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FM하던 초등학생이 필리핀축구의 붐을 조장하다

검쟁이 작성일 11.08.27 22: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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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필리핀을 자주 드나들고 있습니다. 만1년사이에 일곱번이나 왔다갔다 했네요. 기본적으로 업무적 필요에 의한 왕래이다보니 필리핀에서 보낸 개인적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무튼 그새 추억도 많이 생겼고 정도 들었습니다. 필리핀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돼서 오가면서 집어온 필리핀 밴드의 음반이나 영화 DVD 등도 꽤 되고, 친구도 생겨서 얼마전에는 그친구 가족의 서울여행때 가이드를 해주기도 했지요.

이 나라에 요즘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져서 소개할까 합니다. 제목대로, 필리핀에 불고있는 축구열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불펜 인지도 논쟁에 자주 등판하는 슈퍼복서 매니 파퀴아오를 배출한 필리핀이지만, 사실 복싱 외에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존재감이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방한 나라라고 할수 있습니다. 지난 세번의 올림픽에서 메달이 단 하나도 없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복싱과 당구, 태권도 정도를 제외하면 필리핀 국기가 걸리는 모습은 쉽게 볼수가 없죠. 팀스포츠 중 필리핀의 범국민적 사랑을 받는 유일한 종목은 잘아시는대로 농구입니다. 자국 농구리그의 열기도 상당하고, 국제대회에서도 적어도 아시아레벨에서는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죠. 우리도 이긴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고, 최소한 동남아에서는 농구로 필리핀에 대적할 나라는 없습니다.
 



자 문제는 축구인데요. 아마 이글 읽고 계신 분들도 가만히 떠올려보시면 필리핀 축구라는걸 본 기억이 없거나 희미하실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기록을 찾아보면 1978년 이후로 단한번도 한국과 만난적이 없으니 무리도 아닙니다. 만날래야 만날수가 없었어요. 뭔 대회에 나오기나 해야 만나죠. 대부분 아예 불참하거나, 또는 우리는 참가하지않는 1차예선에서 일찌감치 떨어지거나 둘중 하나이니 볼 기회가 없을수밖에요.




아이러니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축구협회가 생기고 가장 먼저 국가대표 축구팀이 조직된 나라가 바로 필리핀이라는 점입니다. 필리핀 축구는 1917년에 일본을 상대로 15-2로 이긴 기록도 가지고있고, 같은 시기에 FC바르셀로나의 역대 리그최다득점 기록 탑10안에 드는 파울리노 알칸타라라는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헌데 무슨 이유인지 이후 언젠가부터 필리핀은 축구와는 아주 담을 쌓고 살게되고, 일본에게 15-2로 이긴 해로부터 정확히 50년후인 1967년 필리핀은 일본에게 0-15로 대패합니다. 이 두 기록은 여전히 필리핀축구의 최다골차승 및 최다골차패 기록으로 남아있죠.




이후 필리핀 축구의 역사는 '참담' 두글자로 요약됩니다. 아시아에서 동네북 소리를 듣는 동남아에서조차 동네북 신세였으니 말 다했죠. 2002년 인도네시아에게 당한 1-13 대패가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참담한 필리핀 축구를 대변합니다. 그게 그럴수밖에 없는게 동남아시아 지역이 국제축구계에서는 경쟁력이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축구 열기 하나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않는데 반해, 필리핀은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그냥 아예 축구를 하지않는 나라, 아무도 축구에 신경을 쓰지 않는 나라였으니 말이죠. 어떤 조직적인 자국 리그따위도 없고, 월드컵 예선이나 아시안컵 예선에는 아예 참가조차 하지않는 등 협회도 손을 놔버린 그런 상태였습니다.











작은 변화는 아주 희한한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사실 동아시아의 경우 동아시안게임이나 축구 동아시아 챔피언십(작년 중국에게 0-3 참패당했던 대회) 등 동아시아에 국한한 스포츠이벤트에는 큰 관심들이 없죠. 뭐 동아시아래봐야 경쟁력있는 나라는 한중일 세나라밖에 없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다릅니다. 동남아시아 게임(South East Asian Games, 줄여서 SEA Games)이나, 후에 소개할 축구 동남아시아 챔피언십 등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열기가 아주 뜨겁죠. 2005년의 SEA Games의 주최국은 필리핀이었습니다. 올림픽/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축구 종목에서는 23세이하팀이 참가하는데, 홈에서 개망신을 당할수는 없는 노릇, 필리핀 축구협회는 23세이하 대표팀의 구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체계적인 리그시스템이나 유소년육성 시스템이 없다보니 U-23대표라는게 딱히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때문에 무작정 필리핀 전역을 뒤지며 대표선발 트라이아웃을 개최하는 무식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런걸로 갑자기 신동이 짠하고 나타날리는 물론 없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당돌한 초등학생이 필리핀 축구협회에 제보를 합니다. 축구 게임을 하던 이 초딩은, EPL 첼시 유소년팀에 있는 어떤 형제선수들의 프로필을 보니 어머니가 필리핀인이라며, 필리핀 대표로 소집할수 없냐고 메일로 문의해온것이죠.



