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마지막씬(스포)

유어웰컴 작성일 13.08.03 0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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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나온 북극곰은 영화의 결말이 아니라 사족이며 첨언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설국열차를 관통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봉준호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봉준호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설국열차를 만들었고 그래서 열차가 파괴된 이후의 세상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관객을 배려해서 고아성과 흑인꼬맹이가 열차를 빠져나간 뒤의 상황에 대한 막연한 힌트를

남겨준 것인데 이걸 관객들이 이해를 못하니까 역효과만 나는 것이다


암튼 이게 왜 없어도 되는 장면이냐면 열차가 파괴되는 시점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내용은

전부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sf영화의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몰락이나 희망은 이 영화와 무관하다

그럼 봉준호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인간사회에서 계급구조와 권력투쟁을 발생시키는 시스템, 즉 사회체제란 것이 과연 

숙명적인 것인가란 질문이다

엔진칸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투쟁과 반동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에 대한 은유이자 우화라고 할 수 있는데

엔진칸 앞에서 송강호가 출입구를 파괴하자고 주장하는 시점부터 설국열차는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류가 규율을 세우고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체제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열차의 주인 W(이름 까먹음)는 단순한 기득권자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그 자체이다

시스템은 열차의 무한동력 엔진처럼 일부의 희생을 담보로 생명력을 유지한다

희생양이 되는 꼬리칸을 제외한 열차의 승객들은 인류의 생존을 가능케하는 시스템을 찬양한다

혁명의 주동자인 크리스 에반스도 W의 얘기를 들으면서 흔들리는데 

그건 크리스가 탐욕스러워서가 아니라 시스템을 무너뜨리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확실해진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각각의 열차칸은 사회체제를 떠받치는 계급구조이고 

무한동력으로 달리는 열차는 인류사회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사회체제이며

빙하기로 덮인 바깥 세상은 이런 시스템이 없는 미지의 세상이다.

그 세상이 희망적일지 절망적일지는 별안간 나타난 북극곰만큼 모호하다.

설국열차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사가 바로 저 '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이다


닫힌 문을 열고 분노와 다툼이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생각해보자는게 봉준호가 설국열차를 만든 의도다


호불호가 갈리긴 개뿔 이런 걸 이해 못하니까 설국열차가 재미없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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