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다 보니 보통 강의가 과목 OT 개념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교수님들이 자신들의 한 학기동안 가르칠 교육에 대한 신념과
과목에 대한 철학을 강의하시는데요. 오늘은 색다르게 강의를 하시는 분의
강의를 들어갔습니다.
과목은 "디지털 공학" 이름부터 ㅎㄷㄷ 한 건데요.
어쨌든 교수님이 "카메라에 펜티엄과 같은 칩이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뭘까?"라고 질문을 주셨는데
그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일일이 하나하나 생각을 묻고 답하게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수십가지의 대답들 속에서
첫째로 뒤통수를 맞은 것은 "아,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정말 많이 나오는 구나."라는 것과
둘째로는 대학 수업을 하면서 교수가 가르쳐주시는 것을 받아먹던 것에서 "누군가 나의 생각을
물어 보는 것으로도 배우는 것에 대한 집요함이 생기는 구나" 였습니다. 물론 여기서 감동
먹었으면 섭하죠.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시는데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아마 소프트웨어 쪽이 아닌 하드웨어 쪽의
공부를 주로 하시는 공학도분들께서는 쉽게 맞추시겠지만, 소프트웨어쪽에선 맞추기 힘들죠(적어도 저는 ㅠㅠ)
그리고는 바로 두번째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차이는 뭐겠니?"
이것도 알고보면 정말 쉽지만, 생각보다 맞추기 힘들죠. 당연한게 맞추기 힘들잖아요^^;; 첫번째 질문에서
얻었던 깨달음과 함께 세번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너희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할거니?"
와,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아마 공학도들의 답은 뻔할 겁니다. 대부분 ㅇㅅ과 ㅂㅇㅅ이겠죠.
근데 핵심은 바로 "그럼 이걸 너희 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건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아이들이 한명한명씩 답을 하고, 교수님이 답을 말씀해주시는데
그 답 속에서 띵하고 머리를 제대로 맞았죠.
여기저기서 배웠던 것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갔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인문학의 중요성, 돈이 되는 아이디어, 쉽게 말하는 전문가가 진짜 전문가다,
하이브리드형 전문가의 필요성 등등등...
아 이걸 표현력이 부족한 이공계의 조악한 글 솜씨로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ㅠㅠ
어쨌든 그런 것들이 모두 한 순간에 이해되면서 혼자 한 1분은 실소한 것 같아요. 고개 숙이고
혼자 킥킥대던 모습이 생각나니 쪽팔리지만ㅎㅎ 그 때 생각하면 정말 깨달음의 즐거움이 이런거구나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벅차네요. 하아.
여러분도 대학 다니면서 그런 순간이 있으셨나요? 저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포인터 하나 이해하려고 하루종일 포인터 부분만 20번 넘게 읽으면서 결국 아 이래서 포인터를
쓰는 거구나하고 깨달았을 때보다 더 감격이었습니다. 또 코 끝이 찡하네요.
PS- 혹시 이공계 분들, 공학도 분들 아래의 질문에 대해서 한번 스스로 화두를 던져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답을 아시는 것 같은 분은 달아주세요^^ ㅊㅊ 드릴게요!
1.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왜 좋은 프로세서가 못 들어가는 걸까?
2.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3.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차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