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히지만 이 만화는 중복일껍니다. 다른 글을 보고 제가 올린거니까요.
그치만, 이제부터 하고자하는 얘기에 맞춰 조금 편집을 했습니다.(중간부분을 뭉텅)
저희집은 작년 가을부터 위 만화보다 조금 나은 상태인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습니다.
오줌은 방안에 둔 오줌통에 누시고, 대변은 화장실을 가시려 하시지만 종종 바지에 일을 치르십니다.
이틀에 한번꼴일때도 있고, 하루에 두번일때도 있고.
걸어서 움직이지는 못하시고 거의 앉은자세로 기듯이 움직이시지만, 때때로 걷기도 하십니다.
저희집은 장남입니다. 아버지는 경비 일을 하시고, 어머니는 식당에 나갑니다.
둘째는 세무공무원 계장입니다.
셋째는 서울에서 큰 평수의 카페&바 를 운영합니다.
큰고모네는 서울에서 사업을 합니다.
작은고모네도 서울에서 사업을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저희가 모십니다. 장남이니까
할아버지는 예전부터 가족들과 사이가 안 좋습니다. 아버지 어렸을때도 용돈한번 주는 적이 없었답니다.
욕심이 많으십니다. 열차사고때문에 일찍 일을 놓으신 후로,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셨습니다.
살림은 할머니가 도맡아 하셨습니다. 두분 사이도 좋지 않아 매일같이 다툼이 잦았습니다.
재작년 설 할머니가 쓰러지신 뒤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 사이를 두분이서 오가셨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할아버지를 저희가 모십니다. 할머니는 셋째네에서 모십니다.
원래는 할아버지 모실 방도 없었습니다. 작년에 동생이 시집을 갔습니다. 그래서 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모십니다. 장남이고 방이 있으니까. 다른 집은 방이 없어서 못 모십니다.
할아버지는 8시쯤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습니다.
어머니는 점심 밥그릇과 저녁 밥그릇을 전기밥솥에 따로따로 넣어놓고 일을 나가십니다.
두어시간쯤 지나서 11시쯤, 밥통에서 밥을 꺼내 드십니다.
또 두어시간쯤 지나서 3시쯤, 밥통에서 밥을 꺼내 드십니다.
7~8시쯤이면 사단이 납니다. 방문을 가만히 열어놓고 '밥 좀 줘라, 밥 좀 줘라, 밥 좀 줘라, 밥 좀 줘라'
아버지는 이때쯤 퇴근해 계시지만, 모른척합니다. 사이가 정말 나쁩니다.
어머니가 10시쯤 오셔서 할아버지와 싸웁니다. 할아버지는 뭐라고 그러는지 잘 안 들린다며
'잠자코 있으니까 밥을 안줘, 밥 좀 다오, 배고파 죽겠다' 이 말만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조금 드리면, 또 새벽 2시쯤 일어나서 '밥 좀 다오, 배고파 죽겠다, 밥 좀 다오'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문을 빼곰히 열어놓고 누운 상태에서 밖을 내다봅니다.
비약하는게 아닙니다. 뭐하나, 나 빼놓고 뭐하나 쳐다보는 겁니다.
매달 나오는 노인연금을 어디다 꼭꼭 숨겨놓습니다. 방 치우다가 이불 밑에서 어머니가 발견하면
다른데다 다시 숨겨놓습니다. 그러더니 요즘은 화장실 갈때도 품에 품고 가십니다.
처음 오셨을때 물어봤답니다. '너희 집 니네꺼지?' '아녜요, 전세에요' '니네꺼 아니야?' '전세에요' '그래.. 알았다.'
할아버지 명의로 돈이 800만원정도 있으시답니다. 그 돈은 잘사는 작은고모네 맡겨놨습니다.
우리가 못사니까. 할아버지 돈이 필요해져서 쓸까봐. 작은고모네 맡겨놨습니다.
가끔 무슨일만 있으면 작은고모한테 전화해서 '할말이 긴히 있으니 오라고 그래라'라고 하십니다.
우리집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습니다. 저도 항상 배우기를 남한테 피해주지 마라.
어디가서 남한테 욕먹을 짓 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말고 남 속이지 말아라. 성실하게 뭐든 열심히 해라.
할아버지 처음 오셨을때는 (아버지는 몰라도) 저랑 어머니는 극진히 잘 해드렸습니다.
이제 사실날이 얼마 남지 않으신것 같아서.. 편히 계시다 가시라고 정말 잘해드렸습니다.
할아버지 모시고 미용실 가고, 가끔 제가 직접 씻겨드리고, 어머니는 할아버지 드시고 싶으시다는 반찬 해드리고,
그래서 그때쯤엔 한달내내 할아버지 밥상엔 꽃게가 올라오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힘듭니다.
아버지는 술 많이 드시고 들어온 날 할아버지랑 크게 싸웠습니다. 이제 그만 좀 가시라고,
어머니도 너무 힘들고 지치는 날에는 할아버지 붙잡고 싸우십니다.
요즘 부모님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다들 힘들고 지쳐있습니다.
작년쯤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면서 그리도 많이 울었었는데,
어릴 적 봤던 치매노인 관련된 드라마극장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걸 지금 다시 보게 된다면.. 난 눈물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저도 변해버렸습니다.
이제 그만... 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제가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