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펜의 기둥 역할을 했던 베테랑 우완투수 김상수(36)가 잠시 쉬어간다. 롯데는 지난 22일 김상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 관계자는 "김상수가 그동안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피로가 쌓인 상태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라고 밝혔다.
김상수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SSG에서 방출된 그는 여러 팀의 입단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 롯데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지난 해 김상수는 67경기에 등판해 52이닝을 던져 4승 2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면서 롯데 불펜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방출선수 시장에서 영입한 선수였지만 효과는 웬만한 FA 영입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올해 롯데는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하던 구승민과 최준용이 부진에 빠졌고 불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신인 전미르마저 무너지면서 불펜 운용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6월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 불펜을 지킨 김상수의 활약이 컸음은 물론이다. 김상수는 6월에만 홀드 8개를 따내면서 평균자책점 3.14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상수에게 주어진 짐은 너무나도 많았다. 김상수가 7월에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8로 고전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올해 50경기에 나와 47⅓이닝을 던지면서 3승 2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 중인 김상수는 연투 16회로 장현식(KIA)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이고 멀티이닝은 15회로 박영현(KT)과 함께 공동 2위에 위치할 만큼 허약한 롯데 불펜을 지키는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다.
롯데가 지난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뼈아픈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것도 롯데 불펜과 김상수에게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했다.
김상수는 롯데가 5-3으로 앞선 8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1사 1,2루 위기에서 윤정빈에 좌전 적시타를 맞고 1실점을 했고 결국 롯데는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김원중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1점차 리드르 사수했으나 9회말 루벤 카데나스에 좌월 끝내기 홈런을 맞고 좌절해야 했다. 롯데는 5-6 역전패를 당하면서 위닝시리즈 달성에 실패했다.
시속 140km 중후반대 직구로 묵직한 투구를 했던 김상수는 이 경기에서 최고 구속이 143km에 머무를 정도로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롯데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갈 길이 바쁜 롯데이지만 김상수에게 휴식을 제공해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과연 롯데가 김상수의 공백 속에서도 원활한 불펜 운용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현재로선 4년 연속 20홀드와 롯데 최초 통산 100홀드를 달성했던 구승민의 부활과 선발에서 구원투수로 다시 보직을 바꾼 한현희에게 기대야하는 입장이다. 어느덧 7위 KT와도 4경기차로 격차가 벌어진 롯데가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