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년간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박찬호. 그는 매우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직구,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 등 직구 계열의 구종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기본 변화구를 모두 구사한다. 심지어 이런 구종에 변화구의 특성까지 섞어 던지기도 한다. 박찬호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개념'인 슬러브를 메이저리그 시절 즐겨 던졌다.
박찬호의 다양한 구질 앞에 상대 타자, 포수는 물론, 십수 년 차 전력분석원마저 혼란에 빠지곤 한다. 박찬호 등판 경기에서 펼쳐지는 진풍경이다.
모 구단 A전력분석원은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이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구 일구 어떤 공을 던졌는지 기록 해야 하지만 우리조차 헷갈릴 정도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박찬호는 '공식적으로' 직구 34개, 슬라이더 27개, 투심 패스트볼 23개, 커브 4개, 체인지업 3개를 던졌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기록이 아니다. A 전력분석원은 "변화구 간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 박찬호의 거의 모든 공은 다 휘어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정확히 기록하기엔 무척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덧붙였다.
비공식적으로, 박찬호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열 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져있다. 한화포수 정범모는 "박찬호 선배가 던지는 구종이 많아서 경기 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항상 공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다양한 '팔색조 구질'이 가능한 것은 박찬호가 소위 '손가락 장난'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쪽 손가락에 더 힘을 주느냐, 얼마나 손가락으로 더 감느냐에 따라 구질이 달라진다. 힘이 있던 시절에는 안타를 맞는 확률이 떨어졌지만, 전성기를 지나서 들어온 국내무대에선 이런 손가락 장난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을 경우 볼이 밋밋하게 들어와 안타를 허용하는 허점도 노출한다.
박찬호는 다양한 구종을 중심으로 매 경기 투구 전략 계획을 짜기도 한다. 그는 10일 넥센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투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항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도 매 경기 그 경기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들어간다. 오늘 경기에서는 투심 패스트볼과 바깥쪽 승부로 운용했다"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올 시즌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4패 방어율 4.02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박찬호의 호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박찬호는 당당한 선발의 한 축으로 연일 역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성공적인 복귀에는 전력분석원마저 헷갈리게 하는 수많은 구종과, 이를 이용한 다양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 아내 말에 콕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