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란게 별거 아니네요.

AriZona 작성일 12.11.16 16: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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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형동생님들

딱히 어디다 말할 곳도 없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술기운을 빌려서

짱공에 한번 끄적여봅니다.

 

술김이라 말이 좀 왔다갔다 하거나 문법 실수가 잦아도 맘 넓은 짱공형동생님들 이해해주세요 ㅋㅋㅋ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오늘부로 10년 지기를 잃었네요. 아니, 정확히는 1달전일까요.

처음 친해진건 고등학교 1학년때 우연히 취미가 같은걸 알게되서 친하게 된 후 올해 10월까지

친했다고 생각됩니다.

 

평소 제 성격이 제 사람이라 생각되면 한없이 퍼주고, 그게 아니라면 국물도 없는 스타일이라

이것저것 많이 챙겨줬습니다. 물론 저도 알게 모르게 그 친구에게 받은게 많겠지요.

그래도 하나도 아깝다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올해 여름부터 그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걸 느끼네요.

 

전 유학생입니다. 그것도 부모님 잘 만나서 고생안하고 편하게 공부하는 어찌보면 복받은 녀석이죠.

이 친구녀석은 이곳 시민권자이고 여자친구는 현재 한국에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 전 한국에 가게 되었고, 친구도 여자친구와 만나기 위해서 한국에 가기위해

티켓을 미리 사야되는 상황이지만 돈이 부족한 상황이었죠. 이녀석이 저에게 먼저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전 친한 친구이기에 다음달 알바비를 받아서 주겠다는걸, "한국에서 쓸 돈 부족할텐데, 돌아오면 그때 가서 갚어"

라고 넘겨버렸죠.

 

제가 이녀석보다 한달 먼저 한국에 입국하게 되었고, 처음 3일 정도는 연락이 잘 되었습니다.

서로 안부도 묻고, 잡담과 농담도 하면서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안되더군요.

얘가 한국에 여자친구를 제외하면 연고자가 없는지라 숙박업소와 공항에 픽업을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제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여기 얼마고 어디에 있는건데 어떠냐 아니면 저기는 어떠냐" 라고 

계속 카톡을 보내도 답이 없는겁니다.

 

그러다가 답장이 온게 그녀석이 입국하기 3일 전 쯤이었습니다. 전 당연히 왜 지금까지 연락이 안됬냐고

물어봤고, 그저 일이 눈코뜰새 없이 너무 바빴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숙박업소는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 이미 잡아놨답니다. 공항픽업도 여자친구가 나올테니 안나와도 된다더군요.

아마 틀어짐은 여기서부터였던거 같습니다. 그동안 근 한달동안 지나다니면서 숙박업소 보이면 들어가서

물어보고, 인터넷 검색하고,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저 친구녀석이 몇년만에 한국에 오는거기에

아무런 불만도 못느끼고, 그저 친구녀석 들어오면 같이 놀러갈 계획 짜던 제가 스스로 병신 같더군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왜 답이 늦냐는 말에 바빴다는 말로 넘겨버리는게 너무 화가 났죠.

그래도 그때 당시엔, 이녀석이 한국 오는거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예민해져서 그런가 하고 넘겨버렸습니다.

뭐라고 화내고 싶었지만, 거의 10년만에 혼자서, 한국에 들어오는거니 예민해질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그 일이 지나가고 친구가 입국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 만나서 또 재밌게 놀았습니다.

마침 야구시즌이기도 해서, 야구장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친구의 여자친구도 소개받고 놀고 각자 헤어졌습니다.

문제는 그러고선 또 연락이 안되는겁니다. 한국핸드폰도 없고, 되는거라곤 오직 카톡뿐. 이것도 와이파이 되는 지역에서나

되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었죠. 그때 당시엔 여자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재밌게 노느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고

저도 한국지인들과 만나고 노느라 그렇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대략 7월쯤 됬을까, 그 때 한국에 온 고등학교 후배(저처럼 유학생활하다가 잠시 놀러온, 제 친구의 후배이기도 합니다)가

제 친구를 언급한겁니다. 그 형은 뭐하고 사냐고, 연락도 안되고, 게임에도 안 들어온다고.

그 때 든 생각이, 아 이녀석 뭐하지? 전화해볼까? 라는 생각과 이녀석은 왜 대체 나한테 연락을 안하지?

이렇게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더군요. 그리고 뒤이어 떠오른게 이전의 사건인겁니다.

한달간의 노력을 (그것도 오직 그녀석을 위한) 무시해버린 것과 그 때 반박하고 싶었던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카톡확인하는데 2초면 충분한데 그것도 안해주냐' 라는 서운한 감정이 떠오른거죠.

