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이야기

눈꽃사람 작성일 12.08.14 22: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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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맞이하니 저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외할머니께서는 오사카에서 태어나셨다고 합니다
10살때까지 오사카에서 사시다가 광복후에 가족들과 한국으로 오셨다더군요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 굉장히 깜짝 놀랐었는데
외할머니가 일본인이신줄 알고 순간 제 정체성에 혼란이 왔었죠 ㅋ
식민지 시절때 외중조부께서 일본으로 건너가셔서 터전을 잡으셨다고.. ㅎ;
여튼 외할머니께 당시 일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할머니에 기억속 일본사람들은 순진하고 바보스럽다고 하셨습니다
머랄까 순박한 한국의 시골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일본에 사실때도 생활이 넉넉치 않던 시기에 집에 쌀이 떨어진 적이 있으셨는데
이웃 일본 사람들이 조금씩 쌀을 모아서 준적도 있답니다
그리고 광복이후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려고 할때 이웃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같이 살자고 찾아온적도 많았다네요
조선사람이라고 갈시하거나 차별하지도 않았고 그저 똑같은 이웃으로
정겹게 사셨다는걸 알수가 있었죠 


그리고 오사카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상황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당시 소학교를 다니시면서 카미카제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하는데
자폭에 성공한 카미카제 조종사들 사진을 학교 교실에 걸어두었답니다
나라 즉 일왕을 위해 산하한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한거였겠죠
그리고 오사카에도 미군 폭격이 많았다고 합니다 
학교에선 B20? 폭격기 사진을 두고 교육을 시키면서 대피요령과 
상황대처에 대한 요령을 알려줬다고 하시더군요
신기한건 외할머니께선 정확히 "B20" 이란 호칭을 지금도 기억하고 계셨죠 
당시에 해군으로 봉사활동 같은 개념으로 간적도 있다고 하셨는데
찾아온 애들을 보고 일본 군인들이 그렇게 이뻐라 했답니다
장난도 잘치고 말도 잘하다가도 훈련때는 군기가 바짝 들어서
눈도 깜짝 안하는 모습이 많이 신기했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저희 외할머니 기억속에 일본은 태어난곳이자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고향같은 마음으로 생각을 하시는걸 알수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셔서 일본어부터 먼저 말하시고, 한국으로 오시기전까진
한국말은 알아 듣기기만하고 말은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당시에 제가 할머니께 " 일본에  한번 안가고 싶으세요? " 여쭤보니
"당연히 가보고 싶지..." 라고 말씀을 하셨던게 기억이 났는데
얼마전에 외삼촌께서 여행을 보내주셔서 즐겁게 다녀오셨네요 

그렇게 광복을 맞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외할아버지를 만나시고
결혼을 하셨는데  외할아버지 또한 일제 식민지 시대에 경험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이것또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철저히 식민지 교육을 하고 있던 중이라 외할아버지도
예외가 없으셨는데, 당시 소학교 교육을 일본 사람이 일본어로만
교육을 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일본어를 다 알아듣고 이해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네요, 그런데 외할아버지는 어찌어찌
일본어를 알아듣고 말씀도 잘하셨는데 수업 시간때 일본 선생이 일본말로 
" 지금 내말을 알아듣고 이해할수 있는 학생은 나와서 설명해봐라 "
그러면 외할아버지께서 일본어로 설명을 하고 칭찬받는  그런 수업이였답니다
수업 자체가 조선에 민족성을 말살 시키려는 그런 부분 들이었다는거죠
우리말 우리글이 없는 수업이니 ....


수업 내용들도 천황을 위해 죽어야 하는것이며 남자는 군인으로 싸우다
천황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는 것을 주입 시켰답니다 아니 세뇌라고 해야겠죠
그때까지 외할아버지께서도 그게 당연한건줄 아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일왕의 생일날에는 그 작은 동네에도 난리가 났었답니다 
학교나 관공서 같은데서 떡을 사방에 뿌리면서 "천황이 주시는거다" 라며
일왕에 대한 존재를 떡으로 신격화 시키는 일도 흔했었고
당시 천황은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존재인걸로 당연히 인식되었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영화에서 자주 볼수 있는 일본 군인들이 "천황폐화만세" 하며 
자폭하는 장면이 오바하는게 아니였구나라는걸 느낄수 이었죠

이후 외할아버지께서는 그러한 역사 식민지에 대한 일본에 만행과
식민지 역사를 굉장히 싫어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저도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던지라 조선 역사와 왕들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는 저를 보시고는..ㅋ 화도 내셨던게 기억이 나네요
특히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해서는 정말 분노 하셨던게 눈에 선하네요 




저도 쫌 뻘쭘 했던게 외할아버지께서 난징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는데
중국인들 시체가 강에 넘쳐서 흘러갔다는 이야기를 도중에
옆에서 같이 듣고 계시던 외할머니는 좀 불편해 하시던 기색이 보였었죠
왜나하면 앞서 이야기 했던것처럼 외할머니의 어린시절 일본 군인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시 조선에서 보던 일본군과 경찰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겠죠



같은 시대를 사셨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셨던 두분에 이야기는 
세월이 좀 지났지만 나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도 문제 때문에 반일 감정이 크게 올라간 이 시기에 일본이란 나라가 끼쳤던
영향은 몇세대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게 이야기 꺼리를 만들어 낸다는건
앞으로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일이죠  
온화하고 선하신 저희 외할머니와 불같은 성격과 호랑이 같았던 외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일본"이란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지금도 TV에서 들려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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