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고시엔 : 야구소년들의 감동적인 드라마
정말 뜨겁게(무지 더웠거든요...;;;;;) 응원하며 지켜보았던 제91회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드라마로도, 언론을 통해서도 접해왔던 그 유명한 여름 고시엔-
막상 직접 제가 대회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며 응원을 한 결과... 이 열기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끝나고 나니 정말 아쉬움이 남네요
올해 여름을 떠올릴때 저는 틀림없이 2주간 열정적으로 지켜봤던 제 인생 첫고시엔을 떠올리게 되겠죠
전국 40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 중에서 지역을 대표하여 고시엔 구장을 밟게 된 학교는 50여개
토너먼트 경기 형식으로 2주간 한번도 지지 않고 살아남은 팀이 결국 우승을 하게 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잔인한 승부의 방식입니다
야구소년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한 이곳은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는 장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프로 혹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야구를 하는 한국과 달리 클럽할동으로 야구를 하는 학생들이 본선을 진출하기도 하는 이 대회에서 정말 놀랐던 것은-
벤치에 들어가지 못하는 야구부원들 수가 어마어마했다는 점인데요
그 학생들이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에 앉아 같은 부원을 응원을 합니다
또한 밴드부, 응원단 학생 등 수백명의 학생들이 경기하는 친구들을 응원하고 경기에 지게되면 같이 눈물을 흘리고 경기가 끝나면 벤치멤버까지 포함한 선수들은 응원해준 친구와 후배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게 또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고시엔은 오사카에 가까운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곳은 일본 가장 위쪽의 홋카이도에서는 비행기로 2시간이 걸릴 정도니... 버스를 타고 그 먼곳에서 응원을 온 수 많은 학생들의 열정도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름 고시엔이 인상깊었던 것은 야구소년들의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고교야구의 싱그러운 감동을 전해줬던 점이었습니다
대회 11일째, 16강전 明豊―常葉橘 전(학교 이름 읽는 법은 전부 까먹어버렸네요...;;;;)
얼마 전 제가 이케맨 투수인 쇼지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죠?? 바로 그 경기 입니다
이 경기에서 常葉橘학교는 2점차이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루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상대편 에이스겸 4번타자이자 대회에서 주목 받고 있던 이마미야 투수
이 상황에서 쇼지는 너무나도 정직하게 직구로 승부를 걸었고, 결국 이게 결승타가 되어 常葉橘 고등학교는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맙니다
경기에 지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웃음을 보인, 오히려 친구들을 위로하는 쇼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경기였는데-
며칠 후 이 소년은 이 경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오랫동안 승부해보고 싶던 선수에게 스트레이트 승부를 해볼 수 있어서 고교시절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이긴 明豊고등학교는 바로 다음날 8강전 경기에 임했고, 역시나 투수는 그 전날의 이마미야 투수였습니다
대회 12일째 8강전 花巻東―明豊전
花巻東고교는 올해 봄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했던 학교로 이번 대회 프로구단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키쿠치라는 투수가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 전날도 전력을 다했던 明豊의 이마미야 투수는 초반에 3실점을 하고 야수로 교체가 되었고 후배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그런데 이미 완성된 수준의 제구력과 스피드까지 갖췄던 키쿠치가 5회까지 던지다 등에 이상이 생겨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급한대로 4번타자가 투수로 나선 花巻東는 급격히 무너져 갔고 이기고 있던 경기를 결국 2점차로 역전을 당하고 말았는데요
그러나 그 상황에서 9회, 明豊의 투수가 갑자기 흔들려 이기고 있던 경기를 동점까지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투수는 다시 전날의 이마미야로 교체-
결국 연장전에서 지기는 했지만, 9회에서 교체된 이마미야는 삼진을 잡는데 구속이 150이 넘는 공을 연속으로 던졌습니다
자신으로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내본적이 없는 최고 구속 154, 153, 152를 계속 찍어가며 그 이닝을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는데요
당시에는 역시나 집중을 하면 저렇게 기적이 일어나구나.... 라는 감상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이마미야의 당시 상황을 담은 편지가 공개되었는데요
