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대 양아 학교 중 2위를 먹은 운봉 옆의 (지금은 마이스터고로 꽤 수준 있는 학교로 변했더라구요) 전자공고 출신인데
(예전에는 항도공고라고 불렸죠? 그래서 인천에서 도봉산 도봉산 그랬습니다.)
졸업한 년도는 2003년입니다.
그때 당시 인문계백분율이 0.02퍼센트 모잘라서 어쩔 수 없이 서울권에 있는 아무나 다 받아주는 인문고로 가느냐, 아니면 실업고로 가느냐 였는데 하여튼 어찌어찌 인연이 안되서 전자공고로 가게 되었죠.
운봉공고가 뭐, 한국의 스즈란이네 어쩌네 그래도 운봉공고나 운산이나 항도나 비등비등 했던 것 같고
중학교때만 해도 왕따가 있었는데 신기하게 고등학교때는 왕따 구경을 못 해 봤네요.
하여튼 학교 다니면서 몇 번 빼고 그렇게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폭력때문에 피해 받은 적은 없습니다만
13층이나 되는 학교에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진짜 납땜 한 번 하러 가려면 똥빠지도록 힘들었습니다.
(납땜실이 12층인가로 기억.)
납땜 수업이 거의 하루를 잡아 먹는데 이게 미치는게 점심시간이 되면 1층까지 내려갔다가 밥먹고 다시 12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것(레알)
그러다가 고 2때인가 3때 엘레베이터 공사를 했는데 거짓말 안치고 딸랑 하나만 설치하는 바람에 교사 전용으로 되어버려서 정작 학생들은 이용도 못했다는거.
근데 운봉공고는 원래부터 엘레베이터가 두 개나 있었으니 학교생활은 도봉산 중에 최고!
이 학교가 1950년도에 군인들이 만들었다는데, 위에서 보면 한문 왕자랍니다.
도대체 무슨심산으로 학교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인재단 초입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데 15분,
그리고 건물 층 수도 13층 가까이 되니 정말 토 나왔죠.
그때의 기억이 아련해 지는데.. 꽤 인상 깊었던게 몇 가지 있습니다.
다 아실거에요. 항아리 바지. 발목은 몇으로 해주고 통은 얼만큼 넓히라고 하고, 하여튼 쌈 좀 하거나 뻣대고 싶은 애들이
항아리 바지를 많이 입고 다녔는데(이건 중학교때 부터 유행)
(제 기억으론 세미 바지 -> 항아리 바지 -> 다시 일자..)
처음에 학교에 입학식을 하러 갔는데 교복 차림이 아닌 사복차림으로 갔었죠.
진짜 설레임이나 호기심 같은건 하나도 없이 정말 두려움 가득히 가지고 입학식을 갔습니다.
입학식이 야외 광장에서 이뤄졌는데 그 삭막하고 절망스러운 광경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한 30~40개 정도 되는 돌 계단에 서서 '나'를 빼고 주위를 둘러 보니 10명중에 4~5명은
전부 깍두기 머리를 하고 있었고, 제 앞에 있었던 동급생은 진짜 말그대로 전형적인
조폭상에 덩치도 커가지고 진짜 잘 못 건드리면 때려 죽일 것 같더라구요.
근데 그 동급생 차림이 빨간색 + 흰색 체크 무늬 정장(상의 하의 깔 맞춤)에
썬글라스? 를 끼고 왔던 걸로 기억해요.
그 모습을 보고 '야 진짜 내가 학교 잘 못 왔구나' 싶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1년 꿇은 형아 더라구요. 더 다행인 것은 과가 틀려서 한 번도
같은반 된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리고,
2002년도에 롯데월드로 소풍을 갔는데 정말 정말 개량한복에 고무신, 그리고 썬글라스를 낀 고등학생이
같이 소풍을 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쌔끈한 흰색 깔맞춤으로요.
놀이기구 하나 타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 주인공은 첫 번째 이야기 했던 그 형아 였는데요.
그때 당시 만화 짱이 유행을 했던가? 거기서 인천연합에 소속되었던(이름은 모르고) 개량한복만 입은 사람을
보고 영향을 받았나??
하여튼 그때 정말 속으로 기겁했습니다.
뭐 이렇게 글 쓰고 보니, 진짜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음..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평범한 학교를 나오신 분들은 쪼끔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