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서는 성매매 일종인 ‘조건 만남’을 통해 만난 한 여성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노출한 음란 동영상 파일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동 조건’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카메라를 숨긴 채 촬영하는 일반적인 몰래카메라(몰카) 동영상과 달리 한 남성이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쓴채 직접 여성을 만나 성관계를 갖고 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7일 인터넷 사이트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폰인 ‘갤럭시 기어’와 안경처럼 쓰는 스마트기기인 ‘구글 글래스’ 등이 잇따라 선보이고, 특수카메라 구입이 쉬워지면서 이들 기기를 이용한 몰카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시계와 스마트폰을 결합한 ‘갤럭시 기어’를 선보이는 등 IT(정보기술)업계에서는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격 출시를 앞둔 구글사의 구글 글래스는 현재 미국에서 8000명이 체험중이다. 애플사의 손목형 스마트폰 ‘아이워치’도 개발 중에 있다.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에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문제는 이 카메라들을 자연스럽게 몰카를 찍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건 만남 몰카 속 남성도 안경을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며 여성을 속이고 태연하게 촬영을 했다.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시 촬영음이 나게끔 기술 표준을 만들었으나 스마트폰 시대에는 ‘무음 촬영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이 쏟아져 이를 무력화했다. 무음 앱은 카메라 촬영 전 미리 보기 화면을 캡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촬영음이 나지 않는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807건이었던 몰카 적발 건수는 지난해 240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8월 말 현재 2766건을 기록했다.
TTA에서는 무음 앱을 막기 위해 카메라 렌즈가 작동만 해도 소리가 날 수 있도록 기술표준을 개정했으나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스마트폰에서는 카메라 렌즈가 사진, 동영상 촬영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증강현실 앱이나 게임 앱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새 기술표준을 적용할 경우 렌즈를 사용하는 게임만 해도 소리가 나서 몰카를 찍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렌즈를 활용하는 앱 개발자들에게 촬영이 아닌 경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예외처리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수많은 개발자에게 강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수카메라를 구하기 쉬워졌다는 것도 잠재적 위험요소다. 안경, 시계, 우산 등으로 위장한 몰카 기기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나 인터넷 등에서 20만∼30만원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건국대 이웅혁 교수(경찰학)는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제도나 또 다른 기술로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왜곡된 성 의식’을 부추기는 선정성 넘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