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을 몇개 읽었는데 역시 다들 나름대로 사정을 가지고 계시군요.
저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전 어릴때 왕따였습니다. 제 성격이 튀는걸 너무 좋아했고 무분별한 참견과 발언으로 언제나 1번으로 반아이들의 표적이 되었죠.
그래도 성격이 혼자 잘노는것도 있고 심하게 활발한걸 부러워 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외톨이까지는 아니였지만 반에서 주먹쫌 쓴다는 놈들에게 껄핏하면 맞았습니다.(그만좀 깝치라고)
거기다가 제가 어릴때부터 몸이 약골인데다 겁이 많아서 그런놈들이 때릴때마다 아무말 못하고 뒤에서 우는게 일상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생각도 '나는 원래 이런 녀석이야.' '분하지만 무서운걸'이라면서 그렇게 12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13살이 되던해 일생 일대의 사건이 저한테 일어나네요. 동생이 생겼습니다.
원래 외동인데 늦둥이가 생겼죠.
처음에는 동생이 있어서 귀엽고 좋았습니다. 원래 애기들을 좋아하는 제성격과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동생이 어릴때부터 제가 돌봤습니다.
귀저기도 갈아주고 우유도 주고 놀아주고 재워주고 어디 나갈때는 녹색 포데기로 둘러싸서 나가고
안그래도 사랑스러운 동생이 더 사랑스럽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옆에서 동생을 돌보다가 잠시 나가려고 하는데 동생이 제 손가락을 잡더군요. 그때 슈퍼에 잠시 다녀오려고 했던거여서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필사적으로 붙잡더라고요. 왠지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일단 슈퍼는 가야했으니깐 어쩔 수 없이 때어놓고 슈퍼에 다녀왔습니다.
그날밤에 그 일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나를 필사적으로 잡던 그 손. 내가 아니면 안되는 그 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인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약골이며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부끄럽더군요.
지금부터 운동을 하자. 나는 이대로는 안된다. 동생을 지키고 싶다. 동생한테 부끄러운 오빠가 되기 싫다. 그런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중1때부터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팔운동 기본적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매일 꾸준히는 아니지만 나는 원래 안된다는 생각만큼은 단 한번도 해본적 없이 했습니다.
성격을 바꾼건 아니여서 이지매 생활은 결국 고3까지 이어졌지만(나이가 들수록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지더군요.) 대신 더이상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야'라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근력을 강하게 해서 동생을 지킨다는 생각은 없죠. 먼가 이뤄내서 본보기가 되는건 별로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건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며 애정으로써 바라보는 것이지 무슨 영화나 애니처럼 암흑에서 그녀석을 보호할수는 없잖아요. ㅋㅋ
더 이상 제가 운동하는 목적에서 동생은 사라지고 그만큼 옛날처럼 열심히 운동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의 저에게 분명한건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의 차이가 있고 이룰 수 있는 크기가 틀린것은 분명한 현실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그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하고요.
혹시나 이 긴 글을 다 읽으신분이 계신다면 감사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