결국 '얼마나 재밌게 놀길래 연락을 안하지? 너가 연락하기 전엔 안하련다' 라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면서 전 연락을 안했죠.

 

...그렇게 다시 한국을 떠나게 될때까지 연락이 안됬습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으면

아마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겠죠. 하지만 이때 당시 제가 이미 한번 자존심을 접은 터라 저도

고집을 피웠던거 같습니다. 쓸데없는 고집이죠. 근데 그때 당시엔 먼저 연락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한달이 지났고 전 계속 고집을 피우고 있었죠. 주변 제가 이야기를 해준 몇몇 친구는

'그놈은 원래 그런 놈이다. 이제서야 그 본색을 드러낸거다' 라고 저에게 잘하고 있는거라고

격려아닌 격려를 해주더군요;

(이 일의 친구는 제 다른 친구들과 사이가 상당히 안 좋습니다. 다 같은 고등학교 동창인데,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친해지질 않더군요. 이름만 나와도 욕부터 하는 그정도의 사이입니다...)

 

돌아오고 몇일 후에 이사를 가게되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국에 계시던 어머니도 오시고

새 집을 구하고, 청소를 하고, 짐 옮기고 바쁜 나날이었지요.

그렇게 지내다가 어머니가 한국가시고 혼자서 지내고 있던 한달 전 새벽 1시에 저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그녀석이었습니다.

처음에 뭐라 말해야되나 싶어서 안 받았습니다. 끊어졌습니다. 또 옵니다. 일단 받았죠.

저희 집 앞이니 나오랍니다. 이사 가서 더 이상 거기에 안산다고 했습니다. 좀 놀라더군요.

저희 집으로 올테니 주소를 가르쳐달래서 가르쳐주고 나갈 준비를 하니 전화가 와서 내려갔습니다.

 

만나서 서로 오랜만이다 이러고, 왜 연락을 안했냐고 합니다.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거다. 이러더군요.

저도 순간 욱해서 '난 이사때문에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안했냐' 고 했죠. 바빴답니다.

무슨 일이 있어서 엄청 바빴답니다. 이걸 3분동안 반복했습니다.

'자기는 바빠서 연락을 못했지만, 이사하는건 그렇게 바쁜게 아니니 너가 연락을 안한건 잘못이다.'

이게 그녀석 주장이었고, 전 개소리 말라고 했죠.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그런게 있다, 집안 일이다' 이러고 끝이고.

물론 이사하는게 바쁘긴 해도 전화도 못할 정도는 아니죠. 연락하는데 1분이면 충분한걸. 하지만

그녀석이 저렇게나오니 저도 막 우기게 되더군요.

그렇게 얘기하다가 오랜만에 만나서 계속 말싸움하는것도 그래서 다른 주제로 바꿔서 얘기하다

다음날 학교에 가야되서 헤어졌죠.

 

그리고 일주일 후에 한번 만나서 2시간 정도 얘기하고, 그러고선 또 연락이 서로 없네요.

제가 한번 먼저 만나자고 하니 약속이 있다고 하고, 저로서도 만나도 더이상 재밌지도 않고

의미없는 말만 주절거리고 오는거 같아 핸드폰에 손이 가질 않네요. 

 

정말 애인도 아니고 친구놈이랑 연락이 안된다고, 자존심 세우느라 이렇게 된게

웃기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네요. 친하다고 생각될때는 돈 빌려주는것에도 망설임이 없고

어려울 때 나름 도움도 많이 준거 같은데, 저렇게 나오는걸 보고 있으면 서운하면서도

저런거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병신인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10년지기 중 한명이 이렇게 끝나는건지, 아니면 어떻게든 다시 붙어서 갈지.

 

두서없이 막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술김이라 정리도 안되고 생각나는데로 막 쓰게 되네요. ㅋㅋㅋ

 

3줄요약

1. 10년지기 친구가 돈빌려달라고 하고 자기 지낼곳 알아봐달라고 해서 돈 빌려주고 알아봐줬는데

    답도없고 연락도 없다가 나중에 지낼곳 구해놨다고 한달동안 난리친거 헛수고로 만듬.

2. 한번 만난 후에 연락이 없어서 연락해 볼까 하다가 이전 사건(요약 1) 생각나니 빡쳐서 연락 안함.

3. 귀국후까지 연락 안하다가 연락이 와서 만난 후에 서로 연락없었다고 난리치다가 다시 연락안됨.

    내가 해보려고해도 재미도 없고 감동도없고 내용도 없는거 같아서 연락하는게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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