얼핏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필리핀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이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필리핀은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어 어디서 태어나든 부모중 한사람이라도 출생당시의 국적이 필리핀 국적이라면 출생과 동시에 필리핀 국적을 받게되고, 또한 복수국적이 허용되므로 태생 현지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필리핀 국적을 유지하는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첼시 유소년팀의 형제선수들이 출생당시 어머니가 필리핀국적을 가진 상태였다는것만 확인되면 아주 간단한 여권발급 절차만 거쳐도 바로 필리핀 대표팀으로 뛰는것이 가능한것이죠. 물론 그이전에 중요한것은 당사자들의 의향이겠지만요. 그 형제는 Younghusband라는 재미있는 성을 가진 형 James와 동생 Philip으로 당시 각각 불과 18세와 17세였습니다. 형은 윙어, 동생은 포워드를 주포지션으로 하고 특히 동생은 첼시 유스내에서 한때 팀내 득점왕을 할정도로 꽤 주목을 받아온 선수였다고 하는군요. 두형제 모두 23세이하팀에서 뛰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첼시라는 세계최고 수준 명문클럽의 유스체계를 밟아온 이 어린 선수들을 능가할만한 필리핀 내의 20대선수란 존재할리가 없었습니다. 협회는 바로 행동에 나섭니다.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형제와 그 부모를 만나 필리핀이 그들을 필요로함을 알리죠. 헌데 사실 아무리 모계 고향이라한들, 살면서 형제가 전혀 가본적도 없고 더구나 전세계에서 축구와는 가장 거리가 먼 나라중 하나인 변방중의 변방의 대표팀이라는 점에서, 게다가 첼시라는 명문 유스에서 뛰고있는만큼 차후 잉글랜드 청소년대표 등도 도전해볼만한 입장인만큼, 당사자들에게나 그 부모들에게나 필리핀축구협회의 갑작스런 방문과 제안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법도 했지만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풀려 이 형제는 곧 필리핀 23세이하팀에 합류합니다.



당시 이사건은 필리핀내에서 비교적 큰 이슈가 됩니다. 하지만 국민 절대다수가 '첼시' 하면 런던의 축구클럽보다는 클린턴 딸을 떠올리는 나라에서 이만한 일로 갑자기 축구 자체가 큰 이슈가 될리는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쇼비즈적인 이슈의 성격이 더 컸는데,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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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요렇게 생겨서 말이죠. 축구팬보다는 소녀팬들을 다수 몰고다니며 형제는 SEA Games에서 맹활약합니다. 태국,캄보디아,말레이지아와 겨룬 조별예선 3경기에서 필리핀은 6골을 넣었는데 두 형제는 이중 4골을 합작하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고, 비록 필리핀은 1승 2패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두 형제 덕분에 적어도 홈에서 개망신을 면하는데는 성공합니다. 형제는 이후 첼시 시니어팀에는 정착하지못하고 임대생활을 전전하다가 2008년에 계약이 만료되면서 모두 필리핀으로 이주하게되죠.






선전에 고무된 필리핀 축구협회는 비슷한 케이스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합니다. 얼마되지않는 필리핀의 축구팬들도 이에 동참합니다. 영허즈번드 형제를 제보한 초딩들처럼, 축구게임과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며 전세계 어딘가에서 뛰고있을 필리핀혈통의 선수를 색출하기 시작한것이죠. 필리핀은 재외국민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대략 천만명 또는 통계에 따라서는 그이상이 전세계에 퍼져있다고 하죠. 물론 그 대부분은 북미와 아시아지역에 몰려있지만 유럽에도 아시아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이주자들이 필리피노들입니다. 그리고 그 이주자들과 그 자손들은 대부분 복수국적으로서 필리핀 국적도 가지고 있죠.




실제 유럽 곳곳의 리그에서 부모중 최소 한사람이 필리피노인 선수들이 속속 발견됩니다. 그중에는 Jonathan de Guzman(네덜란드 / 페예노르트 - 마요르카)이나 David Alaba(오스트리아 / 바이에른 뮌헨) 같은 월드클래스 재능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럽1부가 아닌 하부리그나 혹은 작은나라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후보군으로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만 수십명에 달하게되죠. 하지만 Younghusband 형제와는 달리 소집은 쉽게 진전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태어난 나라의 대표를 노려볼만한 재능들은 아예 필리핀 대표에 흥미를 가질리가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시아에서조차 변방인 필리핀 대표로 뛰는것이 본인 커리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있는만큼 쉽게 필리핀축구협회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소집후보들이 큰 흥미를 보이지않는 가운데 그래도 소수나마 필리핀유니폼을 입는 선수들은 하나하나 늘어갔고, 그 결실은 영허즈번드 형제의 등장 후 5년이 지난 지난해 2010 동남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보게됩니다.




