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이후 8년, 다린 러프 이후 6년간 끊겼던 명맥을 주장이 이어갈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1)이 개인 커리어하이를 넘어 미지의 영역이었던 30홈런에 도전한다.
삼성 '캡틴' 구자욱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구자욱은 올 시즌 119경기 타율 0.325(456타수 148안타) 26홈런 95타점 81득점 12도루 OPS 0.979를 마크하고 있다. OPS 3위, 장타율 6위, 홈런 공동 7위, 타점 8위, 타율·출루율 9위, 안타 10위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특히 홈런 부문에서 상승세가 인상적이다. 1군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구자욱은 10시즌 중 9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5시즌은 20홈런 이상을 터트릴 만큼 꾸준하게 활약했다. 그러나 23홈런 이상을 기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통산 160홈런을 터트린 구자욱이라 쉽게 눈치챌 수 없었던 사실이다. 2루타 36개와 3루타 1개를 추가한 구자욱은 데뷔 후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할 만큼 장타력 면에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핵심 타자 구자욱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삼성은 21년 만에 팀 홈런 1위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앞두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132경기에서 163홈런을 폭발하며 2위 NC 다이노스(155홈런), 3위 KIA 타이거즈(152홈런)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중이다. 내심 구단 역대 4번째 180홈런을 노려볼 만큼 페이스가 좋다. 팀 내 홈런 1위를 달리는 구자욱의 공이 매우 컸다.
26홈런으로 개인 커리어하이를 작성한 구자욱은 최근 수년간 구단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인상적인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삼성은 2016년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9시즌 동안 한 해에 30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단 두 명밖에 없었다. 2016년 최형우(31홈런), 2017년(31홈런)과 2018년(33홈런) 러프만 커트라인을 넘어섰다.
두 선수 모두 지금은 삼성을 떠났고, 이후 2021년(29홈런)과 2022년(28홈런) 호세 피렐라를 제외하면 30홈런에 근접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토종 선수로 눈을 돌리면 2016년 이승엽(27홈런)이 가장 가까웠다.
구자욱은 '라팍' 개장 이후 네 선수(최형우·러프·피렐라·이승엽) 다음으로 한 시즌에 많은 홈런을 기록해 8년 만에 구단 토종 30홈런 가능성을 높였다. 최근 9경기 4홈런을 기록했던 구자욱은 남은 12경기에서 4홈런을 추가하면 데뷔 첫 3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4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왕조 시대를 열었던 삼성은 2015년 준우승 이후 기나긴 암흑기를 보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가을야구 진출이 1회(2021년)에 불과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왕조 막내'로 불렸던 구자욱 또한 1군 1년차였던 2015년 이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9년이 지나 리그를 대표하는 중장거리 타자가 된 구자욱은 이제 두 번째 한국시리즈 참가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꽤 높다. 2위 삼성(73승 57패 2무)은 3위 LG 트윈스(68승 60패 2무)와 4경기 차이를 유지해 플레이오프 직행이 유력하다. 8년 만에 토종 30홈런에 도전하는 구자욱이 삼성과 함께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