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내내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루벤 카데나스(27)가 오늘은 경기에 나올 수 있을까.
삼성은 지난달 9일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30)을 방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 날 맥키넌의 대체 선수로 총액 47만 7000달러(약 6억 5천만 원)에 카데나스를 영입하며 팀을 재정비했다.
전반기 부진했던 맥키넌과 결별은 필연적이었다. 맥키넌은 시즌 초반 엄청난 안타 생산력으로 5월 3일 타율 0.391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기나긴 슬럼프에 접어들면서 타율 0.294(272타수 80안타) 4홈런 36타점 OPS 0.767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장타력이 부족해 일찌감치 짐을 싸고 돌아가야 했다.
맥키넌으로 쓴맛을 경험한 삼성은 타격 능력이 확실한 카데나스를 영입해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길 원했다. 초반 행보는 훌륭했다. 19일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카데나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에서 타율 0.400(15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으로 폭발했다.
무엇보다 장타력이 탁월했다. 카데나스는 세 경기에서 2루타 2개, 홈런 2개를 터트렸다. 단 두 경기 만에 140m 초대형 홈런으로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고,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4일 한화 이글스전에는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적응을 마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카데나스는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췄다. 26일 KT전 2회 초 부상으로 교체된 뒤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그사이 2군에 있던 구자욱, 박병호가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정작 1군에 계속 머물렀던 카데나스는 여전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골치가 아프다. 전반기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손해를 봤다면 이제는 아예 외국인 타자 없이 타선을 짜고 있다. 올 시즌 타고투저 흐름에서 대부분의 팀이 OPS 0.8 이상의 외국인 타자를 활용하는데, 삼성은 그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일부 삼성팬들은 이름에 '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11년 전 팀을 떠났던 최악의 외국인 선수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2013년 7월 삼성에 입단했던 에스마일린 카리대는 팀의 금기어로 꼽힐 만큼 안 좋은 기억을 남긴 선수다. 단 3경기에서 0승 1패 평균자책점 27.00(⅓이닝 7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도 문제였지만, 카리대가 아직도 언급되는 건 '워크에식(직업윤리)' 때문이다.
카리대는 직전 외국인 투수였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팔꿈치 부상 여파로 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정작 카리대 또한 입단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팔꿈치 부상으로 자취를 감췄다. 결국 삼성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비운 채 시즌을 완주해야만 했는데, 시즌 직후 카리대가 계약상 참가하기로 되어있던 아시아시리즈까지 불참하면서 최악의 경험을 해야만 했다. 삼성은 카데나스가 하루빨리 다시 경기에 출전해 '카리대의 향기가 난다'는 오명을 지우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