동남아시아 챔피언십은 동남아 축구협회(AFF)의 주관으로 1996년에 시작해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대회로, 싱가폴의 맥주회사가 스폰할때는 Tiger Cup으로 불렸고, 현재는 일본의 Suzuki가 스폰중으로 Suzuki Cup으로 불립니다. 동남아에서는 가장 열기가 뜨거운 대회인데, 이게 어느정도인지는 다음 영상들을 한번 보세요

 

2008년 7회대회 베트남과 태국의 결승당시 광란의 현장입니다. 6회대회까지는 태국 3회, 싱가폴 3회로 두나라가 우승을 나눠가졌는데 7회대회 결승에서 베트남이 태국에게 종료직전 극적인 골을 터뜨리며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죠. 당시 베트남 거리의 모습 역시 2002 월드컵 한국의 이태리전 골든골 당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않는 열기와 광기입니다.




이렇게 2년마다 한번씩 동남아를 뒤집어놓는 대회지만, 필리핀은 이대회에서조차 철저하게 짖밟힌 약체였습니다. 일곱번중 여섯번 참가하여 거둔 성적은 1승1무19패. 물론 단한번도 그룹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죠. 태국이나 인도네시아같은 지역강호들은 언감생심, 브루나이나 동티모르에게도 고전하는 팀이 바로 필리핀이었습니다. 동남아에서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나라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2010년 12월에 열린 제8회대회에서 필리핀은 이변을 일으킵니다. 캄보디아-라오스-동티모르와 그룹을 이뤄 치른 1차예선에서 1승2무로 조2위를 차지하며 본선에 오른 필리핀은, 다시 싱가폴-베트남-미얀마와 조를 이뤄 본선 그룹라운드를 치르게됐는데, 누가 봐도 이 조는 디펜딩챔피언 베트남과 3회우승경력의 싱가폴이 무난히 조1-2위를 차지할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은 싱가폴과의 첫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인져리타임에 극적인 동점골로 승점1점을 따낸뒤, 디펜딩챔피언이자 주최국인 베트남을 상대한 두번째 경기에서 그누구도 예상못했던 2-0 승리를 거두는 대파란을 일으켰죠. 영국출신 Simon McMenemy 감독의 선수비-카운터 전략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경기였고 결과적으로 이 경기가 바로 현재 필리핀 축구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됩니다.

 

조1위로 치고나간 필리핀은 마지막 미얀마전을 득점없이 무승부로 마치며 결국 1승2무 승점 5점 조2위로 사상 처음 토너먼트 4강에 진출하게됐고, 이 4강에 쏠린 필리핀인들의 관심은 지난 한세기 필리핀축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4강 상대는 인도네시아. 원래는 홈-어웨이로 치뤄야하지만, 필리핀에 대회기준을 충족하는 스타디움이 없다는 이유로 두경기 모두를 인도네시아에서 치르는 코미디가 벌어집니다. 필리핀 협회조차도 자국의 조별예선통과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결국 필리핀은 두경기 모두 0-1로 패하며 합계 0-2로 4강에서 탈락하게됩니다.




비록 필리핀의 레이스는 4강에서 끝났지만, 그들은 '영웅'으로서 대대적인 환대를 받으며 필리핀으로 돌아갑니다. 어디를 가든 괴성을 지르는 소녀팬들이 몰려다녔고, TV쇼 출연이나 광고촬영등이 이어졌으며, 연예인과 스캔들을 내는 선수들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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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애칭인 아즈칼스(Azkals : 길거리 싸움개를 의미한다네요)는 필리핀의 트렌드코드가 됐고, 되도않는 농구 때려치고 축구에 지원을 올인하라는 축구팬들과 이에 반발하는 농구팬들의 대립이 문제가 될정도로 필리핀 축구는 일약 전국민의 주목을 받는 스포츠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같은 아즈칼스의 성공은 그동안 협회의 제안을 고사해온 다른 필리핀계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 러쉬를 일으키게 되죠. 뿐 아니라 이젠 반대로 '나도 필리핀혈통이다'라며 스스로 대표팀 트라이아웃 참가의사를 보이는 선수들도 몰려들 정도가 됩니다. 독일출신 감독을 새로 영입해 업그레이드한 필리핀은 지난 봄 AFC Challenge Cup 이라는 대회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냅니다. AFC에서 축구 3류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끼리의 경쟁으로 우승팀은 차기 아시안컵 출전권이 주어지는 대회인데, 필리핀은 그동안 이대회에서도 조별예선을 통과해본적이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일단 조별예선을 통과해놓고 내년 본선행티켓을 따놓은 상태입니다.




