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활기차게.
오늘 하루도 자신있게.
'꼬르륵'
이십대 초반.
스물 한살의 아침을 맞는다.
지읒이 왠일인지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오늘 수업도 오후수업부터 있는데 왜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응, 나 누나 만나러 가야돼"
'아, 그렇구나. 지읒은 여자친구가 있었지.'
"부럽다. 나도 여자친구-"
"너도 만들어 짜샤."
"에이 됐어 임마."
서로 큭큭대며 잘 다녀오라며, 갔다 온다며 기숙사의 문이 닫히며 방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촤르륵-' 소리를 내며 커튼을 걷어내자 바깥에서는 밝은 햇살이 나를 비춘다.
'꼬르륵'
비읍을 깨웠다.
"비읍! 밥먹자! 일어나!"
"으음- 안먹어. 피곤해. 잘거야.."
'땡그랑'
비읍을 자게 놔둔체 그 아래 1층에서 자고 있는 이응을 깨운다.
"이응아 밥먹으러 내려가자"
"네, 형. 잠깐만요."
이응은 수건과 목욕바구니를 챙기고 세면장으로 향한다.
곧이어 이응이 돌아와 묻는다.
"지읒형은요?"
"여자친구 만나러 갔어."
"오늘은 또 무슨 영화 보러 간데요?"
"몰라"
'땡그랑'
이응과 함께 지하층으로 밥을 먹기위해 터덜터덜 걸어 내려간다.
"아 짜증나, 아침 더럽게 맛없네. 이딴거 왜먹어. 사먹고말지"
'땡그랑'
아침마다 밥을 챙겨먹는 사람은 아니지만 간혹 밥을 먹고나서는 불평을 해대는 인간.
새벽같이 일어나서 고생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아유, 아줌마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먹겠습니다."
"그래 학생, 많이 먹어-"
아침마다, 저녁마다 인사를 드리니 이제는 얼굴을 아시고 살갑게 대해주신다.
아침밥을 모두 해치우고 다시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 올라간다.
"밥 맛있는거 나왔냐?"
"내가 언제는 뭐 맛없게 먹는거 봤냐?"
비읍의 질문에 언제나와 같은 대답을 하고는 언제나처럼 옷을 입는다.
"야, 빨래좀 빨리빨리 해라. 그렇게 한꺼번에 한다고 돈 얼마나 아낀다고"
'땡그랑'
옷을 차려입고는 침대에 걸터 앉는다.
"숲굉아, 너는 지읒이처럼 여자친구 안만드냐?"
"비읍, 그게 만든다고 만들어지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실소를 흘리며 대답하자 비읍이 다시 말한다.
"야, 넌 키도 크고 얼굴도 멀쩡한새끼가 왜 여자친구를 안만드냐 그 키 아깝다 나좀 떼주라"
"안아프게 떼가면 줄게."
큭큭대며 서로에게 농담하듯이 툭툭 던지는 말 후에 비읍이 다시 말한다.
"야, 넌 자신감이 부족한것 같아. 넌 임마 좋아하는 애 있잖아. 쫌만 더 자신감 갖고 친하게 지내봐"
비읍이 내 마음에 말한다.
-야, 넌 돈씀씀이가 부족한것 같아. 넌 임마 좋아하는 애 있잖아. 쫌만 더 퍼부어봐
'땡그랑'
바로 뒤이어 이응이 말한다.
"숲굉형, 형은 제가 봐도 답답하다니까요? 자신감이 없어도 허세를 부려서 한번 들이대보세요"
이응이 내 마음에 말한다.
-숲굉형, 형은 제가 봐도 답답하다니까요? 돈이 없어도 허세를 부려서 한번 들이대보세요
'쨍그랑'
언제부터였을까.
철이 들기 시작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움을 깨달았을 그때부터.
돈이 없어져감에 따라 함께 떨어져 나가던 자신감들.
잃어버리기는 쉽지만 되찾을때는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게.
언제부터였을까.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
돈을 가지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던게.
언제부터였을까.
내 자신을 내 자신의 돈과 동일시하기 시작했던게.
옷을 차려입고 기숙사 밖으로 나서며 마음속으로 외친다.
'오늘 아침도 활기차게. 오늘 하루도 자신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