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성폭행범과 강제결혼한 16세 여성이 자살한 사건을 놓고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10일 쥐약을 먹고 자살한 아미나 필라리. 1년 전 자신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남성과 5개월간의 강제 결혼생활을 하다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BS 등은 14일 필라리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모로코 사회에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에는 ‘우리는 모두 아미나 필라리’라는 이름의 페이지가 개설됐으며, 성폭행범과 결혼을 조장하는 관습을 없앨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온라인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모로코 형법 475조에 따르면 유괴범은 인질과 결혼을 할 경우 기소를 피할 수 있다.
모로코에서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여성을 가해자와 결혼시키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성폭행
피해자는 정상적으로 결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념 역시 가해자와의 결혼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법적, 관습적으로 성폭행범과 유괴범이 법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사회조건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필라리의 아버지는 “딸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리자 사법
관계자가 결혼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또 “필라리는 결혼생활 동안 남편에게 계속 구타를 당한다고 하소연했고 그 애 엄마는 딸에게 참으라고
다독이곤 했다”고 말했다. 모로코 형법상 성폭행범은 징역 5∼10년형을 받지만 미성년자 성폭행범의 경우 징역 10∼20년형을 받는다. 2004년
모로코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조항의 상당부분을 개정했지만, 개선될 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