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사에 관한 이야기가 적었던 것 같아서 하나 꺼내봅니다. 이번에 이야기 할 것은 조선시대 만우절에 관한 것이에요. 사실 만우절이라는 것은 사실 외국의 풍습이죠,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부활절에 예수가 부활한 것을 기념하여 공연하던 연극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고, 4월경 로마에서 열리던 농업의 여신 케레스를 모시던 제사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으며,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 처음으로 땅을 발견한 때를 기념하는 것에서 나왔다는 설. 그리고 춘분제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으며 그래고리력이 사용되면서 기존의 신년이 4월 1일이 되어 버려 이를 헷갈려한 것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만 어느것도 정답은 없죠.
하지만 유럽에서는 기원이 오래된 만큼 사람들도 나름대로 거짓말의 날을 즐기고 있고 지금도 그런 만우절 거짓말이 사람들의 입에 화자될 만큼 스케일이 큰 것들도 있지요. 주로 언론에서 벌인 거짓말들인데 예를들면 중국의 '달 땅투기 기사' 라던가 BBC의 '비행하는 팽귄 발견' 기사라던가, '나무에서 열린 스파게티' 혹은 '원주율을 3.14에서 3.0으로 바꾸기로 한' 기사 등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의 날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소방서에 가짜 화재 신고가 엄청나게 증가해 정말 화재가 일어난 곳에서는 정작 대응을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고 경찰서에 가짜 도둑 신고 및 간첩신고가 이루어져 출동해 보면 뻔뻔하게 만우절이에요 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친구끼리 누가 죽었다는 둥의 거짓말을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고 있는데 이런 거짓말은 이미 웃고 넘어가 주기 어려운 고약한 거짓말들이죠. 사실 거짓말의 날은 살짝 가벼운 거짓말로 골탕을 먹여 긴장된 마음을 풀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지 사고를 늘린다던가 상처를 준다던가 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과하게 하는것이 문제지요.
어쨌거나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이런 거짓말을 하는 날이 있었을까요? 네. 사실 유사한 날이 있었습니다. 조선의 만우절은 서구의 것처럼 4월에 있는것이 아니라 날짜는 정해진 바 없이 첫눈 오는날이 바로 만우절과 같은 날이었죠. 제가 이 겨울에 만우절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조선은 농업국가인 만큼 첫눈은 다음 해의 풍년을 알려주는 중요한 소식중에 하나였습니다. 눈이 오지 않을때는 겨울 가뭄이라고 해서 보리가 싹이 트질 않고 땅이 거칠어져 다음해 이른 농사 뿐만 아니라 다음의 모든 농사들이 위태할 만큼 큰일이었죠. 그래서 첫 눈이 내리는 것은 다음해의 농사의 첫 삽이 잘 떠졌다는 것이고 모든 이들이 기뻐할 만한 날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첫 눈 오는 날은 임금을 속여도 벌을 받지 않는 날이기도 했죠. 당연히 도리를 벗어난 정도의 거짓말이라면 용서가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D
이런 거짓말의 사례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와 있지요. 세종 1년 (1418년) 세종이 즉위한 때의 기록입니다.
<해당 내용이 담겨있는 조선왕조실록>
○上王封新雪, 稱爲藥餌, 遣內寮 崔游 , ?進于老上王殿, 老上王先知之, 使人追執 游 而不及。 高麗 國俗, 封新雪相遺, 受者必設宴, 若先知而執其使者, 則送者設宴以相?云。
해석해 보자면 상왕 (태종입니다)이 첫 눈이 내리자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그래서 첫 눈을 상자에 담아 최유를 시켜서 노상왕(정종입니다)에게 약이라고 속이고 전달합니다. 헌데 노상왕전에 약상자(?)가 도착하기도 전에 소식을 들은 노상왕은 이미 이를 알고 최유를 잡으라고 하지만 이미 최유는 히히덕 거리면서 튄 상황이었죠. 할 수 없이 노상왕은 상왕에게 술을 한 잔 쏴야 했습니다. 고려때 부터 내려온 풍습에 첫 눈이 오면 눈을 담아 상대에게 보내면 받은 사람이 술을 한 잔 쏴야 했는데 반대로 심부름 오거나 혹은 미리 보낸 사람을 잡으면 보낸 사람이 쏴야 했던 것이랍니다.
조선에서는 이렇게 첫 눈이 오면 눈을 담아 상대를 속여 누가 술을 쏘나 장난을 했던 것입니다. 뭐 위의 사례에서 막 즉위한 세종은 아무래도 짬이 딸려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만 이미 한가락 할 대로 하고 윗전으로 물러난 상황이나 노상황쯤 되면 첫눈은 말 그대로 즐기기 위한 놀잇감이 되는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풍습은 민간에도 그대로 내려져 왔습니다, 실록에 따르면 고려때 부터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거짓말 놀이니까요. 이렇게 우리의 거짓말 하는날은 과도한 거짓말을 한다기 보다 첫 눈으로 인한 다음해의 풍년을 서로 즐기면서 서로가 기분 나쁘지 않는 즐거운 거짓말을 하는 풍류 넘치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전 요즘에도 이런 거짓말 놀이를 즐기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첫 눈 오는날 친구를 시켜서 첫 눈을 담은 상자를 다른 친구에게 배달합니다. 이유야 뭐든 좋죠, '누구 생일이라더라' , '누가 고시 패스했다더라' 등등... 그리고 그 턱이라며 선물을 전해주고 친구는 도망갑니다. 당연히 선물은 첫 눈. 미리 알았더라면 선물 안받고 덤터기를 쓰겠지만 일단 받으면 끝이겠죠? 그 친구는 그날 술 한잔 쏴야 하는 겁니다. 눈 내리는 날은 저녁에 간단히 술 한잔 마시면서 친구끼리 모이는 날이 되는거죠.
이런 좋은 풍습은 사라지고 엉뚱하게 남의 나라 거짓말 하는 풍습만을 배워 거짓말 신고나 하거나 무슨 데이라며 출처도 모르는 괴상한 짓을 하는 것 보다 이런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찾아서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첫 눈 오는날은 커플들의 염장일이 아니라 친구들끼리의 작은 모임도 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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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늑대의 음흉한 둥지'라고하는 블로그 http://idealist.egloos.com/4782291에서 퍼옴.
오늘이 만우절이라네요!! 이런걸 별로 신경쓰는 편이 아니어서 만우절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인터넷엔 만우절이야기가 많네요..
요즘 듣고있는 팟캐스트 중에 미국인이 진행하는 ENGLISH IN KOREAN에서 만우절에대해 다룬 얘기가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미국인(마이클 앨리엇)이 한국에도 전통 만우절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저 위에 퍼온내용의 말을 해주는데 저는 그 얘기 듣기 전까지는 몰랐어요..(미국인보다 우리나라를 몰랐다니.. ㄷㄷ)
만우절 하니까 문득 생각나서 검색해서 찾아 올립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만우절도 좋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만우절도 챙겨봅시다!!
서로 알아야 눈 선물하고 술한잔 얻어먹죠.. 나만알면 이상한놈 취급받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