현재 필리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예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3라운드부터 시작하지만, 1-2라운드는 이미 시작이 됐는데요. 지난 두번의 월드컵에선 예선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던 필리핀은 1라운드에서 한국인 장정 감독이 이끄는 스리랑카와 만나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긴뒤, 바로 오늘 마닐라에서의 2차전에서 3만관중의 응원속에 4-0으로 대승을 거두고 2라운드에 진출한 상황입니다. 이번달 말 쿠웨이트와 다시 홈-어웨이로 2라운드를 치르게 되죠. 쿠웨이트는 물론 지금까지 필리핀이 상대해온 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팀이니만큼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지만, 현재 필리핀 스쿼드 중 최소 일부는 개인기량 면에서 쿠웨이트 선수들에 전혀 뒤지지않는 선수들이고 지난달부터 독일 장기캠프 등을 소화하며 조직력을 다져왔기때문에 만일 쿠웨이트가 방심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필리핀 스쿼드의 주요선수들을 보면


Neil Etheridge (21세, 골키퍼) EPL 풀럼 소속으로 팀내 3번째 옵션 골리라고 하네요.
Stephan Schrock (24세, 레프트백) 독일 2부리그 Greuther Furth 붙박이 주전. 독일 청대 출신.
Dennis Cagara (26세, 라이트백) 분데스 헤르타 베를린에서 뛴 경험이 있고, 현재는 덴마크 1부리그 소속. 덴마크 청대 출신.
Jerry Lucena (30세, 수비형미들) 덴마크 1부리그 300경기 이상 경험. 덴마크 청대 출신.
Paul Mulders (30세, 공격형미들) 네덜란드 1부리그 ADO Den Haag 소속.
Angel Guirado (26세, 공격형미들/스트라이커) 스페인 4부리그팀 소속
Manuel Ott (20세, 미들) 독일 2부리그 FC Ingolstadt 리저브팀 소속
James & Phil Younghusband (24세/23세, 스트라이커/윙어) 필리핀으로 이주한뒤 유소년 축구아카데미 운영 등의 활동만을 해온 영허즈번드 형제는 여전히 대표팀 공격의 핵심입니다.


그밖에도 수십명의 해외파자원풀을 형성하고있고, 각급 U대표에도 나이에 맞는 많은 해외파 자원들을 소집중이며, 이와는 별도로 필리핀 내부 자체적인 인프라 개발, 유소년육성, 리그육성 등의 축구진흥 프로젝트들도 속속 착수되고 있습니다.


재밌는건 필리핀의 이러한 해외파를 이용한 급속도의 축구발전을 지켜본 이웃 동남아 국가들이 너도나도 해외파 영입에 적극 뛰어들고있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에 많은 동포들이 살고있는 인도네시아, 프랑스나 체코 등에 많은 이민자들이 있는 베트남 등이 그러한데 문제는 이들 나라들은 필리핀과는 달리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기때문에 적격선수들을 찾더라도 대표팀에 소집하기위해서는 출생지 국적을 포기시켜야한다는 점이 걸림돌이죠.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최근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움직임까지 보이며 적극성을 띄고 있습니다. 실제 현재 호주리그 득점왕인 네덜란드계 인도네시아 혼혈 선수가 인도네시아 대표팀 입성을 앞두고 있다고도 하네요.




한편 필리핀 대표팀의 Dan Palami 단장은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이 목표라는 다소 파격적인 선언을 했습니다. 필리핀 내부에서조차 축구전문가들 입에서는 '터무니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다소 급진적인 목표지만, 단장은 "실패해도 잃을게 없다. 꿈꾸는게 죄는 아니다" 라며 국민적인 서포트를 당부하고있고 미디어들도 이것을 공식적인 아스칼스의 슬로건으로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해 현재 필리핀의 축구열풍은, 자체적인 축구발전에 의한게 아닌 전적으로 해외자원에 기댄 인스턴트 경쟁력과 이로인한 이런저런 작은 무대에서의 좋은 성과, 그리고 그로 인한 유행에 편승해 우루루 몰려든 밴드웨건 인기라고 봐야할겁니다. 실제 필리핀의 축구중계를 보면 해설자가 따로 오프사이드 룰을 설명해주는 모습을 거의 매경기 볼수있을 정도죠. 쉽게 말해 냄비처럼 끓어오른것이고, 따라서 만일 강팀을 만나 한번 대패라도 하고 '환상'이 깨어지는순간 이 열기는 금방 식어버리고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흥미롭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뭐, 어떤 형태가 됐든간에 동남아 축구수준 올라와주면 아시아축구판도가 더 재밌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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