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만에 다시 찾은 내 젊은날의 친구(2차대전 러시아 노병)|

다크킬러14 작성일 12.02.15 03: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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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련군 전차병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었다. 

60여년전 나는 붉은 군대의 최선봉에서 T-34전차병으로 굉음을 울리며 어머니 러시아를 등에 엎고 유럽을 누볐다. 동토의 땅에서 모스크바를 지나 저 치열했던 쿠르스크를 지나 베를린까지 나는 모든 곳에 있었다.

 

조국이 부를때 일어선 애국심, 강력한 적이 주는 두려움, 그것을 상쇄하는 옆 전우들에 대한 신뢰, 꼭 살아돌아가 안아드려야 할 어머니, 혹 죽더라도 마지막 그순간까지 기억할 그녀와의 입맞춤, 그리고 그 향기...

 

이모든것을 안고 강철의 포화속을 수년간 누볐다. 그리고 나는...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고향에서 나는 아주 평범하지만 죽어간 전우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소중한 여생을 보냈다. 여느 귀환용사처럼 그저 그렇게 평범한 가장으로 늙어갔다.

 

자식들은 장성했고 어느덧 손자들도 보게되었다. 손자들은 내가 해주는 전쟁이야기를 좋아했다. 물론 자식들은 수백~수천번도 더 들은 그 뻔하디 뻔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시들어가는 여느 참전용사들의 과장된 무용담일뿐...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가족들이 부산했다.

무슨일인가 아들놈에게 물어보니 오늘이 승전기념일이라고 했다. 그래 오늘이 승전기념일이구나...

 

왠일인지 오늘은 여느때와 달리 어딘가로 갈 분위기다. 아들내외가 손주들을 위해 전쟁박물관으로 간다고했다. 빨리 준비하라는 아들의 성화를 뒤로하고 나는 내방으로 갔다. 승전기념일에 전쟁박물관에 가는데 정복을 입어야지. 내게 남은 유일한 내 젊은날의 추억이다.

 

주책이라는 아들의 핀잔에도 나는 고집을 부려 정성스레 단장을 했다. 결국 출발시간이 20분이나 늦어지게되어 가는동안 아들놈이 이말저말 별에별 말을 다해댔지만 전쟁기념관 문을 들어서자 나는 왠지모를 긴장감에 가슴이 뛰었다. 마치 60여년전 처음 징집되어 맞지않는 군복을 입고 기차칸에 적재되다시피 오르던 그순간처럼...

 

손주들은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늙은 내걸음으로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아들내외와 집사람은 손주들을 챙기느라 바쁘다. 어짜피 따라가기는 힘들어보여 나는 그저 천천히 뒤따라갔다. 숨이차고 땀이 흐른다. 괜히 들떠있었나?

 

 

 

 

 

 

 

 

 

 

 

그때....

 

보였다. 스치듯 보았지만 분명히 보였다. 그곳까지와 거리는 좀 되는데다가 여러 계단을 올라가야했지만 나는 무엇에 홀린듯 그곳으로향했다. 앞서가던 아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짜증이 좀 섞인 목소리인데, 이제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도착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손이 떨리는데 이게 숨이차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놈이 그놈이라 그런건지..

 

맞구나. 요놈! 용케 살아있었구나.

베를린에서 피격 후 불붙는 네 모습이 마지막이었는데...

포탑에 내가 아로새겨놓은 애칭이 있으니 니가 확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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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병사는 늙었고, 굉음을 토해내던 전차는 멈췄다."

그래! 그래도 우린 살아남았다.

노병은 결코 늙지않는다! 사라질 뿐이지! 안그래? 친구!

 

 

 

 

2차대전 소련군 전차병으로 참전했던 병사가 60년 후 우연히 가족과 함께 전쟁박물관에 놀러갔음. 거기서 T-34가 보여 옛 생각에 꾸역꾸역 가봤더니 어머나 씨발 내가 타던거!! 포탑에 애칭보고 확인했다함. 저때의 기분은 과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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