"(동점을 허용한 투수가) 울것 같은 얼굴로 "미안해"라고 말하며 공을 건네는 그 아이를 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떻게해서든 이기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한편 이날 기적처럼 경기를 이긴 花巻東는 4강전에 진출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에이스가 등에 이상이 있다는거였습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도 하지만, 특히나 고교야구에서는 괴물투수 한명 데리고 있으면 점수를 주지 않으니 우승할 확률이 크게 되는데요
키쿠치라는 프로수준의 투수를 데리고 있던 花巻東고교 또한 그러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전 경기에서 등에 이상이 있어 경기 도중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던 키쿠치 투수는 역시나 준결승에서도 선발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花巻東고교는 참 재밌는게 키쿠치 이외의 선수들은 그다지 실력이 좋질 않았는데, 상당히 단합이 잘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벤치에 있는 아이들도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응원을 하고 있고 경기 도중에도 지고 있더라도 모두들 표정이 밝고 즐기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에이스인 키쿠치를 굉장히 잘 따르고 시합을 보고 있으면 고교야구란 바로 저런 느낌이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벤치 멤버까지 포함해서 전원이 어릴때부터 같이 야구를 해왔고,
모두들 키쿠치와 같이 야구를 하고 싶어 키쿠치를 따라 이 학교로 진학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역시나 키쿠치가 빠진 준결승에서 花巻東고교는 처참히 무너져 갔습니다
3실점을 하고 만루의 핀치에 몰린 花巻東고교는 딱 보기에도 표정도 안좋고 상태 안좋아보이는 키쿠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보냈습니다
등이 아픈지 자꾸 허리 쪽을 만지작 거리던 어린 투수는- 결국 안타를 허용해 대량실점.. 바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는데요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자도 계속해서 걱정을 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는데도 마운드에 올랐던 키쿠치 투수는
경기 후 알려졌지만 자신이 감독에게 계속 부탁을 해서 마운드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키쿠치는 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 한 후 눈물을 보이고 말았는데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울먹이며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등은 아팠지만... 평생 야구를 못 해도 좋으니 여름 고시엔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3년동안 나를 믿고 같이 싸워온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에이스로서 마운드에 서지 못한 책임감에 분했습니다"
이렇게해서 제가 첫경기부터 응원하던 학교는 4강전에서 끝났고,
이번 대회는 花巻東고교를 이기고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 전체의 수준이 높았던 中京大中京가 우승을 함으로써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던 야구소년들의 2주간의 싸움- 벌써 아쉬움이 생길 정도로 저 또한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한 고교 시절의 저러한 추억은 평생을 가도 못 잊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저렇게 많은 아이들이 스쳐가고,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냥 평범하게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직을 하는 학생들도 많은 곳이니
인상에 남았던 학생들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 아쉽구요...
순수한 열정으로 임하는 아이들을 보니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임하지 못했던 제 고등학교 시절이 괜히 원망스러워지기도 했답니다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던 여름 고시엔이 끝나니 거짓말처럼 이 곳은 슬슬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여름도 끝나가는 듯 하네요
이로써 저는 2009년 여름, 일본에서의 추억에 고시엔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출처]http://blog.naver.com/syujitoakira/11006779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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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어느 블로그에서 퍼 온 글입니다..
동영상에 나온 그 경기에 관한 글이지요...
아마미야 켄타~ 선수의 편지 내용이 참 감동적이네요...
"(동점을 허용한 투수가) 울것 같은 얼굴로 "미안해"라고 말하며 공을 건네는
그 아이를 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떻게해서든 이기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위 글에 나온 키쿠치 선수가 해당 게시물 4칸 위에 있는 고시엔 영상에 나오는 그 키쿠치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벌써부터 메이저 리그 몇몇 팀에서 관심있어 한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