 모아 히딩크 감독이 계속해서 첼시에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네 경기 모두를 1점 차로 어렵게 승리하고 나서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선수들이 다같이 모여 포옹을 나누는 모습은 얼마 전까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리그에서의 남은 일정도 맨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인다. 첼시는 현재 4위 이내의 팀들과 맞대결을 모두 치른 반면, 맨유는 앞으로도 리버풀, 아스톤 빌라, 아스날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챔피언스 리그와 FA컵은 첼시도 맨유와 마찬가지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에 체력적으로까지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맨유가 아직 치르지 않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다시 10점까지 벌어지게 되어 첼시의 우승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맨유가 아무리 철벽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 개 대회를 병행하면서 시즌 막바지까지 전승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첼시의 우승 가능성이 끝났다고 결론 짓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축구에서는 한 달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히딩크의 마법과 함께 부활한 첼시가 시즌 막바지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