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의 레전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40)가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9일 바르셀로나가 주관한 은퇴식에 참석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마지막 소회를 전했다.
이니에스타는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여정이 내 인생을 바꿨다. 라 마시아가 내 인생을 이끌어줬다. 그동안 만난 스승, 동료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내 인생 전체를 봤을 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시기"라고 축구를 시작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내가 은퇴하는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 은퇴를 결정하고 지난 며칠 동안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 울었다기 보다 자부심의 표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니에스타의 은퇴에 여러 축구인이 경외를 표했다. 영상 메시지를 보낸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 감독은 "우리는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축구하던 어린애들이었다. 엄마가 어두워지면 골목에서 '들어와'라고 소리치곤 했다. 그랬던 아이가 이니에스타였다"라고 바르셀로나에서 함께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이니에스타를 지도했던 루이스 판 할 감독도 "항상 새끼손가락만큼 체구가 작았던 선수였다. 그런데 축구 지능은 정말 대단했었다"라고 칭찬했다. 이니에스타를 바르셀로나의 핵심 멤버로 키웠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니에스타는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때 우리는 거의 강등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런데 이니에스타가 '모든 게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해준 덕분에 에너지를 얻었다"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절친 리오넬 메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니에스타는 마치 마법사처럼 축구한 선수였다. 같이 뛸 때 정말 즐거웠다. 우리 모두 그를 그리워할 거다. 이니에스타는 경이로운 선수였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이니에스타는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한다. 2002년 바르셀로나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2018년까지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메시, 차비 에르난데스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인 미드필더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동안 9번의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4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경험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메이저대회 우승을 숱하게 경험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비롯해 유로 2008, 유로 2012까지 정상에 올랐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려 그해 발롱도르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이니에스타는 바르셀로나에서 은퇴하지 않고 2018년 일본 비셀 고베와 계약하며 아시아 무대로 넘어왔다. 지난해부터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트 클럽에서 뛰었다. 불혹의 나이에도 최근 시즌 20경기를 뛰면서 5골 1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생애 처음으로 강등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개인 기량은 여전했다.
이런 이니에스타에게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도 존경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모드리치는 이니에스타와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다. 오히려 오랜 시간 라이벌로 경쟁했던 사이다. 그런데도 모드리치는 SNS를 통해 "당신의 커리어를 축하한다"며 "즐거웠다. 새로운 무대에서도 행운을 빈다"라며 수년간 라이벌을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