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님의 오래된 기도

킥오프넘 작성일 11.03.27 21: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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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기도.
개인적으로 기도는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기위해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소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요... ^^
오늘 하루 1분이라도 나를 반성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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