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죽하면 사령탑이 화가 단단히 났을까.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난 4일 대구 SSG 랜더스전에 앞서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27)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카데나스는 지난달 26일 대구 kt 위즈전을 끝으로 열흘 넘게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본인은 왼쪽 허리가 아프다는데, 병원 정밀 검진 결과 이상이 없었다. 재활이 필요한 부상이 아니니 일단 1군 엔트리에 두고 있는데, 문제는 선수 본인이 "여전히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며 출전을 거부하고 있다.
박 감독은 매일 카데나스의 몸 상태를 질문받자 결국 폭발했다. 박 감독은 "이제 선수 본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검사 결과) 몸이 괜찮다고 하는데,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삼성은 지난달 10일 카데나스와 총액 47만7000달러(약 6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5강과 함께 우승까지 도전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였다. 카데나스는 삼성이 찾던 우타 거포 외야수로 키 185㎝, 몸무게 83㎏의 좋은 체격 조건을 갖췄다. 1997년생으로 나이 27살이라 올해 활약이 좋으면 재계약도 충분히 가능했다. 기존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이 72경기에서 타율 0.294(272타수 80안타), 4홈런, 36타점, OPS 0.767로 부진한 가운데 더 무게감 있는 외국인 타자를 원했고, 카데나스가 완벽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카데나스는 한국에 오자마자 삼성의 갈증을 완벽히 해소해 줬다. 지난달 19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하자마자 2루타를 날리며 장타력을 기대하게 했고, 이후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기대감을 더더욱 높였다. 부상 이탈 전까지 6경기에서 타율 0.348(23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 OPS 1.071로 활약했다.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의 마지막 퍼즐이 될 줄 알았는데 카데나스는 허리를 부여잡은 뒤로는 경기 출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1군 등록 18일 동안 6경기 출전이 전부니 박 감독이 답답할 만하다.
지난달 3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는 훈련도 진행했다. 박 감독은 카데나스의 상태와 관련해 "배팅 빼고 다 했는데 우선 아무런 통증이 없다고 했다. 처음 통증 없이 훈련을 마쳤기 때문에 오늘은 쉬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결론적으로 내일부터 타격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 상태를 보겠다. (복귀는)본인 의지에 달린 것 같다"고 했는데 일주일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여전히 카데나스를 1군 엔트리에 남겨두고 있다. 한번 2군에 보내면 열흘 이상 이탈해야 하는데, 결단을 내리기에는 카데나스의 부상이 경미하고 또 지금 열흘 이상 이탈하면 활용할 수 있는 경기 수가 더더욱 줄어들기에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다.
삼성은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성적 56승48패2무로 3위에 올라 있다. 2위 LG 트윈스와는 경기차가 없고, 1위 KIA 타이거즈와는 5.5경기차다. 2위까지는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카데나스가 자꾸 애를 먹이고 있다. 박 감독이 '결단'을 언급한 가운데 카데나스가 또 출전이 어려우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카데나스는 2018년 드래프트에서 16라운드 전체 493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지명됐다. 이후 두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를 거쳐 필라델피아로 이적했다.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꾸준히 활약해왔다. 카데나스는 6년 동안 554경기 99홈런 362타점 333득점 45도루 타율 0.272 출루율 0.345 OPS(출루율+장타율) 0.834로 활약했다. 올 시즌 성적만 보면 탬파베이 산하 트리플 A팀인 더럼 불즈와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 팀인 리하이밸리 소속으로 뛰었고, 75경기 20홈런 56타점 52득점 타율 0.277(289타수 80안타) 출루율 0.345 장타율 0.550 OPS 0.89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