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일,금일,명일에 대한 고찰

서로간에 작성일 13.02.24 18: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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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작일,금일,명일 이란 단어가 일제의 잔재냐 아니냐를 논하는 글이 있었고,

저도 제가 아는 범위에서 한 두개의 댓글을 남겼습니다만,

어떤 분께서 위 단어들이 '한중일 공통 한자어일뿐, 옛부터 흔히 쓰인 우리말이다'

혹은 '문어에서만 쓰이고, 구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 라는 의견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의문을 가지고 조사해봤고, 반론하는 겸 몇자 적어봅니다.

물론 전 인문학 전공자가 아닌, 사회학 전공자라 전문적인 분석이 아닌 일반상식선에서만 접근했습니다.

 

우선, 작일,금일,명일 단어자체가 일본의 잔재는 아니다 라는 것은 동의합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구요.

어떤 분께서 지난 댓글에서 말씀하셨듯이

조선왕조실록에서 '금일'이란 표현이 무려 1만번 이상 쓰였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어의 특성상 고유어와 한자어를 통틀어 동의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의미는 같아도 특정 단어들에 대한 용례는 교집합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고유어화 된 어제,오늘,내일 과, 한자어인 작일,금일,명일 이죠.

사실 조선왕조실록 같은 권위있는 공문서들을 조사해서 한자어들의 쓰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고유어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면, 한문으로만 작성하면 고유어보단 한자어를 우선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조선시대의 일반 백성들의 구어에서의 그 쓰임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줄로 압니다.

지역마다 방언까지 있기 때문에, 한 지역의 짬많은 향토사학자가 아닌 이상 쉽진 않겠지요.

그나마 알 수 있는건, '글'로 쓰였지만, 인물의 대사 등에서 일반 백성들의 구어를 최대한 반영한 서민문학을 살펴보면 됩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중후기의 대표적인 대중 국문소설 4편을 기준으로, 단어의 쓰임들을 나름대로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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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이 국문인 소설들입니다.

위에 완판 이라는건 전라도지방에서 편찬된 것을 말하며, 경기도지방에서 편찬된 경판 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애초에 각 소설들의 경판까지도 분석해보고 싶었으나, 참고한 사이트에 경판에 대한 현대어 해석본이 없어서,

원문버전과 현대어버전 둘다 있는 완판과, 그 중에서도 보다 많은 표본을 위해 가장 긴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자료해석을 간단하게 하자면,

현대어로 어제 또는 작일로 해석된 단어들은 총 12개 였으며,

그 중 11개는 원문에서 고유어인 '어제(어졔)'로 표현되었고, 단 1개만이 구운몽에서 '작일'로 표현되었습니다.

(덧붙여 밑에 현대-원문의 오차는, 원문과 현대해석에 대한 단어검색시 발생한 수치입니다.)

참고로 구운몽은 한글작품, 한문작품 둘다 있으며, 소설내용의 특성상 다른 서민문학에 비해 한문의 쓰임이 많은 편입니다.

그리하여 '작일'이란 한자어를 한번 쓰지 않았나 합니다. 그래도 고유어 사용이 6번으로 훨씬 많습니다.

물론 한문작품을 보면, 대부분 한자어인 '작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문버전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다른 작품들을 포함하여 어제(어졔포함)11회, 작일1회 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한 국문판은 대부분 '작일'을 음 그대로 쓰지 않고, '어제(어졔)'로 번역했다는 사실이고,

이는 백성들 대부분이 한자어 '작일'보다는 고유어 '어제(어졔)'를 압도적으로 더 흔히 썼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과 '금일'의 관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래도 표본이 많아 더 신뢰성이 가지 않나 싶습니다만,

총 72개(오늘 또는 금일로 해석된)의 표현 중, 단 6개만이 원문에서 '금일'로 썼습니다.

국문버전상 일부러 한자어 사용을 가급적 지양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흔히 쓰는 우리나라말은 '금일'보다는 '오늘'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재밌는건 '내일'과 '명일'입니다.

심청전과 춘향전에서는 쓰임이 3:1 비율로 '내일'이 더 많으나, 구운몽에선 '명일'만 2차례, 홍길동전에선 4차례 입니다.

사실 구운몽에서의 '명일'은 언뜻봐도 '내일'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라고 추측이 되었으나,

홍길동전의 4번의 '명일'은 어떠한 지명인지 인명인지, 아니면 '내일'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현대어버전에서도 그대로 '명일'이라고 해석을 했기 때문에,

현대어에서 전후 문맥을 봐도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안되었습니다.

어쨌든 총계에서는 쓰임이 9번, 9번으로써 1:1 비율이나, 표본이 워낙 적어서 추측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네요.

 

아무튼, 위에서 알 수 있는 점은, 국문으로된 서민문학에서는 그 쓰임이

어제 >> 작일

오늘 >>>> 금일

내일 = 명일 ?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백성들의 언어 혹은 구어는 고유어가 훨씬 많았음도 조심스레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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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국립국어원에 게시된 순화대상 단어입니다.

용례에서도 뚜렷하게 '행정'에 한정시켜 놓았고, '작일'보다는 '어제'로 순화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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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금일'과 '오늘' 입니다.

'작일'과 같이 용례도 '행정'에 한정되어 있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오로지 '오늘'만 사용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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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과 '내일'입니다.

'명일'과 '내일' 모두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명일'의 용례가 행정이니, 행정에서만 사용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작일'이나 '금일'과 달리, '명일'은 왜 써도 되는지 궁금하네요. 전문적인 이유가 있겠지요?

그러고보니 세 단어들에 대해 제가 4대문학에서 분석한 결과와 국립국어원의 순화정도가 일치하네요.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사실, 요즘보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작일', '금일', '명일'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마치 고유어보다 한자어를 많이 쓰면, 더 유식하게 보인다 같은 허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이러한 용례의 확장이 '일제시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위 서민문학에서도 쓰임을 보셨다시피, '어제'와 '오늘'의 쓰임이 한자어보다 압도적입니다.

이때가 작품들의 시대와 같은 조선중후기임을 감안한다면, 이후 일제 통치아래,

1. 음을 고유어로 쓰는 한글과 달리, 한자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일본어의 특성상,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한자어의 접촉이 자연스레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2. 일제의 관료적, 행정적 강압통치로 인해, 일상에서도 경직된 어감이 강한 행정적 용례들을 자주 쓰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작금명일과 같은 한자어 뿐만 아니라, 원래 있던 한자였더라도 용례가 갑자기 증가한 단어들이 꽤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짧은 결론은, 작금명일이 순수 한자어 이지만, 용례가 확장된 현상은 일제의 영향이 존재했을 여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이상입니다.

자료는 모두 자작이며, 의견 또한 자료를 토대로한 순수 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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