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과학과 제멜베이스 반사작용
새뮤얼 아베스먼(Samuel Arbesman)은 저서 「사실의 반감기: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다(The Half-life of Facts: Why Everything We Know Has an Expiration Date)」에서 “1840년대 이그나츠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예리한 눈을 가진 의사였다. 비엔나 여러 병원에서 젊은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하면서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산모와 병원 반대편에서 산파를 통해 출산한 산모 사이에 이상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합니다.
제멜바이스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면서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으로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산욕열(childbed fever) 발생건수가 산파의 도움으로 출산한 경우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산욕열은 출산 직후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병입니다.
더욱이 제멜바이스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체 부검을 하지 않는 병동의 경우 가정에서 출산하는 수준으로 산욕열 발생건수가 적다”는 사실도 파악했습니다. 따라서 제멜바이스는 “단순히 사체 부검을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체보관소에서 바로 분만실로 향하는 의사들이 시체로부터 무언가를 산모에게 전파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멜바이스는 간단한 제안을 합니다. “분만을 돕는 의사는 염소살균 라임용액으로 손을 먼저 씻어야 한다. 결과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예전에 비해 산욕열 발생건수를 10분의 1로 낮춘 것이다.”
하지만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생명을 구한 아이디어에 대해 찬사를 받는 대신 제멜바이스는 의학계에서 배척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질병의 원인이 세균 때문이라는 세균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 데이터를 무시하는 경향을 제멜바이스 반사작용(Semmelweis Reflex)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규범, 믿음, 패러다임과 상충되는 새로운 데이터를 거부하려는 반사적인 경향을 말합니다.
데이터과학이 업계 유행어로 자리잡기 한참 전부터 모든 과학은 데이터의 근본적인 용도는 가설을 시험하는 데 있다고 이해합니다. 데이터과학이 조직 내에서 넘어서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은 많은 비즈니스 가설이 산욕열에 감염되면, 즉 기존의 비즈니스 가설이나 믿음을 데이터 분석으로 시험할 경우 곧 사망에 이르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종종 제멜바이스 반사작용이 생겨 비즈니스 리더는 자신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 분석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는 무시 당했고 결국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동료들이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말년을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세균에 의한 질병 감염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서 결국에는 의료관행이 바뀝니다. 세균이론 이전에는 사체액설(humorism)이 의료 패러다임의 대세였죠. 질병은 네 가지 체액(흑담즙, 황담즙, 점액, 혈액) 불균형으로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실제로 기분이 좋다는 뜻의 “in a good humor”라는 표현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아이디어 수용단계: 바보. 문제아. 진보. 당연.
(미국 인종간 결혼에 대한 수용도)
물론 여러분을 기분 나쁘게(in a bad humor) 할 생각은 없습니다. 예측분석을 하다가 정신병동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겁을 줄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조직 내에서 데이터과학이 제시하는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하버드대학교 랜트 프리쳇(Lant Pritchett)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통찰에 대한 궁극적인 수용단계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될 수 있음을 알려드고자 합니다. 수용단계: “미쳤군. 미쳤어. 미쳤네. 자명하네. (Crazy. Crazy. Crazy. Obvious.)” 혹은 “바보. 문제아. 진보. 당연. (silly, controversial, progressive, then obv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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