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디니 선수의 뒤통수를 깐걸 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청소년 대표로 뛸때나, 유럽국가들과 시합을 할때 느끼는게 있다.
이상하게도 아시아 국가들하고 상대를 할때면 유난히 유럽선수들은 반칙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 이탈리아와 시합을 하는데, 경기시작부터 난 심하게 가격을 당했다.
그놈들은 일부러 그러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전반 내내 그런식으로 교묘하게 가격을 당하고 나니,
내 플레이가 위축되고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결국 우린 그 경기에서 졌다.
난 이탈리아 선수 한명을 붙들고, 왜 너희들은 그런식으로 거칠게 반칙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그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대답이 나왔다.
"아시아인들을 거칠게 다루면 다룰수록 스스로 혼란에 빠지고 결국 무너진다."
이 뜻은 노예를 부리듯, 우리를 거칠게 다루어서 길들이면 주저 앉힐수 있다는 인종차별적인 말이었다. 난 그때서야 유럽선수들이 왜 우리와 경기를 할때는 그토록 심하게 반칙을 하는지 깨달을수 있었다.
솔직히 감독님도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가끔씩, 상대에게 위협을 줄만한 킬러가 우리팀엔 없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교묘한 반칙을 제일 잘하는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더군다나 독일과 잉글랜드 이외의 축구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센 나라다.
그러니, 우리 아시아 축구쯤은 자기네들 연습상대, 심지어는 노리개감으로 생각을 한다.
우린 16강전에 그런 이탈리아와 만났다.
예상대로 이탈리아는 처음부터 그들의 계획대로 우리를 길들이기 위한 반칙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 몇분만에 그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비에리의 반칙솜씨는 완벽했다.
팔꿈치로 얼굴에 잽을 날리는 반칙기술은 과거 비에리가 헤비급 복서출신이란걸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결국 태영이형이 코뼈가 주저 않고, 남일이형도 내동댕이 쳐지고,
전담마크가 캡인 진철이형도 나가 떨어졌다. 사실 처음 비에리에게 헤딩골 먹은것도 그 때문이다.
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미칠것만 같았다. 이대로 굴욕적으로 당해야만 하다니....
더군다나 우리의 주장 명보형 얼굴에까지 그놈들은 팔꿈치 잽을 날리고 있었다.
참다 못한 명보형은 주장의 권한으로 "너희들 똑바로 하라"며 주의를 주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우리가 농락당하는 것 같았다.
벤치에서 더럽게 반칙을 일삼는 토띠의 미소를 볼때마다.
"너희들은 길들이면 스스로 무너지지. 그래서 축구만큼은 우리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어."
이렇게 우리를 조롱하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난 굴복할수 없었다. 도저히 참을수 없었다.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교체되어 경기장에 들어간것이다.
난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호시탐탐 반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린 결코 그러한 더러운 길들임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인은 거칠게 다루면 다룰수록 더 강해진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런 반칙에 굴욕을 받느니,
차라리 분투중에 쓰러짐을 택할 것이다. 내가 오늘 그걸 증명해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 공이 날라왔다.
센타링한 볼이 이탈리아 문전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주장 말디니는 걷어 내려 슬라이딩을 하려는 듯 했다. 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그것이 축구공인지, 머리통인지 구별할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은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는 사치였다.
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냅다 질러버렸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형들 건들지마 씹 쎄 야"
한번 더 질러버릴려고 했는데, 심판이 봐서 꾹 참았다.
말디니는 어리둥절 했다. 사실 자세히 보면 난 발등으로 말디니를 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