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습니다.

이현우 작성일 12.01.20 02: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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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지 5일이 지났습니다.

거실 상에 올려진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며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아직도 꿈만 같고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그냥 아무 일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듭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지만 20대 후반에 변변하게 효도라고 붙일 수 있는 일을 한적이 없습니다.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아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이렇게 돌아가시니 못했던 이야기와 해주고 싶었던 말들 계속 머리 속에 떠오르고 어린 시절 희미하게 남아있는 추억부터 현재의 기억까지 하나하나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 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회사에서 늦게 귀가하신 후 다녀오셨습니까라고 한 뒤 제 방으로 들어간 것 이 저의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니다. 그 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이 있고 숨이 멈춘 상태였지만 제 기억 속 따뜻했던 온기 그대로이셨습니다.그리고 저희의 걱정과 미련 아니면 어떤 무엇 때문인지 눈을 뜨고 계셨습니다. 눈을 감겨드리고 그렇게 정황 없이 시신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하였을 때 조금은 실감이 났습니다. 아주 조금, 그리고 수 많은 손님으로 인해 장례는 그렇게 지나갔고 입관하실 때 다시 꿈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살아생전 아버지의 따뜻했던 온기는 이제 사라진 후 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제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 조차 들으실 수 없으셨습니다..

너무나 죄송해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서 자신보다는 저와 어머님만을 생각하며 살아오셨고 이제 취미생활로 시작한 주말농장, 그 주말농장에서도 본인이 좋아하시는 것은 하나도 재배하지 않으셨고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채소와 과일을 키우며 어머님 혹은 주위사람과 나눠주는 그 재미에 살아가셨습니다.. 이번 사고도 주말을 이용하여 홀로 내년 농사준비로 다녀오시다 변을 당하신 것 이였습니다. 이런 기억에 단면들 때문인지 너무나 후회스러웠습니다. 자동차 유리로 인해 아버지의 손은 이제 잡을 수 없이 쌓여 있었습니다. 현실이라는 것 에 억장이 무너져버리는 것 같고 계속 최소한 하루라도 되돌려 이야기 하고 싶고 다 큰 바램이라면 아예 이 일을 없애버리고 싶었습니다.

입관 후 다시 장례식 호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처음 장례식장으로 향했던 발걸음과 달리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이제 보내드려야 된다 라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짐하였습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처럼 가족을 위해서 힘들게 사신 아버지는 이제 편히 쉬셔야 된다고 느꼈습니다……

그 짐을 함께 들어드려야 했는데 일이 힘들어 함께하시던 약주에 취해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피해 방문을 잠갔던 제가 너무나 바보처럼 느꼈습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이 얼마나 무거웠고 많이 쓸쓸하셨을까..모든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한 모든 시간이, 그리고 제가 하고 싶었던 들려드리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너무나 힘드네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최소한은 오늘 부모님에게 하고 싶으셨던 마음에 항상 담고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

사랑한다라고 고마웠습니다라고 꼭 해주시길 바랍니다..

 두서없고 앞뒤 맞지않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오제(삼우제)인 오늘 정말 아버지를 떠나 보냅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너무 고맙습니다. 아들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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