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령 투수이자 ‘끝판왕’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이 한화 이글스 상대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KBO리그 14시즌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화전 통산 69연속 세이브 성공 기록도 끝났다.
오승환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에 5-4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투입됐다. 1사 만루에서 김재윤이 장진혁을 2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하며 한숨 돌렸지만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 타석이 되자 삼성은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4타수 무안타 포함 최근 4경기 15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던 페라자를 상대로 오승환은 초구 직구를 몸쪽 높은 볼로 던졌다. 이어 2구째 슬라이더를 몸쪽 낮게 떨어뜨렸지만 페라자의 배트가 모처럼 날카롭게 돌았다.
삼성 1루수 윤정빈이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 밑으로 타구가 빠져나가 우익수 앞으로 향했다. 그 사이 2~3루 주자 모두 홈에 들어오면서 6-5 한화 역전. 1점차 리드를 날린 오승환의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였다. 9회초 2사 3루 찬스를 놓친 삼성이 5-6으로 졌다.
오승환으로선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투아웃이긴 했지만 1점차 만루 상황은 어느 투수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페라자의 안타도 타구가 다소 빠르긴 했지만 수비가 좋은 1루수라면 땅볼로 커버할 수 있는 코스였다. 윤정빈의 주 포지션은 외야수로 1루 수비 경험이 많지 않다. 이날이 첫 1루수 선발 출장 경기였다.
이로써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40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2005년 데뷔 후 KBO리그 14시즌 통산 710경기(781⅔이닝) 43승29패425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2.15 탈삼진 844개를 기록 중인 오승환은 세이브 성공률이 무려 91.4%에 달한다.
하지만 워낙 오랜 기간 마무리로 롱런하며 많은 세이브를 거두다 보니 블론세이브도 그만큼 따라왔다. 롯데 상대로 가장 많은 10개의 블론세이브를 허용한 오승환은 KIA(5개), LG, SK·SSG, 넥센·키움, KT(이상 4개), 두산, NC(이상 3개), 그리고 2007년을 끝으로 사라진 현대(2개)까지 9개 구단 상대로 2개 이상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답게 모든 팀들을 상대로 블론세이브가 있었지만 23일 경기 전까지 한화 상대로만 유일하게 없었다. 한화전 통산 95경기(107⅓이닝) 6승69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43 탈삼진 129개로 압도적이었다. 가장 많은 세이브를 거두면서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으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8년부터 깊은 침체기에 빠진 한화는 오랜 암흑기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으로 ‘왕조’ 시대를 보낸 삼성의 끝판왕 오승환을 만날 때마다 힘을 쓰지 못했다. 오승환이 최고령 투수가 된 통산 95번째 대결에서야 마침내 첫 블론을 안겼다는 점에서 23일 경기 역전승은 한화에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비록 정규시즌에선 오승환을 처음 울렸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블론세이브를 선사한 바 있다. 2006년 10월25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당시 한화는 1-3으로 뒤진 8회말 2사 1루에서 심광호가 오승환의 직구를 걷어올려 중앙 백스크린을 맞고 그라운드에 다시 들어온 비거리 125m 투런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삼성이 박진만의 결승타로 4-3 승리를 거뒀지만 오승환에겐 아찔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한편 오승환은 KBO리그 역대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82년 7월15일생인 오승환은 24일 기준 42세9일로 이제부터 세이브를 기록하면 임창용의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임창용은 KIA 소속이었던 2018년 6월7일 수원 KT전에서 42세3일의 나이로 최고령 세이브를 달성한 바 있다.
올 시즌 42경기에서 25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승환은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3.86으로 전성기 같지 않다. 42이닝 동안 삼진도 28개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탈삼진율(14.5%)도 커리어 최저. 시즌 첫 30경기에서 1승2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1.67로 활약했지만 지난달 16일 창원 NC전부터 최근 12경기 1승3패4세이브 평균자책 11.17로 흔들리며 블론세이브 4개를 범했다. 중간 필승조 김재윤, 임창민의 페이스도 떨어져 오승환을 마무리에서 섣불리 내릴 수 없는 상황.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